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2013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10번
문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甲은 상대후보 A의 도덕성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는 허위의 사실을 지역신문기자 乙에게 제보하였다. 乙은 제보의 사실 여부를 자세히 확인하지 아니한 채, 이를 진실로 여기고 지역주민들의 중요한 알 권리를 위해서 지역신문에 기사화하였다.
이 사례를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 보아 해결할 경우 옳은 설명을 모두 고른 것은? (「공직선거법」위반은 논외로 함)
가. 엄격책임설에 의하면 乙은 출판물에 의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제309조 제2항)의 간접정범으로 처벌된다.
나. 제한적 책임설 중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에 의하면 乙은 진실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제307조 제1항)로 처벌된다.
다. 제한적 책임설 중 유추적용설에 의하면 甲은 乙이 범한 진실한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제307조 제1항)에 대한 교사범으로 처벌된다.
선지
- ① 가, 다
- ② 나, 다
- ③ 나
- ④ 다
- ⑤ 없음
정답
5번
해설
정답: 5번
쟁점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이른바 허용구성요건의 착오)의 해결에 관한 이론 문제이다. 기자 乙은 실제로는 허위인 사실을 진실로 오신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여겨 보도하였으므로, 형법 제310조(위법성 조각)의 전제사실(진실성)에 관한 착오에 빠져 있다. 각 학설(엄격책임설, 법효과제한적 책임설, 유추적용설)에 따라 乙과 배후자 甲의 죄책을 정확히 결론지을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결론적으로 가·나·다가 모두 옳지 않으므로 정답은 5번(없음)이다.
근거 법령
형법 제307조(명예훼손) ①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 ②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
형법 제310조(위법성의 조각) 제307조제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34조(간접정범) ①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07조 · 제309조 · 제310조 · 제34조
사안의 구조
- 乙(기자): 적시된 사실은 객관적으로 허위이나, 乙은 이를 진실로 오신하였으므로 허위의 인식(제307조 제2항의 고의)이 없다. 乙은 진실한 사실을 공익을 위해 적시한다고 믿었으므로, 제310조의 전제사실(진실성·공익성)에 관한 착오, 즉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에 빠져 있다.
- 甲(제보자): 甲은 사실이 허위임을 알면서 이를 진실로 오신한 乙을 이용하여 명예훼손의 결과를 실현시켰다. 甲의 고의는 '허위사실' 적시에 향해 있고, 착오에 빠진 乙을 도구로 이용한 우월적 의사지배가 인정된다.
각 지문 검토
가. 엄격책임설 — 乙을 제309조 제2항의 간접정범으로 처벌한다는 설명
엄격책임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금지착오(법률의 착오)로 취급한다. 이에 따르면 착오가 회피가능한 경우 고의범이 그대로 성립하고 책임만 감경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이때 성립하는 고의범은 행위자가 인식한 범위의 것이어야 하는데, 乙은 허위의 인식이 없으므로 허위사실 적시(제307조 제2항, 제309조 제2항)의 고의가 없고, 무엇보다 乙은 스스로 기사를 작성·보도한 직접정범이지 타인을 이용한 간접정범이 아니다.
가 → 옳지 않음. 엄격책임설에 의하더라도 乙은 허위사실 적시죄(제309조 제2항)의 고의가 없어 그 죄로 처벌될 수 없고, 乙은 직접 실행한 자이므로 '간접정범'이라는 구성도 성립하지 않는다.
나. 법효과제한적 책임설 — 乙을 제307조 제1항으로 처벌한다는 설명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의 경우 구성요건적 고의(고의불법)는 인정하되, 착오로 인하여 책임형식으로서의 고의(심정반가치)가 탈락하므로 고의범으로서의 책임은 물을 수 없고 과실이 있으면 과실범으로 처벌한다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乙에게는 고의 명예훼손죄의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과실범 성립 여부만 문제되는데, 명예훼손죄에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乙은 결국 처벌되지 않는다.
나 → 옳지 않음.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에 의하면 乙은 고의범의 책임이 조각되어 과실범만 문제되나 명예훼손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어 불가벌이므로, 제307조 제1항으로 처벌된다는 설명은 옳지 않다.
다. 유추적용설 — 甲을 乙의 제307조 제1항 명예훼손죄의 교사범으로 처벌한다는 설명
유추적용설(구성요건착오 유추적용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구성요건적 착오에 준하여 유추함으로써 (불법)고의를 조각시키는 견해이다. 이에 따르면 乙에게는 고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고 과실범만 문제되나, 명예훼손 과실범이 없어 乙은 불가벌이다. 그런데 정범인 乙에게 고의범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 공범종속성에 비추어 甲을 교사범으로 처벌할 수 없고, 오히려 甲은 사실이 허위임을 알면서 착오에 빠진 乙을 도구로 이용한 것이므로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의 간접정범이 성립한다. 또한 甲의 고의는 허위사실 적시에 향해 있어 진실한 사실 적시(제307조 제1항)의 교사범이 될 수도 없다.
다 → 옳지 않음. 유추적용설에 의하면 乙에게 고의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甲은 교사범이 될 수 없고 간접정범으로 처벌되며, 甲의 고의도 허위사실 적시에 향해 있어 제307조 제1항의 교사범이라는 설명은 옳지 않다.
결론
정답은 5번(없음). 가는 乙이 허위 인식이 없어 제309조 제2항의 고의가 없고 직접정범이지 간접정범이 아니라는 점에서, 나는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상 乙이 과실범으로만 문제되어 명예훼손 과실범이 없어 불가벌이라는 점에서, 다는 유추적용설상 정범 乙에게 고의범이 성립하지 않아 甲이 교사범이 아니라 간접정범이 된다는 점에서 각 옳지 않다. 따라서 옳은 설명은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