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민주 정치의 중요 요소인 정당 정치는 ‘개별 정당’과 ‘정당 체계’ 차원으로 나뉜다. 이때 정당 체계는 여러 정당이 조직화된 양식으로 작동하는 정당 군(群)을 의미한다. 개별 정당 분석이 대의제 아래에서 정당이 수행하는 시민 여론 조직화·가치화 기능에 대한 평가를 중요시한다면, 정당 체계 분석은 정당 간 상호 작용에 초점을 둔다. 정당 체계 분석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이 ++정당 수 산정++이다. 정당 수가 많은가 적은가 하는 것은 그 정치 체계의 이데올로기적 분포 및 정치 상황의 안정도를 보여 주는 중요 지표이다.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분포가 궁극적으로 정치 체계의 불안정으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정당 수는 이념적 분포가 원심적인지 아니면 구심적인지를 보여 준다. 최근까지 정당 수 산정을 위한 다양한 방식이 제시되어 왔는데, 이는 정치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당 수를 산정하는 방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단순 방식’이 있다. 이 방식에서는 한 정치 체계의 규정에 따른 정당이면 모두 동일한 자격을 갖춘 정당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이 방식은 유효한 정당의 수가 항상 고정된 것이 아니라, 정치 상황의 시점(時點)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못한다. 특히 내각 책임제의 경우 선거 전이냐 아니면 선거 후냐에 따라 유효한 정당의 수가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이항 분류 방식’이다. 이 방식은 의회에 의석을 보유하고, 내각 구성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는 정당만을 정당 체계 내 정당으로 인정한다. 이항 분류 방식은 특히 정당 난립 상황이 심할수록 유용한 분석 수단이다. 내각 책임제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당이 있느냐가 아니라 내각 구성에 참여할 수 있는 정당 수가 몇이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제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른 정당 체계와 총선 결과에 따른 정당 체계가 서로 다른 경우에는 이항 분류 방식을 사용하여 비교하기가 어렵다. 다시 말해 이 방식은 정부 형태 간 교차 분석을 위해 사용하기 어렵다. 동시에 내각 구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정치적 실체로서 존재하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당의 존재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방식의 단점이다.
앞의 두 방식을 비판하며 등장한 것이 ㉠‘++지수화 방식++’이다. 지수화 방식에서는 내각 참여 여부를 막론하고 각 정당의 득표수와 의석수의 상대적 가치를 중요시한다. 이 방식은 각 정당의 득표수 또는 의석수를 상대적 비율로 파악하여 ‘선거 유효 정당 지수’ 또는 ‘의회 유효 정당 지수’를 산정한다. 만약 2개의 정당이 선거에 참여했고 각각 60%와 40%를 득표했다면, 1을 각각의 제곱의 합(0.36+0.16)으로 나눈다. 따라서 선거 유효 정당 지수는 1.9(1/0.52)가 된다. 의회 유효 정당 지수는 득표율 대신 의석 비율을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러한 지수화 방식은 대통령 선거와 총선의 정당 체계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정당의 선거별 득표수 또는 의석수를 상대적인 값으로 전환하여 지수화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정당 체계의 정당 수는 산정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다양한 정당 수 산정 방식이 제시된 것은 복잡한 정치 현상의 실체에 보다 가까이 접근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특정 정부 형태나 정치 상황에 국한되지 않는 산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국가 간 정당 체계 비교 연구나 정당 체계에 대한 일반 이론의 개발을 위해서는 지수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 방식은 정치 체계 간의 이데올로기적 분포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주며, 나아가 어떤 정당 체계가 민주 정치의 안정적 운영에 적절한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