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다음으로부터 추론한 것으로 옳은 것은?
상대방을 경어법으로 대우하는 절차는 호칭 대명사에서 간명하게 체계화된다. 예컨대, 라틴어 2인칭 대명사가 평칭어 'tu'와 경칭어 'vos'로 양분되듯이, 대다수 서양어의 2인칭 대명사는 평칭어(T)와 경칭어(V)로 양분된다. 이들 대명사의 사용은 우선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 연장자와 연하자, 부모와 자녀, 고용주와 고용인, 귀족과 평민, 장교와 사병 사이에는 지위의 차이가 있고, 상위자는 하위자에게 T를, 하위자는 상위자에게 V를 사용한다. 만일 지위가 동등하다면 서로 V를 사용하거나 서로 T를 사용하는데, V의 생성 과정상 초기에 귀족층은 V를, 평민층은 T를 사용하였다.
이들 대명사의 선택을 결정하는 요인으로는 지위 이외에 유대(혹은 친근도)도 있다. 가족, 동향, 동지 등과 같은 어떤 공통 바탕에 따라 유대의 두터움 정도가 사람마다 다른데, 그러한 가까움의 정도가 지위 못지않은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지위가 동등하더라도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서로 V를, 가까운 사이라면 서로 T를 쓴다. 지위의 차이가 있을 때는 한쪽은 V를 다른 한쪽은 T를 쓰고, 지위가 동등할 경우는 친근도에 따라 서로 T를 주고받거나 서로 V를 주고받는다.
20세기 중반 이후 점차 유대가 지위보다 더 중요한 요인으로 부상한다. 가령, 고객은 점원보다 지위에서 더 높다고 볼 수도 있으나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다. 지위의 차이만 고려하면 고객이 점원에게 T를 써야 하나 실제로는 그러기 어렵다. 지위만 고려하면 자식은 부모에게 V를 써야 하지만, 워낙 친근한 사이라서 T를 쓰는 일이 흔하다. 이는 지위의 차이와 상관없이 친근한 사이에서는 서로 T를, 그렇지 않은 사이에서는 서로 V를 사용하는 양상이 크게 확대되었음을 말해준다. 그렇지만 서로 V를 주고받다가 친해지면서 서로 T를 사용하자고 제안할 때 그 제안자가 하위자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지위의 고하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 시대와 상관없이 서양에서 갑이 을에게 V를 사용한다면, 적어도 을이 갑보다 지위에서 하위자는 아니다.
- 시대와 상관없이 서양에서 지위가 동등한 자들끼리 T를 사용하는 경우보다 유대가 깊은 자들끼리 T를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 20세기 중반 이후에는 서양에서 한쪽은 V를 사용하고 다른 한쪽은 T를 사용하며 서로 대화하는 양상이 그 이전보다 줄어들었다.
- 20세기 중반 이후 서양에서 갑과 을이 서로 V를 사용하다가 서로 친분이 쌓이면서 갑의 제안으로 서로 T를 쓰게 되었다면, 갑이 을보다 지위에서 상위자이다.
- 20세기 중반 이전에는 서양에서 갑과 을이 서로 V를 사용하다가 갑의 지위가 상승하여 상위자가 되었을 때, 갑과 을이 여전히 V를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그 이후보다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