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작성 등과 지원사업 배제 지시에 관한 위헌소원 사건
헌재 2020. 12. 23. 2017헌마 416
판시사항
1. 합헌적 법률해석의 의미와 기능은 무엇인가 ? 2.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반국가단체를 이롭게 하는 행위 및 이 행위를 할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의 표 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법률조항(국 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은 그 적용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것인가? 그로 인해 어떤 헌 법 적 문 제 를 안 고 있 는 가 ? 3. 위 법률조항은 그 다의성 때문에 전면 위헌으로 선언되어야 할 규정인가? 합헌적 부분이 존 재하는가 ? 4. 위 법률조항에서 합헌적으로 살려야 할 부분은 어디까지인가 ? 5. 위 법률조항에서 위헌적인 부분을 제거하고 합헌적인 부분을 살리기 위한 주문의 내용은 무 엇인가 ? 6.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7.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危害)를 준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
결정요지
1. 어떤 법률의 개념이 다의적이고 그 어의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할 때 헌법 을 그 최고 법규로 하는 통일적인 법질서의 형성을 위하여 헌법에 합치되는 해석 즉 합헌적인 해 석을 택하여야 하며, 이에 의하여 위헌적인 결과가 될 해석을 배제하면서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 은 살려야 한다는 것이 헌법의 일반 법리이다. 이러한 합헌적 제한해석과 주문례는 헌법재판제도가 정착된 여러 나라에 있어서 널리 활용되는 통례인 것으로서 법률에 일부 합헌적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헌적 요소 때문에 전면위헌을 선언할 때 생길 수 있는 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 이기도 하다. 2. 제7조 제1항의 찬양·고무죄는 “구성원”, “활동”, “동조”, “기타의 방법”, “이롭게 한” 등 무려 다섯 군데의 용어가 지나치게 다의적이고 그 적용범위가 광범위하다. 그러나 이와 같은 문언해석 그대로의 내용이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의 제도 본지일 것으로는 결코 보여지지 않으며, 문언을 그대로 해석·운영한다면 다음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① 첫째, 만일 문리 그대로 해석· 운영한다면 헌법상의 언론·출판, 학문·예술의 자유를 위축시킬 염려가 있다. 국가의 안전보장의 희생 위에 언 론·출판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가 보장될 수는 없지만, 국가안전보장과 관계없는 경우에는 그것 이 북한 집단이나 그 구성원인 주민에 관한 것이라 하여도 그와 같은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헌법 이다. 국가는 헌법이 수호하려는 최고의 가치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헌법 전문, 제4조, 제8조 제 4 항)를 전복하려는 언동 등에 대하여는 단호히 대처를 할 수 밖에 없지만, 그와 무관한 경우에는 개 인이 갖는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지는 것이다. ② 둘째, 문리 그대로 적용범위가 과 도하게 광범위하고 다의적인 것이 되면 법운영 당국에 의한 자의적(恣意的) 집행을 허용할 소지가 생길 것이다. 국가권력과 통치자에 대한 비판이 우연히 북한집단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바가 있으면 여기의 찬양·고무죄의 적용범위에 포함될 수 있으며 정부의 정책 비판이라도 북한 측이 원 용하여 선전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는 인식만 있었다면 이적죄의 고리에 걸 수 있는 포괄성이 있기 때문에 정부비판세력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오용 내지는 남용의 소지를 안고 있다. ③ 셋째, 문언 그대로 해석한다면 헌법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 결을 공고히 하고"의 부분과 헌법 제4조의 평화적 통일지향의 규정에 양립하기 어려운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다. 순수한 동포애의 발휘로서 서로 도와주는 일, 체제문제와 관계없이 협력하는 일은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형성이며, 이는 헌법 전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 을 공고히 하는 소위인 것으로서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것일 수도 있다. 3. 찬양·고무죄 조항이 갖는 문제의 소재는 법문의 다의성과 그 적용범위의 광범성에 있으며 이 때문에 국가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해악을 줄 구체적인 위험이 없는 경우까지도 형사처벌이 확대될 위헌적 요소가 생기게 되어 있는 점이다. 그러나 제7조 제1항의 그 다의성 때문에 위헌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해서 전면위헌으로 완전 폐기되어야 할 규정으로는 보 지 않으며 완전폐기에서 오는 법의 공백과 혼란도 문제지만, 남북 간에 일찍이 전쟁이 있었고 아 직도 휴전상태에서 남북이 막강한 군사력으로 대치하며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마당에서는 완 전 폐기함에서 오는 국가적 불이익이 폐기함으로써 오는 이익보다는 이익형량상 더 클 것이다. 분 명히 평화시대를 기조로 한 형법상의 내란죄나 외환죄는 고전적이어서 오늘날 우리가 처한 국가의 자기안전·방어에는 다소 미흡하다. 따라서 제7조 제1항은 이와 별도로 그 존재의의가 있다고 할 것이며 또 침략행위나 민주체제전복을 부추기는 내용의 언동까지도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보
호하는 것이 헌법이 아닐진대 여기에 합헌적이고 긍정적인 면도 간과할 수 없을 것으로, 다만 위 헌적 요소가 있어서 정비되어야 할 불완전한 것일 뿐이다. 4.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소정의 찬양·고무·동조 그리고 이롭게 하는 행위 모두가 곧바로 국 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또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니 므로 그 행위일체를 어의대로 해석하여 모두 처벌한다면 합헌적인 행위까지도 처벌하게 되어 위헌 이 되게 된다는 것은 앞서 본 바이다. 그렇다면 그 가운데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 본질서에 무해한 행위는 처벌에서 배제하고, 이에 실질적 해악을 미칠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 로 처벌을 축소 제한하는 것이 헌법 전문·제4조·제8조 제4항·제37조 제2항에 합치되는 해석일 것 이다. 이러한 제한해석은 표현의 자유의 우월적 지위에 비추어 당연한 요청이라 하겠다. 5. [주문] 국가보안법 제7조 제1항 및 제5항(1980. 12. 31. 법률 제3318호)은 각 그 소정 행위 가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경우에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해석하에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6.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함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협·침해하고 영토를 침략하며 헌법과 법률의 기능 및 헌법기관을 파괴·마비시키는 것으로 외형적인 적화공작(赤化工作) 등을 일 컫는다. 7.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준다 함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 즉 반국가단체의 일인독재 내지 일당독재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 원칙에 의 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의 유지를 어렵게 만드는 것이고, 이를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기본적 인 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제도, 복수정당제도, 선거제도, 사유재산과 시장경제를 골간으로 한 경제 질서 및 사법권의 독립 등 우리의 내부 체제를 파괴·변혁시키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