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2013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12번
문제
다음에 제시된 甲, 乙의 생각은 각각 형벌의 목적 내지 기능과 관련된 형사법의 사상들 중의 일부를 표현하고 있다. 다음 중 옳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
---
[다음]
甲의 생각: 사회구성원은 현재 사회에서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는 법률이 앞으로도 유효하게 통용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믿음 내지 기대에 입각하여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그리고 법률에 대한 위반행위가 있을 때 그에 대하여 제재가 가해지게 됨으로써 이러한 믿음이 보다 강화된다.
乙의 생각: 필요한 형벌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 어떠한 형벌이 필요한 형벌인가의 여부는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형벌은 개선이 가능하고 개선이 필요한 범죄자에게는 개선시키는 기능을, 개선이 불필요한 우발적 범죄자에게는 위하하는 기능을, 개선이 불가능한 범죄자에게는 무해화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한다.”
가. 甲은 설령 동일한 행위자가 동일한 범죄를 또 다시 범할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행위자를 처벌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나. 乙은 설령 동일한 행위자가 동일한 범죄를 또 다시 범할 가능성이 전혀 존재하지 아니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범죄가 중한 경우에는 중한 형벌을 가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 甲은 “누범·상습범은 규범의 정당성을 일반범죄자보다 수회에 걸쳐 명백하게 부인하였으므로 가중처벌하여야 한다.”라는 주장에 찬성할 것이다.
라. 乙은 “법원은 범죄자에 대하여 부정기형을 선고하고, 가석방제도를 활성화하여 가석방위원회가 범죄자의 석방시기를 결정하도록 하여야 한다.”라는 주장에 찬성할 것이다.
선지
- ① 가, 다
- ② 가, 라
- ③ 나, 라
- ④ 가, 다, 라
- ⑤ 나, 다, 라
정답
4번
해설
정답: 4번
쟁점
형벌의 목적·기능에 관한 형사법 사상을 제시된 甲·乙의 생각으로부터 식별하고, 각 사상의 논리적 귀결을 옳게 파악하고 있는지를 묻는 이론 문제이다. 甲의 생각은 규범에 대한 신뢰를 확증·강화한다는 적극적 일반예방(규범안정화·통합예방) 사상이고, 乙의 생각은 개선·위하·무해화라는 형벌의 세 기능을 범죄자의 개선가능성에 따라 달리 부과한다는 특별예방 사상(리스트의 목적형주의)이다. 옳은 것은 가, 다, 라이므로 정답은 4번이다.
사상의 식별
- 甲(적극적 일반예방): 사회구성원이 법률의 지속적 통용에 대한 믿음(규범 신뢰)에 입각하여 행동하고, 위반에 대한 제재로 그 믿음이 강화된다고 본다. 형벌의 목적을 잠재적 범죄자에 대한 위하(소극적 일반예방)가 아니라, 일반인의 규범의식·법질서에 대한 신뢰의 확증에서 찾는다.
- 乙(특별예방): "필요한 형벌만이 정당화된다"는 목적사상 아래, 개선이 가능·필요한 자에게는 개선을, 개선이 불필요한 우발범에게는 위하를, 개선이 불가능한 자에게는 무해화(격리)를 부과한다. 이는 리스트(v. Liszt)의 목적형주의(특별예방)로, 형벌을 행위자의 개선가능성·위험성에 맞춘다.
각 지문 검토
가. 甲은 재범가능성이 전혀 없어도 처벌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옳음)
적극적 일반예방은 형벌의 목적을 일반인의 규범 신뢰 확증에서 찾으므로, 개별 행위자의 재범가능성 유무와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동일 행위자가 동일 범죄를 다시 범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경우라도, 위반에 대한 제재를 통해 규범에 대한 사회의 신뢰를 유지·강화할 필요가 있으므로 甲은 처벌의 필요성을 인정할 것이다.
가 → 옳음. 재범가능성과 무관하게 규범 신뢰 확증을 위한 처벌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적극적 일반예방의 논리이다.
나. 乙은 재범가능성이 전혀 없어도 범죄가 중하면 중한 형벌이 필요하다고 볼 것이다 (옳지 않음)
특별예방은 형벌의 필요성을 행위자의 개선가능성·재범위험성에서 찾는다. 따라서 재범가능성이 전혀 없는(개선이 불필요하거나 위험성이 없는) 경우라면 형벌의 필요성이 부정되거나 위하로 족할 뿐, 범죄가 중하다는 이유만으로 중한 형벌이 필요하다고 보지 않는다. 범죄의 경중에 상응하는 형벌을 요구하는 것은 응보형주의(책임형법)의 사고이지 특별예방의 논리가 아니다.
나 → 옳지 않음. 乙(특별예방)은 범죄의 경중이 아니라 행위자의 위험성·개선가능성에 따라 형벌을 정하므로, 재범가능성이 없는데도 범죄가 중하면 중한 형벌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특별예방과 부합하지 않는다.
다. 甲은 누범·상습범의 가중처벌 주장에 찬성할 것이다 (옳음)
"누범·상습범은 규범의 정당성을 일반범죄자보다 수회에 걸쳐 명백하게 부인하였으므로 가중처벌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반복된 규범 부인으로 규범 신뢰가 더 크게 훼손되었으므로 이를 회복·확증하기 위해 가중처벌이 필요하다는 논리이다. 이는 규범 확증을 형벌의 목적으로 삼는 적극적 일반예방(甲)의 사고와 부합한다.
다 → 옳음. 반복적 규범 부인에 대한 가중처벌을 규범 확증의 관점에서 정당화하는 것은 甲(적극적 일반예방)의 입장과 부합한다.
라. 乙은 부정기형·가석방제도 활성화 주장에 찬성할 것이다 (옳음)
특별예방은 형벌을 행위자의 개선 정도에 맞추어 집행하여야 한다고 보므로, 개선의 진척에 따라 석방시기를 탄력적으로 정할 수 있는 부정기형과 가석방제도의 활성화에 친화적이다. 범죄자의 개선 여부를 심사하여 석방시기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은 형벌을 개선 목적에 종속시키는 특별예방(乙)의 논리적 귀결이다.
라 → 옳음. 부정기형과 가석방제도의 활성화는 개선을 통한 재사회화를 지향하는 특별예방과 부합하므로 乙은 이에 찬성할 것이다.
결론
정답은 4번(가, 다, 라). 甲은 적극적 일반예방(규범 신뢰 확증)의 입장이므로 재범가능성과 무관하게 처벌 필요성을 인정하고(가) 누범·상습범 가중처벌에 찬성하며(다), 乙은 특별예방(개선·위하·무해화)의 입장이므로 부정기형·가석방 활성화에 찬성한다(라). 반면 나는 乙(특별예방)이 범죄의 경중에 따라 중한 형벌을 요구한다고 본 점에서 응보형주의와 혼동한 것이어서 옳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