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15번
문제
늦은 밤 어두운 골목길을 걸어 귀가하던 甲은 10여 분간 뒤따라오던 乙 때문에 짜증이 나자 갑자기 뒤돌아서서 상해의 고의로 乙을 주먹과 발로 구타하여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였다. 乙은 평소 원한관계에 있던 甲을 발견하고는 기습적으로 공격하려고 주머니에 칼을 숨긴 채 기회를 엿보며 뒤따라가고 있었고, 甲이 공격하던 그 순간 칼을 꺼내 甲을 찌르려고 하던 중이었다.
객관적 정당화요소만 충족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이나 주관적 정당화요소까지 충족되어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입장에 의할 때 아래의 보기 중 甲에게 해당할 수 없는 것을 모두 고른 것은?
ㄱ. 무죄
ㄴ. 과실치상죄
ㄷ. 상해죄
ㄹ. 상해죄의 불능미수
ㅁ. 상해죄의 예비
선지
- ① ㄱ, ㄷ
- ② ㄱ, ㄹ
- ③ ㄴ, ㄷ
- ④ ㄴ, ㅁ
- ⑤ ㄴ, ㄹ, ㅁ
정답
4번
해설
정답: ④번 (ㄴ, ㅁ — 甲에게 해당할 수 없는 것)
쟁점
이른바 우연방위 사안이다. 甲은 상해의 고의로 乙을 구타하여 상해를 가하였는데, 객관적으로는 乙이 칼로 甲을 찌르려던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존재하여 정당방위의 객관적 상황(객관적 정당화요소)이 갖추어져 있었으나, 甲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한 채(주관적 정당화요소인 방위의사 없이) 단지 짜증이 나서 공격하였다. 위법성 조각에 ① 객관적 정당화요소만 충족되면 된다는 입장과 ② 주관적 정당화요소(방위의사)까지 충족되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甲의 죄책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어느 입장에 의하더라도 甲에게 해당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근거 법령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7조(불능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형법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1조 · 형법 제27조
우연방위의 처리는 명문 규정이나 판례가 없는 학설 대립 영역으로, 위 두 입장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입장별 분석
입장 ①: 객관적 정당화요소만 충족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
방위의사와 같은 주관적 정당화요소는 불필요하고 객관적으로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본다(결과반가치 일원론적 사고). 이 입장에 의하면 객관적으로 乙의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존재하였으므로 甲의 행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ㄱ 해당 가능).
입장 ②: 주관적 정당화요소까지 충족되어야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견해
방위의사 없는 우연방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 다만 객관적으로는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여 결과반가치가 결여되므로 그 처리를 둘러싸고 학설이 갈린다.
- 기수범설: 행위반가치와 결과반가치가 모두 인정된다(또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 이상 기수)고 보아 상해죄의 기수가 성립한다(ㄷ 해당 가능).
- 불능미수범설(다수설): 객관적으로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여 결과반가치가 결여되고 행위반가치만 남으므로, 결과발생이 불가능하나 위험성은 있는 불능미수(형법 제27조)에 준하여 상해죄의 불능미수로 처벌한다(ㄹ 해당 가능).
각 보기 검토
ㄱ. 무죄 — 해당 가능
본 보기 → 甲에게 해당할 수 있음.
근거: 입장 ①(객관적 정당화요소만 충족되면 위법성 조각)에 의하면 객관적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므로 위법성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
ㄴ. 과실치상죄 — 해당 불가
본 보기 → 甲에게 해당할 수 없음.
근거: 甲은 상해의 고의로 乙을 구타하여 상해를 가하였으므로 고의범인 상해죄가 문제될 뿐이고, 주의의무 위반에 의한 과실범(과실치상죄)은 어느 입장에 의하더라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 고의가 인정되는 이상 과실치상죄로 의율할 수 없다.
ㄷ. 상해죄 — 해당 가능
본 보기 → 甲에게 해당할 수 있음.
근거: 입장 ②(주관적 정당화요소 필요) 중 기수범설에 의하면, 방위의사 없는 우연방위는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으므로 상해죄의 기수가 성립한다.
ㄹ. 상해죄의 불능미수 — 해당 가능
본 보기 → 甲에게 해당할 수 있음.
근거: 입장 ②(주관적 정당화요소 필요) 중 불능미수범설(다수설)에 의하면, 객관적으로 정당방위 상황이 존재하여 결과반가치가 결여되고 행위반가치만 남으므로 불능미수(형법 제27조)에 준하여 상해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
ㅁ. 상해죄의 예비 — 해당 불가
본 보기 → 甲에게 해당할 수 없음.
근거: 甲은 이미 상해의 실행에 착수하여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의 결과까지 발생시켰으므로, 실행의 착수 이전 단계인 예비에 해당할 여지가 없다. 어느 입장에 의하더라도 상해죄의 예비는 성립할 수 없다.
결론
甲에게 해당할 수 있는 것은 ㄱ(무죄, 입장 ①)·ㄷ(상해죄 기수, 입장 ② 기수범설)·ㄹ(상해죄의 불능미수, 입장 ② 불능미수범설)이고, 해당할 수 없는 것은 ㄴ(과실치상죄 — 甲은 상해의 고의가 있어 과실범 ✗)과 ㅁ(상해죄의 예비 — 이미 실행착수·결과발생으로 예비단계 ✗)이다. 따라서 정답은 ④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