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적 생존권
헌재 2009. 5. 28. 2007헌마 369
판시사항
평화적 생존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
결정요지
가.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추구할 이념 내지 목적 으로 규정하고 있고, 제1장 총강에서 평화적 통일정책에 관하여(제4조), 국제평화 유지의 노력과 침략전쟁의 부인에 관하여(제5조 제1항), 국제법규 존중에 관하여(제6조 제1항) 각 규정하고 있을 뿐,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서 “평화적 생존권”이란 기본권을 따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따 라서 “평화적 생존권”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지 여부는 이를 헌법상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으
로 인정할 것인지 여부의 문제이다. 나. 헌법 전문 및 제1장 총강에 나타난 “평화”에 관한 규정에 의하면, 우리 헌법은 침략적 전쟁 을 부인하고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며 항구적인 세계평화의 유지에 노력하여야 함을 이념 내지 목적으로 삼고 있음은 분명하다. 따라서 국가는 국민이 전쟁과 테러 등 무력행위로부터 자유 로운 평화 속에서 생활을 영위하면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고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최대 한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할 책무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평화주의가 헌법적 이념 또는 목적이라고 하여 이것으로부터 국민 개인의 평화적 생존권이 바로 도출될 수 있는 것은 아니 다.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을 새롭게 인정하려면, 그 필요성이 특별히 인정되고, 그 권리 내용(보호영역)이 비교적 명확하여 구체적 기본권으로서의 실체 즉, 권리내용을 규범 상대방에게 요구할 힘이 있고 그 실현이 방해되는 경우 재판에 의하여 그 실현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체적 권 리로서의 실질에 부합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평화적 생존권을 구체적 기본권으로 인정한다고 가정할 때, 그 권리내용이란 우선 “ 침략 전쟁에 대한 것”에서 찾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침략전쟁이나 방어전쟁을 불문하고 전쟁 이 없는 평화”란 자국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 각국이 함께 노력하여 형성하 는 평화로운 국제질서의 확립에 의해 달성할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이 세계평화의 원칙을 규정하면서도 침략전쟁만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화적 생존권의 권리내용으로 서 상정할 수 있는 것은 “침략전쟁에 강제로 동원되지 아니할 권리”, “침략전쟁을 위한 군사연습, 군사기지 건설, 살상무기의 제조 ‧수입 등 전쟁준비 행위가 국민에게 중대한 공포를 초래할 경우 관 련 공권력 행사의 정지를 구할 권리” 등일 것이다. 그러나 침략전쟁과 방어전쟁의 구별이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전시나 전시에 준한 국가비상 상황에서의 전쟁준비나 선전포고 등 행위가 침략전쟁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은 고도의 정치적 결단에 해당하여 사법심사를 자제할 대상으로 보아 야 할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평상시의 군사연습, 군사기지 건설, 무기의 제조 ‧수입 등 군 비확충 등의 행위가 “침략적” 전쟁준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 경우란 거의 없거나 “침략적 성 격”‧“중대한 공포” 등에 관한 규명이 사실상 곤란하므로, 이에 대하여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이름으 로 관련 공권력 행사를 중지시키려는 것은 실효적으로 보호받을 가능성을 긍정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평화적 생존권을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으로서 특별히 새롭게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거나 그 권리내용이 비교적 명확하여 구체적 권리로서의 실질 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할 것이다. 다. 한편 평화적 생존권이란 개념의 연원은 일본 헌법 전문 2단의 “평화 속에 생존할 권리” 라는 표현이 계기가 되어 일본의 일부 학계와 하급심 법원이 이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데에 있다 할 것 이다. 그런데 일본 최고재판소는 일본 헌법이 위와 같은 헌법 전문의 “평화 속에 생존할 권리” 라는 문구 외에 제9조에서 전쟁을 포기하고 전력 및 교전권을 부인하는 규정까지 두고 있음에도 평화적 생존권으로 주장된 “평화”란 이념 내지 목적으로서의 추상적 개념이고, 그 자체가 독립된 권리가 될 수 없다고 하여 구체적 기본권성을 부정하였다. 우리 헌법은 일본 헌법과 같이 평화적 생존권을 직접적으로 도출할 표현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다만 전문이나 총강에서 “평화적 통일”, “세계평화”, “국제평화”, “침략전쟁의 부인” 등의 규정을 갖고 있을 뿐이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평화적 생존권을 헌법에 열거되지 아니한 기본권으로서 새 롭게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거나 평화적 생존권이 구체적 권리로서의 실질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 운 이상, 우리 헌법 전문이나 총강에 나타난 평화에 관한 몇몇 규정에 기초하여 헌법 제10조 및 제37조 제1항을 근거로 평화적 생존권을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으로 쉽사리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우리 헌법보다 더 강한 평화에 관한 규정을 기본법에 두고 있는 독일의 경우 평화적 생존 권에 관한 논의가 학계나 실무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라. 결국 청구인들이 평화적 생존권이란 이름으로 주장하고 있는 평화란 헌법의 이념 내지 목적 으로서 추상적인 개념에 지나지 아니하고, 개인의 구체적 권리로서 국가에 대하여 침략전쟁에 강제 되지 않고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할 수 있는 효력 등을 지닌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 라서 평화적 생존권은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권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