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9번
문제
다음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신탁자가 수탁자에게 부동산의 매수위임과 함께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그 정을 알지 못하는 매도인과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이전을 받은 뒤 수탁자가 이를 임의로 처분한 경우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으나, 배임죄는 성립한다.
- ②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한 자가 본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않고 제3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그 제3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한 경우 그 제3자가 자신의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였다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 ③ 동산의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중도금을 수령한 후 그 동산을 제3자에게 양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④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동산인 한우 100마리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고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상태에서 다시 이를 제3자에게 점유개정의 방법으로 양도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⑤ 채권담보의 목적으로 부동산에 관한 대물변제예약을 체결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한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정답
1번
해설
정답: ①번
쟁점
부동산·동산을 둘러싼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배임죄(제2항)의 성부 — 명의신탁 유형별 명의수탁자의 지위, 동산 이중매매·이중양도담보·대물변제예약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인정 여부를 묻는다.
근거 법령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5조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위탁신임관계 + 타인 소유)를,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를 주체로 한다. 각 지문은 행위자가 이 신분에 해당하는지를 묻는다.
각 지문 검토
① ✗ — 계약명의신탁(매도인 선의)에서 수탁자는 횡령죄·배임죄 모두 불성립
대법원 2000. 3. 24. 선고 98도4347 판결
… 수탁자가 당사자가 되어 명의신탁 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소유자와 사이에서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 소유권이전등기를 수탁자 명의로 경료한 경우에는, … 수탁자는 전소유자인 매도인뿐만 아니라 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도 유효하게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보아야 … 따라서 그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계약명의신탁(매도인 선의)과 횡령죄: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 취득하여 타인 재물 보관자 ✗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근거: 계약명의신탁에서 매도인이 명의신탁 사실을 모르면(선의)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단서에 의해 수탁자 명의 등기가 유효하여 수탁자가 완전한 소유권을 취득한다. 그 결과 신탁자는 수탁자에 대해 매매대금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권만 가질 뿐 부동산 소유권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수탁자가 임의처분하더라도, ㉠ 그 부동산은 타인(신탁자)의 재물이 아니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고, ㉡ 부당이득반환의무는 단순한 민사상 채무여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도 해당하지 않아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대법원 2011. 11. 29. 2011도7361 등). 지문이 "배임죄는 성립한다"고 한 부분이 틀렸다.
② ○(출제 당시) → 현재는 횡령죄 불성립 —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횡령죄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횡령죄
본 지문 → 출제 당시 옳음, 현행 판례상 옳지 않음.
근거: 이 지문은 3자간 등기명의신탁(중간생략등기형)이다. 출제 당시(2015년)에는 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처분하면 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판례였으므로 ②는 옳은 지문이었다. 그러나 출제 직후인 2016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례를 변경하여, 중간생략등기형에서도 수탁자 명의 등기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해 무효이고 소유권은 매도인에게 남아 있어 신탁자는 소유자가 아니므로, 수탁자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고 보아 횡령죄를 부정하였다. 따라서 현행 판례를 기준으로 하면 ②도 옳지 않은 지문이 되었다(시험 당시 정답은 ①뿐이었음에 유의).
이 판례(2014도6992)는 제15회 형사법 12번, 제8회 18번, 제7회 38번, 제6회 17번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③ ○ — 동산 이중매매는 배임죄 불성립
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 동산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매수인에게 인도하지 아니하고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동산 매도인은 매수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 ✗(배임죄 불성립)
본 지문 → 옳음.
근거: 동산 매매에서 매도인의 인도의무는 자기의 사무일 뿐이고, 매수인의 재산 보호·관리에 협력할 의무가 별도로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중도금을 받은 뒤 제3자에게 처분하여도 배임죄가 되지 않는다. 이는 부동산 이중매매에서 중도금 수령 후의 매도인을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보아 배임죄를 인정하는 것(대법원 2018. 5. 17. 2017도4027 전합 — 표준판례: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과 대비된다. 부동산은 등기협력의무라는 전형적 신임관계가 인정되지만 동산은 인도로 거래가 완결되어 그러한 신임관계가 없다는 취지다.
이 판례(2008도10479)는 제7회 형사법 19번, 제5회 형사법 28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④ ○ — 점유개정에 의한 동산 이중양도담보는 배임죄 불성립
대법원 1990. 2. 13. 선고 89도1931 판결
… 뒤의 양도담보권자인 제3자는 처음의 담보권자인 피해자에 대하여 배타적으로 자기의 담보권을 주장할 수 없으므로 위와 같이 이중으로 양도담보제공이 된 것만으로는 처음의 양도담보권자에게 담보권의 상실이나 담보가치의 감소 등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으니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동산 이중 양도담보(점유개정)와 배임죄:후순위 양도담보권자 담보권 미취득으로 손해 없어 배임죄 ✗
본 지문 → 옳음.
근거: 채무자가 점유개정으로 동산을 양도담보로 제공한 뒤 다시 점유개정으로 제3자에게 양도담보를 설정해도, 후순위 양수인은 점유개정만으로는 양도담보권(소유권)을 선의취득할 수 없다. 결국 선순위 양도담보권자의 담보권은 그대로 유지되어 손해 발생이 없으므로 배임죄의 결과(재산상 손해)가 인정되지 않는다. 나아가 동산 양도담보설정자의 담보물 처분은 '자기의 사무'일 뿐이라는 이유로 배임죄를 부정한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20. 2. 20. 2019도9756 전합 — 표준판례: 채권에 대한 동산 양도담보설정자의 동산 매각행위와 배임죄)에 의하면, 손해 발생 여부를 따지기 이전에 주체성 단계에서도 배임죄가 부정된다.
⑤ ○ — 대물변제예약 목적물 처분은 배임죄 불성립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다수의견)
… 채권 담보를 위한 대물변제예약 사안에서 채무자가 대물로 변제하기로 한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채권담보 목적 대물변제예약 채무자의 목적물 처분 — 배임죄 ✗ (자기의 사무, 전합 판례변경)
본 지문 → 옳음.
근거: 대물변제예약에 따라 채무자가 부담하는 소유권이전의무는 차용금반환채무의 이행을 확보하기 위한 부수적 의무에 불과하여 '자기의 사무'이지 채권자의 재산을 보호·관리하는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 종전 판례(대법원 2000. 12. 8. 2000도4293 등)는 배임죄를 인정했으나, 2014년 전원합의체가 이를 변경하여 배임죄를 부정하였다. ③·④와 함께 '채무불이행과 배임의 한계'를 그은 일련의 판례 흐름에 속한다.
이 판례(2014도3363)는 제8회 형사법 38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정답은 ①번. ①(계약명의신탁·매도인 선의)에서는 횡령죄·배임죄가 모두 부정되므로 "배임죄는 성립한다"는 부분이 틀렸다. 한편 ②는 출제 당시엔 옳았으나 2016년 전원합의체(대법원 2014도6992)로 횡령죄가 부정되어 현재는 옳지 않은 지문이 되었다는 점을 함께 정리해 두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이 문제는 '타인의 재물 보관자 / 타인의 사무 처리자'라는 신분 판단이 재산범죄의 성부를 가른다는 점을 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