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표현의 자유 –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의 위헌성
헌재 2012. 8. 23. 2010헌마47등
판시사항
1. 인터넷게시판을 설치·운영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본인확인조치의무를 부과하여 게시 판에 글이나 영상 등의 정보를 게시하고자 하는 이용자로 하여금 본인확인절차를 거쳐야만 게시판 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본인확인제(정보통신망법 규정)는 누구의 어떤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인
가? [게시판이용자의 익명표현의 자유·개인정보자기결정권,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 2. 인터넷게시판 본인확인제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하여 위헌인가?(적극)
결정요지
1.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는 사상 또는 의견의 자유로운 표명(발표 의 자유)과 그것을 전파할 자유(전달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의사의 ‘자유로운’ 표명 과 전파의 자유에는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 또는 가명으로 자신의 사상 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도 포함된다.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있어 의사표현 또는 전파의 매개체는 어떠한 형태이건 가능하며 그 제한이 없는바, 인터넷게시판은 인터넷에서 의 사를 형성·전파하는 매체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의사의 표현·전파 형식의 하나로서 인 정된다. 이 사건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가 게시판에 정보를 게시함에 있어 본인 확인을 위하여 자 신의 정보를 게시판 운영자에게 밝히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표현의 자유 중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신원을 누구에게도 밝히지 아니한 채 익명으로 자신의 사상이나 견해를 표명하고 전파할 익명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 동시에, 그러한 게시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으로 말미 암아 게시판 이용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전파하려는 정보통신서비스 제 공자의 언론의 자유 역시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그 밖에 본인확인제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에게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확인정보를 수집하여 보관할 의무를 지우고 있는데, 본인확인정보는 개 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정보로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고,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수집·보관·처리·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원칙적으로 개인정 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본인확인제는 게시판 이용자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한 이용 및 보관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 2. ① 본인확인제는 인터넷상의 언어폭력, 명예훼손, 불법정보의 유통 등을 방지하기 위하여 게 시판 이용자가 그와 같은 정보를 게시할 경우에는 향후 신원 확인을 통하여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 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하여 표현내용에 신중을 기하고 불법정보 등의 게시 를 자제하도록 함과 아울러, 게시판 이용자의 위와 같은 행위로 실제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피해자 구제를 위하여 가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확보함으로써 게시판을 보다 책임 있 는 공론의 장이 되도록 유도하여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한 목적 달성 에 기여하는 적합한 수단임이 인정된다. ② 그러나 위의 입법목적은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 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표방하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의 조성 등 입법목 적은, 인터넷 주소 등의 추적 및 확인, 당해 정보의 삭제·임시조치, 손해배상, 형사처벌 등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약하지 않는 다른 수단에 의해서도 충분히 달성 할 수 있음에도,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 본인확인제의 적용범위를 광범위하게 정하여 법집행자에게 자의적인 집행의 여지를 부여하고, 목적달성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 과도한 기본권 제 한을 하고 있으므로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 또한 이 사건 법령조항들은 국내 인터넷 이용자들의 해외 사이트로의 도피,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시비로 인한 집행 곤란의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 고, 나아가 본인확인제 시행 이후에 명예훼손, 모욕, 비방의 정보의 게시가 표현의 자유의 사전 제 한을 정당화할 정도로 의미 있게 감소하였다는 증거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본인확인제에 의한 익명표현의 자유의 제한은 매우 중대하다. 익명이나 가명으로 이루어지 는 표현은, 외부의 명시적 ․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 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 ․사 회적 약자의 의사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의 내 용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익명표현은 인터넷이 가지는 정보전달의 신속성 및 상호성과 결합하여 현실 공간에서의 경제력이나 권력에 의한 위계구조를 극 복하여 계층 ․지위․나이․성 등으로부터 자유로운 여론을 형성함으로써 다양한 계층의 국민 의사를 평 등하게 반영하여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되게 한다. 따라서 비록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표현이 부작 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갖는 헌법적 가치에 비추어 강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본인확인제는 기간 제한 없이, 표현의 내용을 불문하고 주요 인터넷 사이트의 대 부분의 게시판 이용과 관련하여 본인확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정보 등을 게시하고자 하는 자가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본인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등의 노출에 따른 규제나 처벌 등 불이익을 염려하여 표현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고, 인터넷을 악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로 대다수 시민의 정당한 의사표현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익 명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나아가 현재 주로 이용되고 있는 신용정보회사에 의한 게시판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일 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에 의한 본인확인은, 주민등록번호를 부여받을 수 없는 외국인이나 주민등 록번호가 없는 재외국민에 대하여 게시판에의 정보 게시를 봉쇄함으로써 그들의 표현의 자유를 사 실상 박탈하는 결과에 이르고 있다. 한편 인터넷 기술의 발달에 따른 인터넷 환경의 변화로 인터넷 이용자들이 일반 게시판보다는 본인확인제의 적용을 받지 않는 모바일 게시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등도 많이 이용하게 되었다. 그 결과 본인확인제는 건전한 인터넷 문화 조성이라는 공익을 인터넷 공간의 아주 제한된 범위에서만 실현하는 반면에, 위와 같이 새롭게 등장한 정보통신망상의 의사소 통수단과 경쟁하여야 하는 게시판 운영자에게는 업무상 불리한 제한을 가하게 되었으며, 그로 말미 암아 인터넷을 통한 여론의 형성·전파라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언론의 자유 역시 심대하게 제한받고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밖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본인확인정보 보관의무 부과로 인하여 게시판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부당하게 이용될 가능성이 증가함에 따라 게시판 이용자가 입는 불 이익 및 수사기관 등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이용자의 개인정보 제출을 요청(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본인확인정보의 보관목적외 사용 우려에 비추어 보면, 개 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 역시 중대함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