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갑병에 대한 판단으로 옳지 않은 것은?
갑 : 금욕이 인간을 자유롭게 만든다. 고통을 견디는 것을 습관화하고 쾌락의 추구를 삼가도록 습관화하라. 우리 삶의 궁극 목표는 일체의 필요와 외적 가치로부터의 자유, 즉 자족성이다. 온갖 욕망들로부터 내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어떠한 정념에도 휘둘리지 않는 부동심이 자족적 삶의 특징이다. 금욕의 훈련에 의해 슬픔이나 기쁨에도 전혀 무관심한 부동심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을 : 금욕주의는 숨겨진 쾌락주의다. 자유를 지향하는 금욕도 결국은 고도의 정신적 기쁨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소극적 쾌락주의와 다름없다. 금욕주의자들이 버린 것은 순수하지 않은 것, 즉 육체의 쾌락이나 그로부터 파생되는 쾌락일 뿐, 그들조차도 순수한 것은 함양하였다. 그 이름이야 어떠하든 이 순수한 것 또한 쾌락과 다름없으며, 쾌락이야말로 쾌락 이외의 그 무엇인가를 위한 것이 아닌 유일무이의 본래적 가치이다. 그런 점에서 금욕을 위한 금욕은 어리석다.
병 : 금욕을 위한 금욕은 어리석다기보다는 도덕의 명령에 대한 은밀한 혐오를 감추고 있다. 자신에게 잘못이 없는데도 스스로를 고통으로 몰아넣기 때문이다. 고통의 추구가 아니라 오히려 쾌락의 추구가 의무이다. 욕구가 충족되지 않은 자신의 처지에 대한 불만족의 누적은 더 중요한 의무들을 위반하게 하는 커다란 유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쾌락의 추구는 간접 의무이다. 즉, 의무 수행에 장애가 되지 않을 만큼은 쾌락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 쾌락은 추구할 만하다는 것에 을은 동의하고, 갑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 욕망을 절제하여 도달한 상태도 쾌락의 상태라는 것에 갑과 을은 동의할 것이다.
- 일체의 욕망 추구를 금지하는 것에 갑은 동의하고, 을과 병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 쾌락보다 상위의 가치가 있다는 것에 갑과 병은 동의하고, 을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 쾌락 추구의 허용 근거가 쾌락 자체에 있다는 것에 을은 동의하고, 병은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