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클라이스트의 소설 『미하엘 콜하스』(1810)에서 16세기 브란덴부르크의 말 장수 콜하스는 한 떼의 말을 이끌고 작센의 어느 성을 지나다 전에 없던 차단목을 마주한다. 관문지기의 요구에 따라 통행세를 지불하고 지나려 했으나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지주 귀족 벤첼에게 저지당하자 소유한 말 두 필을 보증 수단으로 남기는 조건으로 통행을 허락받는다. 여행증이 법적 근거가 없음을 뒤늦게 알게 된 그는 벤첼을 처벌할 것과 그간 혹사당해 야위어 버린 말을 회복시킬 것 등을 청원하며 고소장을 여러 차례 제출하지만, 벤첼의 친인척이 개입함으로써 법적 구제는 번번이 좌초된다. 법원은 그를 경미한 사안에 대한 불평꾼으로 치부한다. 능멸당한 권리 회복을 위한 적법한 시도들이 좌절되자 콜하스는 무리를 모아 불의에 대한 폭력적 단죄를 결행한다. 그 과정에서 신학자 루터와 격론을 벌이기도 한다. 법원이 자신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동시에 자신이 제시했던 요구를 받아들인 시점에야 콜하스는 복수를 종결하기로 하고 사형대에 기꺼이 오른다.
콜하스가 방화와 살인을 일삼게 된 발단이 고작 말 두 필이었음은 독자에게 당혹스러운 설정이다. 권리 침해에 반발하며 저질러 온 폭력과 비교할 때 애초에 받았던 부당한 처우는 오히려 하찮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자신의 정당함에 대한 확신에 차 있다. 이를 두고 괴테는 작품에서 읽어낼 만한 것은 주인공의 ㉠'++지독한 편집증++'뿐이라 평한 바 있다. 혹자는 그를 국가의 전복을 기도하는 폭도나 독선과 아집에 사로잡힌 싸움꾼으로 보기도 한다. 반면 에링이 이해한 콜하스는, 부패한 법원의 손아귀에서 '더럽혀진 검'을 빼앗아 저항한 후 응분의 처벌을 받은 자다. 에링이 볼 때 소를 제기하도록 이끄는 동인은 경험된 불의에 대한 도덕적 고통이며, 이해타산이 아니다. 내 소유물을 앗아간 자는 내 물건만이 아니라 내 인격도 공격한 셈이고, 그러한 모독을 참는 것은 한순간이나마 ㉡ ++무법 상태++를 승인하는 것이 된다. 개인이든 민족이든 그리하지 않을 의무를 저버리지 않아야 함을 에링은 역설한다. '기울어진 저울'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배상받음으로써 콜하스는 자기 권리를 다시금 명예롭게 만들었으며, 더 나아가 미래의 침해로부터 동료 시민들을 구할 의무를 이행한 것이다.
작중 콜하스가 살아가는 사회는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계약이 실현된 상태이다. "법의 보호란 평화롭게 생업을 이어가는 데에 필요한 것이며, 그렇기에 자기 것을 모두 갖고 ㉢ ++피신처++로 찾아온 것"이라 말하는 콜하스는, 이변이 없었더라면 모범적인 시민으로 살아갔을 자다. 하지만 수차례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법의 문 앞에 서서, 콜하스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끔찍한 무질서' 속의 자연 상태에 다다른 파국으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스스로를 추방된 자로 여기는 콜하스를 루터는 "국가가 존속하는 한 그곳으로부터 누군가가 추방당하는 경우는 없다"며 꾸짖지만, "㉣ ++추방++이란 바로 법의 보호가 거부되었음을 뜻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주권자에 대한 신민의 의무는 신민을 보호하는 권력에 대해서만 유지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콜하스는 '천주의 권한에 의거하여' 스스로 판결문을 작성하고 포고문을 선포한다. 그는 자신을 국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자, 오직 ㉤ ++신에게만 복종하는++ 지배자로 규정한다.
소설 집필 당시, 유혈 혁명의 도래를 우려하던 클라이스트는 프로이센 개혁 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다만 개혁을 성공시키려면 혁명적 추진력은 필요하다고 보았다. 『미하엘 콜하스』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정치적·법적 부조리를 날카롭게 지적하는 동시에 그것이 초래하고야 마는 폭력 상황을 자극적으로 그려내며 불의와 폐습을 혁파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선제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말 장수 콜하스의 이야기는 권리의 침해가 인간에게 그리고 법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상상하고 다시 사유해 볼 수 있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