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22번
문제
다음 사례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사법경찰관 甲은 乙이 반국가단체의 활동에 동조하였다는 제보를 받고 국가보안법위반의 범죄 혐의가 있다고 생각하여, 2014. 12. 18. 06:00경 乙의 집으로 가서 다짜고짜 “경찰서로 잠깐 가서 조사할 것이 있다.”고 말하였다. 乙은 가기 싫었으나 겁이 나서 따라나섰고, 甲은 乙을 순찰차에 태워 경찰서로 이동하였다. 甲은 乙에게 혐의사실을 추궁하였으나 乙은 범행을 부인하였다. 甲은 乙이 조사 도중 화장실에 갈 때에도 따라가 감시하였고, 乙이 집에 가서 챙겨 올 것이 있다고 할 때에도 혐의사실을 인정할 때까지는 집에 가지 못한다며 제지하였다. 계속되는 조사에 지친 乙은 결국 같은 날 23:00경 혐의사실을 인정하였고, 이에 甲은 피의사실의 요지, 체포이유 등을 乙에게 고지하는 등 절차를 밟아 乙을 긴급체포하였다.
선지
- ① 乙이 조사할 것이 있다는 甲의 말을 듣고 따라나섰다고 하더라도 乙에 대한 임의동행은 적법하지 않다.
- ② 乙이 집에 가서 챙겨 올 것이 있다고 하였음에도, 甲이 乙의 귀가를 막은 것은 적법하지 않다.
- ③ 甲이 사후적으로 위와 같이 긴급체포절차를 밟았더라도 이와 같은 긴급체포는 위법하다.
- ④ 만일 甲이 乙에게 피내사자 신분으로 동행을 요구하였더라도, 乙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인정되어야 한다.
- ⑤ 만일 甲이 잠깐 경찰서 내의 다른 사무실에 간 사이 乙이 도주하였다면 도주죄로 처벌된다.
정답
5번
해설
정답: ⑤번 (옳지 않은 것)
쟁점
위법한 임의동행과 그 효과 — 사법경찰관 甲이 乙을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리지 않고 사실상 강제로 연행한 후, 화장실까지 감시하고 귀가를 막은 채 장시간 추궁하다가 자백을 받고 사후에 긴급체포 절차를 밟은 사례. ① 임의동행의 적법성, ② 귀가 저지의 위법성, ③ 사후 긴급체포의 위법성, ④ 피내사자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⑤ 위법하게 체포된 자의 도주죄 주체성.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 제199조(수사와 필요한 조사) ① 수사에 관하여는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 다만, 강제처분은 이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며,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만 하여야 한다.
형법 제145조(도주, 집합명령위반) ① 법률에 따라 체포되거나 구금된 자가 도주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199조 · 형법 제145조
각 지문 검토
① 옳음 — 乙이 조사할 것이 있다는 말을 듣고 따라나섰더라도,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받았거나 자유로이 이탈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없는 한 임의동행은 적법하지 않다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판결요지 [1])
수사관이 동행에 앞서 피의자에게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알려 주었거나 동행한 피의자가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과정에서 이탈 또는 동행장소로부터 퇴거할 수 있었음이 인정되는 등 오로지 피의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의하여 수사관서 등에의 동행이 이루어졌음이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명백하게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그 적법성이 인정[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임의수사 원칙과 임의동행
본 지문 → 옳음.
근거: 임의동행은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제한되어 체포와 유사한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동행을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받았거나 자유로이 이탈·퇴거할 수 있었던 사정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적법하다. 甲이 그러한 고지 없이 "잠깐 가서 조사할 것이 있다"며 데려가 乙이 겁이 나 따라나섰을 뿐이라면, 비록 따라나섰더라도 임의동행은 적법하지 않다. 지문은 옳다.
② 옳음 — 乙이 집에 가서 챙겨 올 것이 있다고 하였음에도 甲이 귀가를 막은 것은 적법하지 않다
본 지문 → 옳음.
근거: 적법한 임의동행이라면 동행한 자는 언제든지 자유로이 동행장소에서 퇴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甲은 乙이 집에 가겠다고 하였음에도 혐의사실을 인정할 때까지는 집에 가지 못한다며 제지하였는바, 이는 乙의 퇴거의 자유를 박탈한 것으로서 이미 임의동행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상의 강제연행(불법 체포·감금)에 해당한다. 따라서 귀가를 막은 것은 적법하지 않다. 지문은 옳다.
③ 옳음 — 위법한 강제연행 상태에서 자백을 받은 뒤 사후적으로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더라도 그 긴급체포는 위법하다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판결요지 [2])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을 수사관서까지 동행한 것이 사실상의 강제연행, 즉 불법 체포에 해당하고, 불법 체포로부터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임의수사 원칙과 임의동행
본 지문 → 옳음.
근거: 甲이 乙을 사실상 강제로 연행하여 불법 체포한 상태가 계속되던 중 자백을 받고 비로소 피의사실의 요지·체포이유 등을 고지하며 긴급체포 절차를 밟았더라도, 이는 이미 위법한 체포상태를 사후에 정당화하려는 것에 불과하므로 그 긴급체포 역시 위법하다. 지문은 옳다.
④ 옳음 — 甲이 乙에게 피내사자 신분으로 동행을 요구하였더라도 乙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인정되어야 한다
대법원 1996. 6. 3.자 96모18 결정(판결요지 [1])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는 변호인과의 접견교통권의 인정이 당연한 전제가 되므로,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수사기관에 연행된 피의자에게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은 당연히 인정된다고 보아야 하고,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연행된 피내사자의 경우에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임의동행된 피의자·피내사자의 변호인 접견교통권
본 지문 → 옳음.
근거: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의 실질적 보장을 위하여 접견교통권은 그 당연한 전제가 되므로, 임의동행의 형식으로 연행된 피의자뿐 아니라 피내사자에게도 변호인 또는 변호인이 되려는 자와의 접견교통권이 인정된다. 따라서 甲이 乙에게 피내사자 신분으로 동행을 요구하였더라도 乙의 변호인 접견교통권은 인정되어야 한다. 지문은 옳다.
⑤ 옳지 않음 — 위법하게 체포된 乙은 형법 제145조 제1항의 '법률에 따라 체포·구금된 자'가 아니므로 도주하여도 도주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정답)
대법원 2006. 7. 6. 선고 2005도6810 판결(판결요지 [2])
… 불법 체포로부터 6시간 상당이 경과한 후에 이루어진 긴급체포 또한 위법하므로 피고인이 불법체포된 자로서 형법 제145조 제1항에 정한 '법률에 의하여 체포 또는 구금된 자'가 아니어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임의수사 원칙과 임의동행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근거: 도주죄(형법 제145조 제1항)의 주체는 '법률에 따라 적법하게 체포·구금된 자'에 한한다. 乙은 위법한 강제연행에 이은 위법한 긴급체포로 인하여 불법하게 체포된 자에 불과하므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乙이 도주하였더라도 도주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지문은 "도주죄로 처벌된다"고 하였으므로 옳지 않다.
결론
옳지 않은 것은 ⑤번이다. 위법하게 체포된 乙은 형법 제145조 제1항의 '법률에 따라 체포·구금된 자'가 아니어서 도주죄의 주체가 될 수 없으므로, 도주하더라도 도주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①(고지·이탈 자유 없는 임의동행은 위법)·②(귀가 저지는 사실상 강제연행)·③(위법연행 후 사후 긴급체포도 위법)·④(피내사자도 변호인 접견교통권 인정)는 모두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