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살인죄의 성립요건
대법원 2004. 6. 24. 선고 2004도1098 판결
판시사항
채무를 면탈할 의사로 채권자를 살해하였으나 일시적으로 채권자측의 추급을 면한 것에 불과한 경우, 강도살인죄의 성립 여부
결정요지
원심은, 그 채용 증거에 의하여 피고인이 피해자와 채무 변제기의 유예 여부 등을 놓고 언쟁을 벌이다가 순간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하여 피해자에 대한 채무의 지급을 면하기로 마음먹고, 마침 바 닥에 떨어져 있던 망치로 피해자의 뒷머리 부분을 수회 때리는 등의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다 음, 피해자의 상의 주머니 안에서 피해자 소 유의 현금 120만 원과 신용카드 등이 들어 있는 지갑 개를 꺼내어 가 이를 강취하였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을 강도살인죄로 처단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 러 나 원 심 의 이 러 한 판 단 은 수 긍 할 수 없 다. 가. 강도살인죄가 성립하려면 먼저 강도죄의 성립이 인정되어야 하고, 강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 영득(또는 불법이득)의 의사가 있어야 하며(대법원 1986. 6. 24. 선고 86도776 판결 참조), 형법 제333조 후단 소정의 이른바 강제이득죄의 성 립요건인 '재산상 이익의 취득'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재산상 이익이 사실상 피해자에 대하여 불이익하게 범인 또는 제3자 앞으로 이전되었다고 볼 만한 상태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채무의 존재가 명백할 뿐만 아니라 채권자의 상속인이 존재하고 그 상 속인에게 채권의 존재를 확인할 방법이 확보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록 그 채무를 면탈할 의사로 채 권자를 살해하더라도 일시적으로 채권자 측의 추급을 면한 것에 불과하여 재산상 이익의 지배가 채권자측으로부터 범인 앞으로 이전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이러한 경우에는 강도살인죄가 성 립 할 수 없 다 고 보 아 야 한 다. 그런데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피해자와 피고인 사이에 언쟁이 일어난 원인과 범행 경위 등에 비추어 피고인이 자신의 차용금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 고 오히려 그보다는 피고인의 주장처럼, 피해자가 피고인의 변제기 유예 요청을 거부하면서 피고인 을 심히 모욕하는 바람에 격분을 일으켜 억제하지 못하고 살해의 범행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 당할 뿐 아니라,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에 차용증서가 작성되지는 않았지만 피해자의 그 상속인 중 한 사람인 정○○(피해자의 처)가 피해자로부터 전해 들어 이미 피고인에 대한 대여금 채권의 존재 를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가사 피고인이 그 차용금 채무를 면탈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 해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피해자측의 추급을 면한 것에 불과할 것이어서, 이러 한 사정만으로 곧바로 강도살인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 한편,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한 후 피해자의 재물을 강취하였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살해 직후 피해자가 운전하고 온 차량의 적재함에 피해자의 시체를 싣 고 보니 마침 그 상의 조끼에 지갑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장차 시체가 발견될 때 피해자의 신원 이 밝혀지는 게 두려워 이를 숨기기 위하여 지갑을 꺼내 그 차량의 사물함에 통째로 넣어두었다가 (따라서 이 때까지는 피고인에게 지갑 속의 재물에 대한 불법영득의 의사를 인정하기 어렵다), 그 로부터 15시간 가량 지난 후인 그 다음날 10:00경 범행현장에 다시 왔을 때 지갑 속에 들어 있던 돈과 피해자의 바지주머니에 별도로 들어 있던 10만 원 가량의 돈을 꺼냈다가, 지갑 속의 돈은 피 에 젖어 사용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여 며칠 후 월악산 계곡에다 지갑째로 버리고, 다만 바지주 머니에서 꺼낸 돈을 유류대금과 담배값 등으로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강도살인죄는 강도범인이 강도의 기회에 살인행위를 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강도범행의 실 행중이거나 그 실행 직후 또는 실행의 범의를 포기한 직후로서 사회통념상 범죄행위가 완료되지 아니하였다고 볼 수 있는 단계에서 살인이 행하여 짐을 요건으로 하는데(대법원 1996. 7. 12. 선고 도1108 판결 참조), 피고인이 피해자 소유의 돈과 신용카드에 대하여 불법영득의 의사를 갖게 된 것은 살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로서 살인의 범죄행위가 이미 완료된 후의 일로 보이므로, 살해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 별도의 범의에 터잡아 이루어진 재물 취거행위를 그보다 앞선 살인행위와 합쳐서 강도살인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피고인을 강도살인죄로 처단한 제1 심판결 을 그대로 유지하였으니, 거기에는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또는 강도살인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