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통일주의
헌재 2000. 7. 20. 98헌바 63
판시사항
남북교류협력에관한법률이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헌법의 제반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 및 남북 교류협력에관한법률 제9조 제3항이 평화통일을 선언한 헌법전문, 헌법 제4조, 헌법 제66조 제3 항 및 기타 헌법상의 통일조항에 위배되는지 여부
결정요지
가.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서 “……우리 대한국민은……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 인 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고 규정하고 있고, 제4조에서는 “대한민국은 통 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규정 하고 있으며, 제66조 제3항에서는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 고 규정하고 있다. 위와 같은 헌법상 통일관련 규정들은 통일의 달성이 우리의 국민적·국가적 과제요 사명임을 밝 힘과 동시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원칙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 리 헌법에서 지향하는 통일은 대한민국의 존립과 안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 또 자유민주적 기 본질서에 위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바탕을 둔 통일인 것이다. 그러나 평화적 통일을 위하 여서는 북한과 적대관계를 지속하면서 접촉·대화를 무조건 피하는 것으로 일관할 수는 없고,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하여 상호 접촉하고 대화하면서 협력과 교류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되는 것이며, 순수한 동포애의 발휘로서 서로 도와주고 일정한 범위 내에서
경제적, 기술적 지원과 협조를 도모하여 단일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야말로 헌법 전 문의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는 방편으로서 헌법정신에 합치되는 것이다. 나. 기본적으로 북한을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로 인정하면서 남북대결을 지 양하고, 자유왕래를 위한 문호개방의 단계로 나아가기 위하여 종전에 원칙적으로 금지되었던 대북 한 접촉을 허용하며, 이를 법률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제정된 것으로서, 그 입법목적은 평화적 통 일을 지향하는 헌법의 제반규정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 법이 없다면 남북한간의 교류, 협력행위는 국가보안법에 의하여 처벌될 수 있으나, 이 법에서 남북관계에 관한 기본적 용어정리, 통신·왕래 · 교역·협력사업 등에 관한 포괄적 규정(제9조 내지 제23조)과 타법률에 대한 우선적용(제3조) 등을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그 적용범위 내에서 국가보안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점에서, 이 법은 평화 적 통일을 지향하기 위한 기본법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다. 그러나 북한과의 접촉이나 교류가 일정한 원칙이나 제한 없이 방만하게 이루어진다면, 국가 의 안전보장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에 어려움을 가져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평화적 통일 을 이루어 나가는 데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으며, 한편으로 북한주민과 접촉·교류하는 개개 당사자 들의 목적달성이나 안전에도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남북한간의 접촉과 대화, 교 류·협력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그에 따라 각 분야에서 필요한 민간부문의 교류·협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에 대하여 일정한 조정과 규제를 하는 것은 헌법 상의 평화통일의 원칙과 국가안전보장 및 자유민주주의질서의 유지, 그리고 국민의 기본권보장이라 는 원리들을 조화롭게 실현하기 위한 방편이 될 것이다. 라. 이 사건 법률조항은 남한의 주민이 북한의 주민 등과 회합·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접촉하고 자 할 때에는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것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은 대체로 남북한간의 교류를 촉진시키고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여 평화통 일의 길로 나아가는 데에 기여하겠지만, 때로는 접촉과정에서 불필요한 마찰과 오해를 유발하여 긴 장이 조성되거나, 무절제한 경쟁적 접촉으로 남북한간의 원만한 협력관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접촉의 시기와 장소, 대상과 목적 등을 정부에서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접촉 당사자의 안위에 관계되는 일이 발생하였을 때 시의적절하게 대처하기 힘들고, 또한 북한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되거나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정적인 영 향을 미치는 통로로 이용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통일부장관이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을 원하는 자로부터 승인신청을 받아 그 접촉의 시기 와 장소, 대상과 목적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검토하여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는 현 단계에서는 불가피하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보장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가운데 평화적 통일을 이루기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 위하여 북한주민 등과의 접촉에 관 하여 남북관계의 전문기관인 통일부장관에게 그 승인권을 준 이 사건 법률조항은 평화통일의 사명 을 천명한 헌법 전문이나 평화통일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조, 대통령의 평화통일의무에 관하여 규 정한 헌법 제66조 제3항의 규정 및 기타 헌법상의 통일관련조항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마. 청구인은 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북합의서의 자유로운 남북교류협력조항에 반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찍이 헌법재판소는 “남북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인바, 이는 한민족공동체 내부의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한 당국간의 합의로서 남북당국의 성의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을 가짐에 불과”하
다고 판시하였고(헌재 1997. 1. 16. 92헌바6 등, 판례집 9-1, 1, 23), 대법원도 “ 남북합의서는 ……남북한 당국이 각기 정치적인 책임을 지고 상호간에 그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 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인정되는 것도 아 니다”고 판시하여(대법원 1999. 7. 23. 선고 98 두14525 판결), 남북합의서가 법률이 아님은 물론 국 내법과 동일한 효력이 있는 조약이나 이에 준 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하였다. 따라서 설사 이 사건 법률조항이 남북합의서의 내용과 배치되는 점을 포함하고 있다고 하더라 도, 그것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