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법 제105조의 위헌여부
헌법재판소 2019. 12. 27. 자 2016헌바96 결정
판시사항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으로 국기를 손상, 제거 또는 오욕한 자를 처벌하는 형법(1995. 12. 29. 법률 제5057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 중 국기에 관한 부분(이하 '심판 대상조항'이라 하며, 이에 해당하는 범죄를 '국기모독죄'라 한다)이 명확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다수의견] 가. 대한민국은 독자적 기능을 가지고 일정한 의사를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국가공 동체로서 국민 개인이 가지는 명예·권위와 구별되는 고유의 명예와 권위를 가진다. ‘대한민국을 모 욕’한다는 것은 ‘국가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만한 추상적 또는 구체적 판단이 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심판대상조항이 금지·처벌하는 행위가 무엇인지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으며, 심판대상조항이 지닌 약간의 불명확성은 법관의 통상적·보충적 해석으로 보완될 수 있 다. 따라서 심판대상조항은 명확성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나. 국기는 국가의 역사와 국민성, 이상 등을 응축하고 헌법이 보장하는 질서와 가치를 담아 국 가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국가의 대표적 상징물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기를 존중, 보호함으로써 국 가의 권위와 체면을 지키고, 국민들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입법된 것이다. 심판대상조항은 국기가 가지는 고유의 상징성과 위상을 고려하여 일정한 표현방법을 규제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국기모독 행위를 처벌한다고 하여 이를 정부나 정권, 구체적 국가기관이나 제도 에 대한 비판을 허용하지 않거나 이를 곤란하게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만약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여 국기모독 행위를 금지·처벌하지 않는다면,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 고 국민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되며 국민을 극단적 대립과 갈등 상황으로 몰 아넣을 수 있다. 국기모독 행위를 경범죄로 취급하거나 형벌 이외의 다른 수단으로 제재하여서는
입법목적을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형법 제정 이후 국기모독죄로 기소되거나 처벌된 사례가 거의 없으며, 심판대상조항의 법정형은 법관이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양형할 수 있도 록 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심판대상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어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고,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도 할 수 없다. [재판관 이영진, 재판관 문형배의 일부위헌의견 ] 국기가 상징하는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되고 국민이 국기에 대하여 가지는 존중의 감정이 손상되는 것은 막아야 하겠지만,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국가 상징물로서 특별 히 중요한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모독 행위만을 처벌하고, 그 밖의 국 기에 대한 손상, 제거, 오욕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 ‘공용에 공하는 국기’는 국가기관이나 공무소에서 사용하는 국기를 의미하는바, 국가기관이나 공 무소는 국가의 목적과 기능을 실현하는 매개가 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는 그 밖의 국기와 비교 하여 상징성과 위상이 뚜렷하다. 형법 제109조가 외국 국기에 대한 모독행위를 처벌하면서도 그 대상을 ‘그 나라의 공용에 공하는 국기’로 제한한 것도 공용에 공하는 국기의 뚜렷한 상징성과 위 상 을 고 려 한 것 이 다. [재판관 이석태, 재판관 김기영, 재판관 이미선의 위헌의견 ] 국기를 훼손하는 행위는 어떠한 정치적인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심판대상조항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있는 경우를 처벌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심판대상조항은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라는 초과주관적 요소를 범죄 성립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모욕’ 개념이 광범위하여 다소 경멸적인 표현이 수반된 ‘비판’도 ‘모욕’으로 평가될 수 있고 국가의 정책을 주도하는 특정 집권세력에 대한 모욕을 의도한 것이 국가에 대한 모욕으로 평가될 여지도 있다. 또한 목적범에서의 목적은 미필적 인식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인 점을 고려하면, ‘대한민국을 모욕할 목적’이 범죄 성립범위를 대폭 축소하는 기능을 수행하 는 데는 한계가 있고, 심판대상조항에 따른 규제 범위가 확대될 위험이 있다. 국민의 국가에 대한 정치적 의사의 표현은 국가공동체의 지향점 설정 및 정부 주요 정책 결정과 같은 국가의 의사 형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정치적 의사 표현에 수반되는 경멸적인 표현으로 국가의 권위와 체면이 훼손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의사의 표현행위에 대한 규제 는 가능한 한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