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자료〉는 기원전 200년 경 한(漢)나라 때에 작성된 『주언서(奏讞書)』의 일부이다. 이로부터 바르게 추론될 수 없는 것은?
〈자료〉
여자 갑(甲)은 남편 정(丁)이 병사하여 상을 지내고 있었다. 관을 대청에 두고 정의 모친 소(素)와 함께 밤새 관 주위를 돌며 곡을 하다가 갑이 남자 병(丙)과 관 뒤의 안방에서 통정했다. 다음날 이 행위를 이유로 소가 갑을 고소했다. 관리가 갑을 체포한 뒤, 심리를 마치고 정위(廷尉)는 갑을 처벌하는 취지의 판결문을 작성했다. 속관인 정사(廷史)가 뒤늦게 이에 이의를 제기했다.
정사:저는 처벌의 근거와 죄목이 분명하지 않으면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것과 남편 사후에 시집가는 것 중 어느 쪽의 죄가 더 무겁습니까?
정위:전자는 ‘간음’에 해당하고, 후자는 논죄하지 않는다.
정사:그럼 남편이 외출 중에 아내가 집에서 다른 남자와 간음하였더라도, 관리가 아내를 집 밖에서 체포하여 입건하였다면 어떻게 논죄합니까?
정위:‘간음’으로 논죄할 수 없다.
정사:살아 있는 가장을 잘 모시지 않은 자와 사망한 가장의 제사를 잘 지내지 않은 자는 어떻게 논죄합니까?
정위:전자는 ‘불효’에 해당하고, 후자는 논죄하지 않는다.
정사:살아 있는 가장의 가르침을 듣지 않는 자와 사망한 가장의 가르침을 듣지 않는 자는 어떻게 논죄합니까?
정위:전자는 ‘오한(敖悍)’에 해당하고, 후자는 논죄하지 않는다.
정사:그런데 갑의 행위가 가장을 잘 모시지 못한 죄와 가르침을 듣지 않은 죄 중 어디에 해당한다고 보신 것입니까?
정위:소를 모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이미 확인했다.
정사:판결문에도 그렇게 나오더군요. 다만 소가 갑에게 통정을 하지 말라는 가르침을 내린 적이 있었는지 확인하셨습니까?
정위:없었다고 확인했지만 내가 그 사실을 간과한 채 판결을 내렸구나. 네 견해에 따라 판결문을 다시 작성해야겠다.
- ‘간음’은 판결문에서 갑에게 적용된 죄목이 아니었을 것이다.
- 당초 정위는 갑의 행위를 소에 대한 죄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 정위는 갑이 ‘무죄’라는 취지로 판결문을 다시 작성했을 것이다.
- 당초 정위는 갑의 행위가 ‘불효’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 당초 정위는 소가 가장에 해당해야 갑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