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란과 저속의 구별기준 및 성표현물 출판금지의 위헌 여부
헌재 1998. 4. 30. 95헌가 16
판시사항
출판사가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을 출판하여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였다고 인정되 는 경우”에, 등록청(서초구청장)이 당해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한 법률조항(출판 사등록법)은 출판사를 운영하는 자의 언론·출판의 자유를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것인지가 기본쟁점 이다. 헌법재판소는 음란 부분은 합헌이고, 저속 부분은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구체적인 쟁점은 다음의 5가지이다.
1. 출판사 등록을 취소하는 공권력 행사로 인해 그 출판사 운영자의 어떤 기본권이 제한을 받는 것인가? [언론·출판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상호권 ]
2. 음란 또는 저속한 성표현은 헌법 제21조 제1항이 보호하는 ‘언론 ‧출판’에 해당하는가? 즉, 음 란 또는 저속한 성표현도 헌법의 보호를 받는가? [엄격한 의미의 음란은 헌법의 보호대상이 아니 다]
3. 등록취소의 기준인 ‘음란 또는 저속’이라는 개념이 너무 불명확하고 모호해서 명확성의 원칙 에 위반되는가? [음란은 위반이라고 볼 수 없지만, 저속은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 ]
4. 음란한 간행물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출판사 등록을 취소시키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 는가?(소극) 5. 저속한 간행물을 출판했다는 이유로 출판사 등록을 취소시키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 는가?(적극)
결정요지
1.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등록한 모든 출판사에 대하여 음란 또는 저속한 간행물의 출판을 금지시키고(1차 규제) 이를 위반한 경우에 당해 출판사의 등록 을 취소하는(2차 규제) 수단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서 1차 규제내용인 ‘음란 또는 저속한 출판의 금지’는 일정한 내용의 표현을 금지시키는 것이어서 헌법 제21조 제1항의 언론 ․출판의 자유를 제약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등록이 취소되면 당해 출판사는 음란 ․저속한 간행물뿐만 아니라 합 헌일 수도 있는 모든 간행물을 동일한 출판사의 이름으로는 출판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등록취소라는 2차 규제는 당해 출판사의 합헌적인 표현에 대한 언론·출판의 자유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당해 출판사에 대해 재등록에 소요되는 일정기간 동안 출판업을 못하게 함으로써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약하고, 또 그 출판사의 상호를 사용할 수 없게 함으로써 상호권이라는 재산권을 제약한다고 하겠다.
2.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 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여 그 표현의 해악이 해소될 수 없을 때에만 비로소 국가의 개입은 그 필요성이 인정되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 ․출판의 영역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2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표현은 일단 표출되면 그 해악이 대립되는 사상의 자유경쟁에 의한다 하더라도 아예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닌 것이 있다. 바로 이러한 표현에 대하여는 국가의 개입이 1차적인 것으로 용인되고,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데, 헌법 제21조 제4항이 바로 이러한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의 한계를 설정 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이 규율하는 음란 또는 저속한 표현 중 ‘음란’이란 인간 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서,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서도 그 해악이 해소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러한 엄격한 의미의 음란표현은 언론 ․출판의 자유에 의해서 보호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저속’은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않는 성표현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헌법적인 보호영역 안에 있다.
3. 법문언이 해석을 통해서, 즉 법관의 보충적인 가치판단을 통해서 그 의미내용을 확인해낼 수 있고, 그러한 보충적 해석이 해석자의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없다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적어도 수범자와 법집행자에게 적정한 지침을 제시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 또 법적용자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의 ‘음란’ 개념은 그것이 애매모호하여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저속’의 개념은 그 적용범위가 매우 광범위할 뿐만 아니라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에 의한다 하더라도 그 의미내용을 확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추상적이다. 이 ‘저속’의 개념에는 출판사등록이 취소되는 성적 표현의 하한이 열려 있을 뿐만 아니라 폭력성이나 잔인성 및 천한 정도도 그 하한이 모두 열려 있기 때문에 출판을 하고자 하는 자는 어느 정도로 자신의 표현내용을 조절해야 되는지를 도저히 알 수 없도록 되어 있어 명확성의 원칙 및 과도한 광범성의 원칙에 반한다.
4. 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엄격한 의미의 음란물로부터 사회의 성도덕을 보호하기 위하여 음란출판을 금지시킬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거 행위에 대한 제재의 의미 보다는 출판사 등록 자체를 취소시켜 전면적으로 출판활동을 못하게 함으로써 차후에 계속될 수도 있는 음란물의 출판을 금지시키고 나아가 이미 발간된 음란물의 유통을 억제하려는 데에 그 주된 의도가 있다.
① 엄격한 의미의 음란물의 출판금지 및 유통억제의 목적은 정당하고 등록취소의 수단은 이러한 목적을 위하여 적합한 수단이다.
② 등록취소의 수단은 그 불가피성이 인정된다. 현행 법제상 이미 발간된 음란출판물의 유통을 신속히 차단시키는 방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형법 제243조(음화반포등) 및 제244조(음화제조등)에 관련된 수사단계에서 전국에 유통되고 있는 음란물을 압수수색영장만으로 전면 수거한다는 것은 법이론상 및 실제상 곤란한 일이다. 또한 민사절차상의 가처분제도는 원칙적으로 공익목적에 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어서 행정청이 음란물차단이라는 공익을 위하여 가처분을 신청하는 것 또한 현행 법제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음란한 간행물을 발 간한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시키고 이러한 사실을 유통업자에게 통지함으로써 음란물의 유통을 간 접적으로 억제하는 방법은 현행 법제상 불가피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③ 음란출판물은 일반적 인 출판물과 같은 정상적인 유통경로를 거치지 않고, 은밀하고 파행적이며 변칙적인 경로를 통하여 배포․판매될 뿐만 아니라 출간되는 즉시 전국 유통망을 통해 신속하게 유통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성을 왜곡하는 음란출판으로부터 사회의 성도덕을 보호하고 특히 청소년의 건 전한 심성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은 현저히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5. 저속한 표현은 음란표현과는 달리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속하는 표현이며 일정한 사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물론 청소년의 건전한 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퇴폐적인 성표현이나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잔인한 표현 등을 규제할 필요성은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저속한 표현을 규제 하더라도 그 보호대상은 청소년에게 한정되어야 하고, 규제수단 또한 청소년에 대한 유통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좁게 설정되어야 한다. 예컨대, 청소년이 보아서는 안 되는 저속한 표현물에 대해 등급표시를 하거나, 판매시 청소년의 접근을 차단시키기 위하여 별도의 코너를 마련하는 등의 규제조치를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은밀하고 변칙적인 유통경로를 통하여 청소년에게 유해한 저속간행물을 계속적으로 유통시키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행정적 제재로서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일정 기간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또는 필요한 경우 형사적 제재수단을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저속한 간행물의 출판을 전면 금지시키고 나아가 출판사의 등록을 취소 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바, 이는 지나치게 과도한 수단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청소년보호라는 명목으로 성인이 볼 수 있는 것까지 전면 금지시킨다면 이는 성인의 알 권리의 수준을 청소년의 수준으로 맞출 것을 국가가 강요하는 것이어서 성인의 알권리를 명백히 침해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