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2018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선택형 67번
문제
甲은 乙에게 1억 원을 대여하면서 그 담보로 약속어음을 받았다. 乙이 변제기에 대여금을 반환하지 않자 甲은 乙을 상대로 1억 원의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제1심 법원이 乙에게 5,000만 원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하자 甲이 이 판결에 대하여 항소하였다. 甲과 乙은 항소심 계속 중 소송 외에서 ‘乙이 甲에게 3개월 내에 8,000만 원을 지급하면 甲은 소를 취하하기로 한다’는 내용의 화해를 하였다.
이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위 화해만으로는 위 소가 당연히 종료되지 않는다.
- ② 甲이 乙로부터 3개월 내에 8,000만 원을 지급받았음에도 소를 취하하지 않은 경우, 乙이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위 화해사실 및 이에 따른 8,000만 원 지급사실을 주장·증명하면 법원은 甲의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
- ③ 乙이 甲에게 3개월 내에 8,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위 소송을 계속 유지할 甲의 법률상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 ④ 위 화해는 甲과 乙 사이의 묵시적 합의로 해제될 수 있다.
- ⑤ 위 화해에 따른 소 취하 후 甲이 다시 乙을 상대로 위 어음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더라도 재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정답
2번
해설
정답: 2번
쟁점
항소심 계속 중 '乙이 3개월 내 8,000만 원을 지급하면 甲은 소를 취하한다'는 조건부 소취하 합의(소송 외 화해)의 효력을 둘러싸고 ① 합의만으로 소가 당연종료되는지, ② 조건 성취 후 소를 취하하지 않은 경우의 처리(각하 vs 기각), ③ 조건 불성취 시 소의 이익, ④ 합의의 묵시적 해제, ⑤ 소취하 후 어음금 청구의 재소금지 저촉 여부를 가린다. 옳지 않은 것을 찾는 문제이다.
근거 법령
민사소송법 제267조(소취하의 효과) ② 본안에 대한 종국판결이 있은 뒤에 소를 취하한 사람은 같은 소를 제기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267조
소취하 합의는 사법(私法)상의 계약일 뿐이어서 그 자체로 소송을 종료시키지 못하고, 다만 그 합의가 있으면 권리보호이익이 없어져 소가 각하된다는 것이 출제의 축이다.
각 지문 검토
① ○ — 소취하 합의만으로는 소송이 당연히 종료되지 않는다
소취하 합의(화해)는 소송 외에서 이루어진 사법상의 계약에 불과하므로, 그 합의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소송이 당연히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에 따라 실제로 소취하서가 제출되거나, 합의가 항변으로 주장되어 법원이 소를 각하함으로써 비로소 소송이 종료된다. 본 지문은 옳다.
② ✗ — 소취하 합의에 따라 소의 이익이 없어진 경우 법원은 청구를 '기각'할 것이 아니라 소를 '각하'하여야 한다 (정답)
대법원 2013. 7. 12. 선고 2013다19571 판결
당사자 사이에 그 소를 취하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송을 계속 유지할 법률상의 이익이 없어 그 소는 각하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조건부 소취하의 합의를 한 경우에는 조건의 성취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 소송을 계속 유지할 법률상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조건부 소취하 합의와 소의 이익
甲이 3개월 내 8,000만 원을 지급받아 조건이 성취되었음에도 소를 취하하지 않은 경우, 乙이 변론기일에서 화해·지급 사실을 주장·증명하면 甲의 소는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각하되어야 한다. 본 지문은 "청구를 기각하여야 한다"고 하였으므로 옳지 않다(정답).
③ ○ — 조건이 성취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송을 유지할 법률상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위 2013다19571 판결이 명시하듯, 조건부 소취하 합의에서는 조건의 성취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소송을 계속 유지할 법률상의 이익을 부정할 수 없다. 乙이 3개월 내 8,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면 甲은 여전히 소를 유지할 이익이 있다. 본 지문은 옳다.
④ ○ — 소취하 합의(화해)는 당사자의 묵시적 합의로도 해제될 수 있다
소취하 합의 역시 사법상의 계약이므로, 당사자 사이의 명시적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 합의에 의하여도 해제될 수 있다. 예컨대 합의 후 당사자 쌍방이 그에 구애받지 않고 본안 심리에 적극 임하는 등의 사정이 있으면 합의가 묵시적으로 해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본 지문은 옳다.
⑤ ○ — 대여금청구를 취하한 뒤 어음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여도 소송물이 달라 재소금지에 저촉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4. 12. 2. 선고 93다59922 판결(판결요지 나)
어음할인의 원인채권에 관하여 소를 제기한 것만으로는 그 할인된 어음상의 채권 그 자체를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이는 어음채권에 관한 소멸시효 중단사유인 재판상 청구에 해당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의 소송물:원인채권에 관한 소 제기는 어음채권 행사로 볼 수 없어 양 청구는 소송물을 달리함
위 판례는 원인채권에 관한 소 제기를 어음채권의 행사로 볼 수 없다고 하여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이 각각 별개의 소송물임을 분명히 하였다(같은 판결 이유에서도 "대여금 청구와 약속어음금 청구가 … 소송물을 달리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재소금지(제267조 제2항)는 같은 소, 즉 당사자와 소송물이 모두 동일한 경우에만 적용되므로(소송물의 동일성에 관하여 표준판례: 재소금지의 요건:소송물의 동일 참조), 화해에 따라 대여금(원인채권)청구의 소를 취하한 뒤 다시 어음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더라도 양자는 소송물을 달리하여 재소금지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본 지문은 옳다.
결론
옳지 않은 것은 ②이므로 정답은 ②. 소취하 합의가 있으면 각하(기각 ✗, ②)되고, 조건부 합의에서 조건이 불성취이면 소의 이익이 유지되며(③), 합의는 묵시적으로 해제될 수 있고(④), 어음금청구는 대여금청구와 소송물이 달라 재소금지에 걸리지 않는다(⑤)는 점이 정리 포인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