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요건 (3):조부모의 손자녀 보통입양
대법원 2021. 12. 23.자 2018스5 전원합의체 결정
판시사항
조부모가 미성년의 손자녀를 보통입양하는 것이 허용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1] 미성년자에게 친생부모가 있는데도 그들이 자녀를 양육하지 않아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한 입 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 이를 불허할 것인지 문제된다. 위 2.에서 보았듯이 입양은 출생이 아니라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원래는 부모·자녀가 아닌 사 람 사이에 부모·자녀 관계를 형성하는 제도이다. 조부모와 손자녀 사이에는 이미 혈족관계가 존재 하지만 부모·자녀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민법은 입양의 요건으로 동의와 허가 등에 관하여 규 정하고 있을 뿐이고 존속을 제외하고는 혈족의 입 양을 금지하고 있지 않다(제877조 참조). 따라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입양하여 부모·자녀 관계를 맺는 것이 입양의 의미와 본질에 부합하지 않거나 불가능하다고 볼 이유가 없다. 조부모에 의한 손자녀 입양이 전통이나 관습에 배치되는 것도 아니다. 조선시대부터 전통적으로 이루어진 입양은 본래 혈족을 입양하는 것으로서, 남자 자손이 없는 사람이 가문의 대를 잇기 위 하여 조카 항렬의 남계 혈족을 양자로 삼아 이른바 소목지서(昭穆之序)를 지키려고 하였다. 그러나 가족질서 관념이 엄격한 조선시대에도 위와 같은 원칙에서 벗어나 외손자를 입양하거나[ 조선시대 예조의 입양허가 관련 기록인 수양시양등록(收養侍養謄錄)과 법외계후등록(法外繼後謄錄)에 수록되어 있다. 후자는 책 본문 첫머리에 기재된 제목에 따라 별계후등록(別繼後謄錄)이라고도 한다] 손자 항 렬의 혈족을 입양하기도 하였다. 조선고등법원 1932. 11. 15. 판결은 증손항렬을 사후(死後) 양자 로 삼은 사안에서 양부가 될 자와 동성동본의 혈족으로서 아들과 같은 항렬 이하에 있는 자는 양 자로서의 적격이 있으므로 이러한 입양도 유효하다고 하였다. 대법원은 민법이 존속 또는 연장자를 양자로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 소목지서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으므로 재종손자(再從孫子) 를 사후양자로 선정하는 행위가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하 였다(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므 347 판결 참조). 비교법적으로 보면, 현대적인 입양법제를 갖춘 미국이나 독일에서 조부모 등 혈족의 입양이 허 용되고 있다. 미국의 많은 주에서는 조부모를 포함한 친족에게 입양 우선권을 주거나 간이하게 입 양할 수 있도록 절차적 특례를 인정함으로써 입양을 권장하기도 한다. [2] 조부모가 자녀의 입양허가를 청구하는 경우에 입양의 요건을 갖추고 입양이 자녀의 복리에 부합한다면 이를 허가할 수 있다. 다만 조부모가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에는, 양부모가 될 사람과 자녀 사이에 이미 조손(祖孫)관계가 존재하고 있고 입양 후에도 양부모가 여전히 자녀의 친생부 또 는 친생모에 대하여 부모의 지위에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사정이 자녀의 복리에 미칠 영향에 관하여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