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정범의 본질
대법원 1988. 9. 13. 선고 88도1114 판결
판시사항
외국인에게 국가를 모독하는 유인물을 배포하는 행위를 형법 제104조의2 제2항 위반죄로 처벌 할 수 있는지 여부
결정요지
[다수의견] 형법 제34조 제1항이 정하는 간접정범은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케 하는 것으로 이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는 시비를 판별할 능력이 없거나 강제에 의하여 의사의 자유를 억압당하고 있는 자, 구성요건적 범의가 없는 자와 목적범이거나 신분범일 때 그 목적이나 신분이 없는 자, 형법상 정당방위, 정당행위, 긴급피난 또는 자구행위로 인정되어 위법성이 없는 자 등을 말하는 것으로 이와 같은 책임무능력자, 범죄사실의 인식이 없는 자, 의사의 자유를 억압 당하고 있는 자, 목적범, 신분범인 경우 그 목적 또는 신분이 없는 자 위법성이 조각되는 자 등을 마치 도구나 손발과 같이 이용하여 간접으로 죄의 구성요소를 실행한 자를 간접정범으로 처벌하는 것이므로 형법 제104조의2 제2항의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은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이를 간접정범에서의 도구나 손발처럼 이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하겠으므로…이 규정을 들어 간접정범을 정한 취지라고 해석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한편 형법 제104조의2 제2 항은 ‘전항의 행위’라고 하여 그 행위는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 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행위’ 로서 [그 자체가] 구성요소적 행위이며 형법 제104조의2의 국가모독죄는 위태범이므로 그 행위 시에 이미 범죄는 기수가 되며, 형법 제104조의2의 국가모독죄에 미수범처벌규정을 마련하지 않은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이유에 연유하는 것이라고 풀이된다.
그리고 형법 제104조의2의 규정은 그 제1항의 내국인의 국외에서의 행위와 그 제2항의 내국인의 국내에서의 외국인 또는 외국단체 등에 대한 행위로 나누어 규정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또는 위신의 대외적 보호를 위한 규정일 뿐 그 장소적 의미를 따로 해석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위 형법 제104조의2 제2항의 규정 중 ‘이용하여’라는 말에 집착한 나머지 형법 제 104조의2 제2항의 죄가 성립하려면 내국인이 외국인을 이용하는 행위와 이용당한 그 외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및 그 헌법기관을 비방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 성립된다는 전제 아래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조치에는 판결에 영향을 미침이 분명한 형법 제104조의2 제2항의 국가모독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원심으로 환송하기로 한다.
[반대의견] 형법 제104조의2 제1항은 국외에서 내국인이 동항 소정의 모독행위(이하 국가모독행위라 한다)를 한 경우만을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동조 제2항은 국내에서 국가모독행위를 한 경우 에는 원칙적으로 처벌의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되 다만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모독 행위를 한 때에 한하여 이를 처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이용하여’라 함은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교사 또는 방조하는 등 이들의 행위를 통하여 국가모독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풀이함이 타당하다. 즉 내국인이 국내에서 한 국가모독행위는 원칙적으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으나 다만, 국내에서 외국인을 교사 또는 방조하는 등 이들의 행위를 통하여 국가모독행위를 한 경우에 는 그것이 외국인 등의 행위라는 점에서 국가 또는 헌법기관에 대한 해외에서의 여론·신뢰를 저해 하거나 저해할 위험성이 크다고 할 것이므로, 비록 국내에서 행하여진 모독행위라고 할지라도 이를 이용한 내국인을 처벌하고자 하는 것이 위 제2항의 취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국인이 국내에서 한 국가모독행위에 관한 형법 제104조의2 제2항의 규정은 이를 함부로 확장해석할 것이 아니라 문리대로 외국인 등의 행위를 이용하여 한 경우만을 처벌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외국인에게 유인물을 배포 한 것만으로는 외국인의 행위를 이용하여 모독행위를 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 원심결론을 결국 정당하다.
<관련조문> 형법 [1988.12.31. 법률 제404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04조의2 ① 내국인이 국외에서 대한민국 또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모욕 또는 비방하거나 그에 관한 사실을 왜곡 또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안전, 이익 또는 위신을 해하거나, 해할 우려가 있게 한 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한다.
② 내국인이 외국인이나 외국단체 등을 이용하여 국내에서 전항의 행위를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