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2014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선택형 1번
문제
A 회사는 토지 소유자인 乙의 동의 없이 그 토지의 상공에 고압송전선이 통과하도록 시설을 설치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甲은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 乙로부터 그 토지를 매수하여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이를 농지로 이용하고 있다. 甲이 토지를 취득한 때부터 13년이 경과한 시점에 A 회사를 상대로 송전선의 철거를 구하고자 한다.
이와 관련한 법률관계에 대한 설명으로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甲이 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것은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
- ② 甲이 송전선이 토지 위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서 토지를 취득하였다고 하여 그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된 상태를 용인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甲이 송전선 철거를 구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 ③ 甲의 권리행사에 실효의 법리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종전 토지 소유자인 乙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④ 甲의 권리행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러한 권리행사가 주관적으로는 그 목적이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는 사회질서에 위반된 것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 ⑤ 甲이 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경우, 법원은 A 회사의 주장이 없더라도 甲의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정답
3번
해설
정답: 3번
쟁점
토지 상공을 통과하는 고압송전선의 철거를 구하는 토지소유자의 권리행사를 종합적으로 묻는 문제이다. ①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에 소멸시효가 적용되는지, ② 침해 사실을 알고 토지를 취득한 자의 철거청구가 신의칙에 반하는지, ③ 실효의 원칙을 적용할 때 종전 소유자의 권리 불행사를 고려할 것인지, ④ 권리남용의 요건(주관적·객관적), ⑤ 권리남용 여부를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는지를 차례로 점검한다. 옳지 않은 것을 고른다.
근거 법령
민법 제2조(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 ② 권리는 남용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2조
민법 제214조(소유물방해제거, 방해예방청구권) 소유자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 대하여 방해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고 소유권을 방해할 염려있는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하여 그 예방이나 손해배상의 담보를 청구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214조
토지 상공을 무단 통과하는 송전선은 토지소유권에 대한 현재 계속되는 방해이므로, 甲은 민법 제214조의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으로 그 철거를 구할 수 있다. 이 권리행사가 ②⑤의 각 제한 법리(신의칙·실효·권리남용)에 걸리는지가 문제된다.
각 지문 검토
① ○ —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소멸시효의 대상이 아니다
대법원 1982. 7. 27. 선고 80다2968 판결(판결요지)
매매계약이 합의해제된 경우에도 매수인에게 이전되었던 소유권은 당연히 매도인에게 복귀하는 것이므로 합의해제에 따른 매도인의 원상회복청구권은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이라고 할 것이고 이는 소멸시효의 대상이 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물권적 청구권 (2):소멸시효 대상 여부
본 지문 → 옳다.
근거: 소유권은 그 자체가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 항구적 권리이고(민법 제162조 제2항의 소멸시효 대상은 "소유권 이외의 재산권"), 그로부터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물권적 청구권(제214조)도 소유권과 운명을 같이하여 별도로 소멸시효에 걸리지 않는다. 따라서 甲이 토지 취득 후 13년이 지나 철거를 구하더라도 소멸시효로 그 청구가 차단되지 않는다. 다만 점유 침해 부분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청구(채권적 청구)는 별개로 소멸시효(제162조·제766조)에 걸린다는 점과 구별해야 한다.
이 판례(80다2968)는 제15회 민사법 제2번·제45번, 제11회 민사법 제11번·제22번, 제6회 민사법 제19번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② ○ — 침해 사실을 알고 취득하였어도 소유권 행사 제한을 용인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27069 판결(판결요지 가)
송전선이 토지 위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서 토지를 취득하였다고 하여 그 취득자가 그 소유 토지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가 제한된 상태를 용인하였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 취득자의 송전선 철거 청구 등 권리행사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본 사례.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침해를 알고 취득한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와 신의칙·실효의 원칙:송전선 통과 사례
본 지문 → 옳다.
근거: 지문의 사실관계(송전선 통과를 알고 취득)는 본 판결의 사안 그 자체이다. 침해 상태를 인식하고 토지를 취득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그 침해를 용인·승인한 것으로 의제할 수는 없고, 시가보다 현저히 싸게 취득하는 등 별도의 용인 정황이 없는 한, 취득자의 철거청구는 신의칙(민법 제2조 제1항)에 반하지 않는다.
③ ✗ — 실효의 원칙은 권리를 취득한 새로운 권리자 본인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정답)
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27069 판결(판결요지 나)
실효의 원칙이라 함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 이상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되는 경우에 새삼스럽게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종전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는 사정은 그 토지의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한 새로운 권리자에게 실효의 원칙을 적용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할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침해를 알고 취득한 토지소유자의 철거청구와 신의칙·실효의 원칙:송전선 통과 사례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근거: 지문은 甲의 권리행사에 실효의 법리를 적용하면서 "종전 토지 소유자인 乙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나, 판례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한다. 실효의 원칙은 현재 권리를 행사하는 그 권리자(甲) 본인이 장기간 권리를 행사하지 않아 상대방에게 정당한 신뢰가 생겼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전(前) 소유자 乙의 권리 불행사 기간이나 사정을 새로운 취득자에게 승계·합산하여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乙의 사정을 고려해 판단하여야 한다는 지문은 옳지 않다. 본 사안에서도 甲의 취득 시점부터 따지면 상대방 A 회사에 "甲이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가 생겼다고 보기 어려워 실효의 원칙은 적용되지 않는다.
④ ○ — 권리남용은 주관적 가해목적과 객관적 사회질서 위반을 요한다
대법원 1993. 5. 14. 선고 93다4366 판결(판결요지 [1])
권리의 행사가 주관적으로 오직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데 있을 뿐 이를 행사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없고 객관적으로 사회질서에 위반된다고 볼 수 있으면 그 권리의 행사는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되지 아니한다 … 주관적 요건은 권리자의 정당한 이익을 결여한 권리행사로 보여지는 객관적인 사정에 의하여 추인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권리남용금지의 원칙 (1)
본 지문 → 옳다.
근거: 권리남용(민법 제2조 제2항)의 전통적 판단기준은 주관적 요건(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손해를 줄 목적)과 객관적 요건(사회질서 위반)을 모두 갖출 것을 요구하며, 지문은 이 판시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다만 판례는 주관적 요건을 객관적 사정으로부터 추인할 수 있다고 하여 그 입증의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⑤ ○ — 신의칙 위반·권리남용은 강행규정 위반이므로 법원이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89. 9. 29. 선고 88다카17181 판결(판결요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 또는 권리남용은 강행규정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없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법원이 이에 관하여 판단하였다고 해서 변론주의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신의칙 위반과 직권판단
본 지문 → 옳다.
근거: 신의칙·권리남용 금지는 강행규정이므로, A 회사가 "甲의 청구는 권리남용"이라는 항변을 하지 않더라도 법원은 직권으로 그 해당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권리남용은 직권조사사항에 해당하여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 판례(88다카17181)는 제13회 민사법 제55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정답은 3번. 실효의 원칙은 현재 권리를 행사하는 새로운 권리자(甲) 본인의 권리 불행사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지, 종전 소유자 乙의 사정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94다27069 판결요지 나). 나머지 지문은 모두 옳다 — ① 소유권에 기한 물권적 청구권은 소멸시효 대상이 아니고(80다2968), ② 침해를 알고 취득했어도 소유권 행사 제한을 용인한 것이 아니며(94다27069 판결요지 가), ④ 권리남용은 주관적·객관적 요건을 모두 요하고(93다4366), ⑤ 신의칙·권리남용은 강행규정 위반으로 직권판단 대상이다(88다카17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