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2018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선택형 7번
문제
甲은 乙의 기망에 의해 신원보증 서류에 서명날인한다는 착각에 빠져 乙의 丙에 대한 채무를 보증하는 서면에 서명날인하였다.
이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올바르게 조합한 것은? (각 지문은 독립적이며,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ㄱ. 丙이 乙의 기망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甲은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丙과의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ㄴ. 乙과 丙이 공모하여 甲을 기망하였다면 甲은 상대방에 의해 유발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丙과의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ㄷ. 甲이 착각에 빠진 점에 관하여 설사 중과실이 있다 하더라도 丙이 이를 알고 이용한 경우에는 甲은 착오를 이유로 丙과의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ㄹ. 甲이 착각에 빠진 점에 관하여 경과실이 있는 경우, 甲의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가 허용되어 이로 인해 丙이 손해를 입었다면, 丙은 甲을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선지
- ① ㄱ(○), ㄴ(×), ㄷ(×), ㄹ(○)
- ② ㄱ(○), ㄴ(○), ㄷ(×), ㄹ(×)
- ③ ㄱ(×), ㄴ(○), ㄷ(×), ㄹ(○)
- ④ ㄱ(×), ㄴ(○), ㄷ(○), ㄹ(×)
- ⑤ ㄱ(×), ㄴ(×), ㄷ(○), ㄹ(×)
정답
5번
해설
정답: ⑤번 (ㄱ×, ㄴ×, ㄷ○, ㄹ×)
쟁점
甲은 乙의 기망으로 신원보증 서류에 서명한다는 착각에 빠져 실제로는 연대보증 서면에 서명날인하였다. 이는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서면에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기명날인한 이른바 기명날인의 착오(표시상의 착오)이다. 따라서 제3자(乙)의 기망이 개입되었더라도 사기가 아니라 착오의 법리로 규율된다는 점이 모든 지문을 가르는 출발점이다.
근거 법령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삼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09조 · 민법 제110조
각 지문 검토
ㄱ. 옳지 않음 — 기명날인의 착오에는 사기의 법리가 아니라 착오의 법리만 적용된다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연대보증 서면에 서명날인한 것은 표시상의 착오이다.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는 동기에 착오가 있는 데 불과하여 의사와 표시의 불일치가 없는 반면, 본 사안은 의사와 표시가 불일치하는 착오이다. 따라서 제3자(乙)의 기망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도 제110조 제2항(제3자 사기)의 규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착오의 법리만을 적용해야 한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판결요지 [1])
"… 신원보증서류에 서명날인한다는 착각에 빠진 상태로 연대보증의 서면에 서명날인한 경우, …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비록 위와 같은 착오가 제3자의 기망행위에 의하여 일어난 것이라 하더라도 그에 관하여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 특히 … 제110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관한 법리만을 적용하여 취소권 행사의 가부를 가려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8):기명날인의 착오
본 지문은 "丙이 乙의 기망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하나, 이 사안은 사기가 아니라 착오의 문제이므로 사기를 이유로 한 취소는 인정되지 않는다. 옳지 않다.
ㄴ. 옳지 않음 — 이 사안은 동기의 착오가 아니라 표시상의 착오이다
乙과 丙이 공모하여 甲을 기망하였더라도, 甲의 착오는 의사표시의 동기에 관한 것이 아니라 서면의 의미(표시)에 관한 표시상의 착오이다. 따라서 "유발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는 본 지문은 착오의 성질을 잘못 파악한 것이다(취소 여부는 표시상의 착오로서 제109조에 따라 판단한다).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4다43824 판결(판결요지 [1])
"… 어떤 사람이 자신의 의사와 다른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서면에, 그것을 읽지 않거나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채 기명날인을 하는 이른바 표시상의 착오에 해당하므로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8):기명날인의 착오
본 사안은 표시상의 착오이지 동기의 착오가 아니므로, "동기의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는 본 지문은 옳지 않다.
ㄷ. 옳음 —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어도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하였다면 취소할 수 있다
제109조 제1항 단서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착오의 취소를 제한하는 것은 상대방의 신뢰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보호할 신뢰가 없으므로, 표의자에게 중과실이 있더라도 취소할 수 있다.
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3다49794 판결(판결요지 [2])
"제109조 제1항 단서는 의사표시의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그 의사표시를 취소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위 단서 규정은 표의자의 상대방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상대방이 표의자의 착오를 알고 이를 이용한 경우에는 [취소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9):표의자의 중과실과 착오취소
丙이 甲의 착각을 알고 이를 이용하였다면 甲은 중과실이 있더라도 착오를 이유로 보증계약을 취소할 수 있으므로, 본 지문은 옳다. 이 판례는 제15회·제10회·제9회 민사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ㄹ. 옳지 않음 — 경과실에 의한 착오취소는 위법성이 없어 불법행위가 성립하지 않는다
불법행위가 성립하려면 고의·과실 외에 행위의 위법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민법 제109조가 중과실 없는 착오자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경과실로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하고 이를 취소하는 것은 적법한 권리행사로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그로 인해 상대방이 손해를 입었더라도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97. 8. 22. 선고 97다13023 판결(판결요지)
"… 민법 제109조에서 중과실이 없는 착오자의 착오를 이유로 한 의사표시의 취소를 허용하고 있는 이상, … 과실로 인하여 착오에 빠져 [의사표시를] 한 것이나 그 착오를 이유로 [이를] 취소한 것이 위법하다고 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경과실 착오 취소자의 불법행위책임:위법성 부정
따라서 경과실로 착오한 甲이 보증계약을 취소하여 丙이 손해를 입었더라도, 丙은 甲을 상대로 불법행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옳지 않다. 이 판례는 제9회 민사법 제6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ㄱ(×)·ㄴ(×)·ㄷ(○)·ㄹ(×)이므로 정답은 ⑤번이다. 신원보증서류로 알고 보증 서면에 서명한 것은 표시상의 착오이므로 사기(ㄱ)나 동기의 착오(ㄴ)의 문제가 아니라 착오의 법리로 규율되고, 중과실이 있어도 상대방이 착오를 알고 이용했으면 취소할 수 있으며(ㄷ), 경과실 착오자의 취소는 적법한 권리행사여서 불법행위가 되지 않는다(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