제시문
문학이 사회와 그 구성원의 삶을 반영한다는 명제는 법의 영역에도 적용된다. 문학적 서사는 한 시대의 법인식과 정의관을 비추는 거울이다. 문학 속의 법은 비윤리나 무질서와 대비되는 규범·규율의 상징, 또는 '언제 열릴지 모르지만 열리길 기다릴 수밖에 없는 문' 같은 대상으로 그려진다. 문학의 감성적 호소력은 독자를 일정한 행위 방향으로 이끌어 법의 제·개정을 추동하기도 한다. 1830년대 영국에서 유행한 범죄소설은 이러한 법과 문학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 준다. 범죄자 처형기록부인 『뉴게이트 캘린더』에서 인물과 소재를 차용해 '뉴게이트 소설'이라 불린 이 시기 범죄문학 장르는 재판 관행 및 행형 실태 개선을 촉구하는 캠페인의 산물이었다. 그것은 동시에 당대의 지배적 범죄 담론에 대한 대항 담론을 선전·유포하여 형법 개혁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불워-리턴의 『폴 클리퍼드』는 뉴게이트 소설 열풍의 서막을 연 작품이다. 그 서두에서 작가는 소설 집필의 동기가 영국 형법의 두 가지 근본적 야만성, 즉 수감자를 교화하기보단 타락하게 만드는 행형, 그리고 단순 절도범마저 공동체로 복귀할 기회를 박탈하는 ㉠++피에 굶주린 형법전++에 대한 교정임을 밝혔다. 범죄자가 들끓는 술집에서 유년기를 보낸 클리퍼드는 소매치기 누명으로 체포되어 수감 생활을 거듭한다. 법정에 선 그는 죄 없는 소년으로 감옥에 갔던 자신이 법을 깨뜨릴 준비가 된 남자로 그곳을 나왔다며, "당신들의 법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더니 이젠 죽이려 든다."라는 항변으로 독자의 공감을 유발한다. 법은 범죄자를 만드는 계급과 처벌하는 계급만을 위해 존재할진대, 생존의 막다른 골목에 놓인 빈민을 ㉡++자연의 제일법칙에 입각한 선택지++만 남은 상황으로 내몬 다음 그 선택지를 집었다는 이유로 교수형에 처하는 것이 과연 정의일 수 있는지 소설은 질문한다.
뉴게이트 소설은 범죄자를 신비화하고, '참회하는 자'와 '자비를 베푸는 자' 또는 '추궁당하는 자'와 '추궁하는 자'의 역할을 전도시키는 데까지 나아갔다. 불워-리턴의 후속작 『유진 아람』엔 주인공의 범행 사실을 밝혀낸 자가 도리어 공동체의 지탄을 받고 주인공의 용서를 청하는 장면이 나온다.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에인즈워스의 『룩우드』 또한 영웅의 일대기처럼 범죄 서사를 구성하고 노상강도의 삶을 낭만적으로 묘사한다. 범죄자에 대한 온정적 묘사나 형법 개혁의 메시지에 대해선 평가를 유보했던 지배계급은 이런 전복적 설정에 대해서는 ㉢++교수대에 낭비된 감수성++이라 격렬히 비난했다. 소설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중산계급에서 노동계급으로 수용층이 넓어지자 불온한 열광에 대한 우려는 증폭되었다.
작가는 ㉣++문학적 공범자++가 되어선 안 되며 무뢰한의 타락상을 정확히 보여 줘야 한다고 주장한 새커리는 『뉴게이트 캘린더』에서 한 여성 범죄자를 발굴하여 『캐서린』을 집필했다.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하여 개인사를 부여한 지점까지 이 소설은 뉴게이트 소설의 통상적인 문법을 따랐다. 하지만 범죄의 사회경제적 요인을 찾고자 인물의 유년기를 조명했던 앞선 작가들과 달리, 새커리는 범죄성이 개인의 병증이나 타고난 악함에 의한 것임을 밝혀 독자의 공감을 차단하려 했다. 주인공의 처형 장면은 기사 인용 형태로 건조하게 기술되었다. 처벌은 악인의 참회와 독자의 눈물을 위한 최소한의 유예를 허락하지 않은 채 가해짐으로써 ㉤++봉쇄된 정의++를 실현했다. 하지만 작가의 손을 떠난 작품은 독자에 의해 매 순간 새롭게 읽히기 마련이다. 수전노로 악명 높은 남편과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사랑하는 사람과 결합하고자 살인을 조력한 주인공의 욕망은 독자에게 뜻밖의 호소력이 있었다. 범죄에 대한 구토를 유발하고 사회의 건강을 회복시킬 약물을 투입하겠다는 작가의 기획은 온전한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디킨스의 『올리버 트위스트』 역시 범죄소설의 자장 안에서 읽힌다. 범죄자의 삶을 세밀히 묘사하는 작법은 여기서도 사용되었으며, 익살스럽고 입체적인 악역들은 오락적 요소를 배가했다. 악인 대신 어린 올리버가 주인공으로 설정됐으며, 그 주변 인물인 소매치기들은 자기 삶을 '로맨스와 열정이 가득한 유쾌한 것'이라 말하지만 실상 그 삶이 교수대에 가까이 있음을 감지하고 있다. 반면 올리버는 구빈원에서 단지 죽을 더 달라고 했다는 이유로 예비 범죄자로 낙인찍혔음에도 탁월한 통제력으로 범죄 유혹을 물리쳤고 마침내 사회로부터 보상받는다. 뉴게이트 소설의 시대가 저문 후에도 이 소설이 꾸준히 읽힌 데엔 법의 부정의를 고발하되 해학과 권선징악이라는 안전장치를 두어 법질서 자체를 교란하지는 않았던 작가적 선택이 한몫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