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물과 기름은 혼합되지 않고 두 층으로 상(phase)이 분리되지만 물과 에탄올은 완전히 섞인 혼합물이 된다. 이러한 현상은 깁스 에너지 변화를 통해 설명할 수 있다. 화학 반응이나 변화는 깁스 에너지가 작아지는 방향이 자발적이다. 우리가 고찰하거나 실험하는 대상, 즉 계(system)에서의 혼합 시에 깁스 에너지 변화는 엔트로피 변화에 절대 온도를 곱한 값을 혼합열에서 뺀 값이다. 열이 계에서 주위로 나가는 발열이 일어나면 혼합열은 음(-)의 값이며, 열이 주위로부터 계로 들어오는 흡열은 양(+)의 값이다. 엔트로피 변화는 계가 무질서한 상태로 변화하면 양의 값이다.
한 순물질이 다른 순물질과 혼합물을 이루면 계의 엔트로피, 즉 무질서도가 증가한다. 위의 예시인 물과 에탄올이 혼합물을 이루는 과정은 발열 과정이다. 따라서 이 과정의 깁스 에너지 변화는 온도에 상관없이 항상 음수이므로, 이 과정은 항상 자발적이다. 계의 깁스 에너지 변화는 혼합뿐 아니라 화학 반응의 자발성도 결정한다. 또한 어떤 반응이 자발적이면 그 역반응은 비자발적이다.
한편 혼합 후의 전체 부피는 화학식이 서로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어떤 혼합물이든 혼합 전 부피의 산술적 합이 아니다. 25℃에서 순수한 물에 물 1몰\을 첨가하면 총부피는 18.1 cm³만큼 증가한다. 따라서 순수한 물 1몰의 부피는 18.1 cm³/mol이며 특정 온도에서 어떤 순수한 물질 1몰의 부피는 물질마다 고유하다. 그런데 큰 부피의 순수한 에탄올에 물 1몰을 넣으면 총부피는 약 14 cm³만 증가한다. 이러한 차이는 같은 수의 물 분자라 하더라도 그것들의 점유 부피는 그들을 둘러싼 분자들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매우 많은 에탄올에 소량의 물이 섞일 때는 각 물 분자가 에탄올 분자로 둘러싸인다. 순수한 물에서는 물 분자들을 특정 거리로 유지해 주던 수소 결합 네트워크가 여기서는 깨진다. 이는 수소 결합에 기인한 물 분자들 간의 인력보다 물과 에탄올 분자의 인력이 더 크기 때문이며, 깨어진 수소 결합 네트워크로 인해 전체 부피 증가가 덜하다. 그 증가량 14 cm³/mol이 이 상황에서 물의 분몰 부피이다. 또한 물이 1몰 첨가될 때 부피 증가는 혼합물을 구성하는 물과 에탄올의 비율에 따라서도 다르게 된다. 물과 에탄올의 혼합물과는 달리 혼합 시에 이종 분자 간에 반발력이 작용한다면, 첨가한 부피보다 혼합물의 부피가 더 증가한다. 이때에도 혼합물 부피의 증가 정도는 혼합물 구성 성분의 비율에 따라 달라진다. 이러한 개념을 일반화하면 어떤 성분 i의 분몰 부피(V̄ᵢ)는 로 정의된다. 이 식은 성분 i의 분몰 부피가 온도(T), 압력(P), 다른 성분 j의 몰수가 일정할 때, 혼합물의 부피(V)를 성분 i의 몰수 nᵢ로 미분한 값이라는 뜻이다. 이는 성분 i의 몰수에 따른 혼합물의 부피 그래프에서 접선의 기울기를 의미한다.
2가지 성분의 혼합물 계에서 한 물질의 분몰 부피는 다른 물질의 분몰 부피와 관계를 갖는데, 이를 설명하는 식이 깁스-뒤엠 식으로, nᵢdV̄ᵢ + nⱼdV̄ⱼ = 0이다. 여기서 nᵢ와 nⱼ는 혼합물의 성분 i와 j의 몰수이며, dV̄ᵢ와 dV̄ⱼ는 각각 성분 i와 j 각각의 분몰 부피 변화량이다. 이 관계식에 의하면 두 성분의 분몰 부피는 비율이 변함에 따라 독립적으로 변할 수 없으며 증감의 방향은 서로 반대이다. 한편 한 성분이 희석된 상태에서의 다른 성분의 분몰 부피 변화의 관계도 알 수 있다. 물의 비율이 매우 작은 영역에서는 물 분자를 둘러싼 에탄올이 물 분자의 수소 결합 네트워크를 깨는 양이 많아져 물의 분몰 부피가 급격히 변하지만, 에탄올의 분몰 부피는 물의 상대적인 양이 극도로 작으므로 완만한 변화를 보인다. 반면, 에탄올이 많이 희석된 상태에서는 에탄올의 분몰 부피가 급격히 변하며 물의 분몰 부피는 그렇지 않다.
순수한 물질 1몰의 부피와 달리, 분몰 부피는 음수인 경우도 있다. 가령 순수한 물에 황산마그네슘(MgSO₄)을 극소량 첨가했을 때 황산마그네슘의 분몰 부피는 -1.4 cm³/mol이고, 이는 많은 양의 물에 황산마그네슘 1몰을 넣으면 부피가 1.4 cm³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물에서 황산마그네슘이 Mg²⁺와 SO₄²⁻ 이온이 되어 물 분자와 결합하면서 물 분자들이 형성하고 있는 구조를 수축시키기 때문이다.
\ 1몰 : 원자나 분자 6.02 × 10²³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