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A는 〈B의 보고〉가 자신의 견해를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대한 비판으로 적절한 것만을 〈보기〉에서 있는 대로 고른 것은?
〈A의 견해〉
재료가 같고 크기도 거의 같은 정육면체와 구를 손으로 만져서 구별해내던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시력을 얻게 되었다고 하자. 이 순간 그는 만져보기 전에 바라만 보고도 어느 것이 정육면체이고 구인지 구별할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만약 모난 면에 대한 촉각 관념과 시각 관념이 질적으로 같은 부류라면, 그는 모난 면을 보자마자 정육면체임을 확실히 알아볼 것이다. 그것은 그가 이미 잘 알고 있던 한 관념을 새로운 통로로 받아들인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끈함이나 거칠거칠함 같은 촉각 관념과 곡선이나 기다란 변 같은 시각 관념은 전혀 다른 부류의 것이다. 따라서 정육면체와 구의 생김새에 관한 촉각 관념과 시각 관념의 관계는 곧바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13세가량의 선천적 시각장애인이 백내장 수술 후 새로운 시각 경험에 어떻게 반응했는지에 대한 외과의사 B의 보고에 따른다면 나의 견해는 실제로도 입증된 셈이다.
〈B의 보고〉
수술 후 환자가 최초로 보게 되었을 때 그는 거리 판단을 전혀 하지 못해서 눈에 와 닿는 모든 대상이 피부에 닿는 느낌이었으며, 어떤 대상도 매끄러운 대상만큼 느낌이 좋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그는 대상의 생김새를 전혀 판단할 수 없었고, 좋은 느낌을 주는 대상의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추측할 수 없었다. 그는 어떤 사물에 대해서도 그 생김새를 알지 못했고, 아무리 형태나 크기가 서로 달라도 한 사물이 또 하나의 사물과 다르다는 것을 눈으로는 알지 못했다.
〈보기〉
ㄱ. 〈B의 보고〉는 환자의 시각 장애 정도나 지적 수준 등이 환자의 첫 시각 경험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
ㄴ. 〈B의 보고〉는 환자가 첫 시각 경험에서 주어진 것들을 촉각 관념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시각 관념은 경험을 통하여 새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ㄷ. 〈B의 보고〉는 환자가 구별하는 것과 환자가 말하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데, 환자는 시각 경험을 언어로 표현해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 시각에 주어진 대상들을 구별하지 못한 것은 아닐 수 있다.
- ㄱ
- ㄴ
- ㄱ, ㄷ
- ㄴ, ㄷ
- ㄱ, ㄴ, 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