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선택형 52번
문제
변론주의에 관한 기술 중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원고가 X 토지를 피고로부터 매수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증인신문을 신청하여 제3자가 원고를 대리하여 피고로부터 위 토지를 매수한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면, 원고가 대리행위에 관한 명백한 진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법원이 대리행위에 관한 간접적인 진술이 있었다고 보는 것은 변론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 ②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손해액에 관한 아무런 입증이 없다고 하여 바로 청구기각을 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석명권을 발동하여 입증을 촉구할 의무가 있다.
- ③ 증여를 원인으로 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시효취득을 주장하였다고 하여도 그 주장 속에 원고의 위 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주장까지 포함되었다고 할 수 없다.
- ④ 부동산의 시효취득에 있어서 그 점유가 자주점유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점유의 권원은 주요사실이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과 달리 증거에 의하여 진정한 점유의 권원을 심리하여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
- ⑤ 대여금 채권자가 주채무자와 그 보증인을 공동피고로 하여 대여금청구의 소를 제기하였는데 보증인인 피고가 항변을 전혀 하지 않았다면, 설사 위 채무가 변제되었고 주채무자인 피고가 변제항변을 하였더라도 보증인인 피고에게는 변제항변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다.
정답
4번
해설
정답: 4번
쟁점
변론주의의 3대 명제(주요사실의 주장책임, 자백의 구속력, 증거의 신청책임)와 그 한계를 묻는 문제이다. ① 주요사실의 묵시적·간접적 주장, ② 손해액에 관한 법원의 석명의무, ③ 항변사항의 주장책임(별개 항변의 불포함), ④ 변론주의가 적용되는 '사실'의 범위(주요사실 vs 간접사실), ⑤ 통상공동소송에서의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이 차례로 다루어진다.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근거 법령
민사소송법 제136조(석명권·구문권 등) ① 재판장은 소송관계를 분명하게 하기 위하여 당사자에게 사실상 또는 법률상 사항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고, 증명을 하도록 촉구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66조(통상공동소송인의 지위)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의 소송행위 또는 이에 대한 상대방의 소송행위와 공동소송인 가운데 한 사람에 관한 사항은 다른 공동소송인에게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136조 · 민사소송법 제66조
변론주의에서 말하는 '사실'은 권리의 발생·소멸이라는 법률효과 판단에 직접 필요한 주요사실만을 가리키고, 그 존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데 그치는 간접사실은 포함하지 않는다. 이 구별이 ①③④의 정오를 가르는 핵심이다.
각 지문 검토
① 옳음 — 대리행위 주장은 명시적일 필요가 없고 소송자료를 통한 간접적 주장으로도 족하다
대리인에 의한 계약체결 사실은 법률효과를 발생시키는 주요사실이므로 당사자의 주장이 있어야 하지만, 그 주장이 반드시 명시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1990. 6. 26. 선고 89다카15359 판결
대리인에 의한 계약체결의 사실은 … 실체법상의 구성요건 해당사실에 속하므로 법원은 변론에서 당사자의 주장이 없으면 그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는 것이나, 그 주장은 반드시 명시적인 것이어야 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 소송에서 쌍방 당사자 간에 제출된 소송자료를 통하여 심리가 됨으로써 그 주장의 존재를 인정하더라도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그 대리행위의 주장은 있는 것으로 보아 이를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주요사실의 묵시적 주장
증인신문을 통해 제3자의 대리 매수 사실이 소송자료로 현출되었다면, 명시적 진술이 없어도 간접적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0다62254 판결
당사자의 주요사실에 대한 주장은 직접적으로 명백히 한 경우뿐만 아니라 … 당사자의 변론을 전체적으로 관찰하여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도 주요사실의 주장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주요사실에 대한 간접적 주장
본 지문 → 옳음.
근거: 대리행위라는 주요사실이 소송자료(증인신문)를 통해 현출되어 상대방에게 불의의 타격을 줄 우려가 없으므로, 명시적 진술이 없어도 간접적 주장이 인정되어 변론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 이 묵시적·간접적 주장 법리(89다카15359·2000다62254)는 제7회 민사법 제58번에서도 함께 출제되었다.
② 옳음 —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손해액 입증이 부족해도 석명권을 행사해 입증을 촉구해야 한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이 인정되는 이상, 손해액에 관한 입증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청구를 기각할 수 없다.
대법원 1987. 3. 10. 선고 86다카604 판결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때에는 설사 손해액에 대한 입증이 없거나 부족하더라도 법원은 그 청구를 배척할 것이 아니라 석명권을 행사하여 그 손해액을 판단해야 하고 그 같은 심리를 다하지 않으면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석명의무: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면 손해액 입증이 없거나 부족해도 청구기각 아니라 석명권 행사·입증촉구 의무
본 지문 → 옳음.
근거: 손해액 입증촉구는 변론주의의 형식적 적용으로 정의에 반하는 결론이 나지 않도록 하는 석명의무의 전형적 사례이다. 다만 당사자가 입증촉구에 불응하며 명백히 입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그때는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③ 옳음 — 시효취득의 항변 속에 이전등기청구권의 소멸시효 항변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다
권리의 소멸을 가져오는 사유(소멸시효 완성 등)는 항변사항으로서 변론주의의 적용을 받으므로, 당사자가 이를 주장(원용)하여야만 법원이 판단할 수 있다. 그런데 피고가 스스로 목적물을 시효취득하였다는 항변(취득시효)과 원고의 이전등기청구권 자체가 시효로 소멸하였다는 항변(소멸시효)은 성립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공격방어방법이므로, 전자를 주장하였다고 하여 그 속에 후자의 주장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지문의 사안과 정확히 일치하는 판례가 있다.
대법원 1982. 2. 9. 선고 81다534 판결(판결요지 [다])
증여를 원인으로 한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에 대하여 피고가 시효취득을 주장하였다고 하여도 그 주장속에 원고의 위 이전등기청구권이 시효소멸하였다는 주장까지 포함되었다고 할 수 없다.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소멸의 효과가 발생하였다고 하여도 피고들이 소송상 권리소멸의 항변을 한 바 없는 이상 법원으로서는 이에 관하여 판단할 수 없는 것인바, 취득시효와 소멸시효는 그 성립요건을 달리하므로 피고들이 취득시효를 주장하였다고 하여 소멸시효의 주장까지 포함한 취지라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변론주의와 항변의 주장책임:취득시효 주장 속에 소멸시효(권리소멸) 주장이 포함된 것으로 볼 수 없음
이는 변론주의가 말하는 '사실'이 권리의 발생·소멸이라는 법률효과 판단에 직접 필요한 주요사실만을 가리킨다는 원칙의 구체적 적용이다.
대법원 1994. 11. 4. 선고 94다37868 판결
변론주의에서 일컫는 사실이라 함은, 권리의 발생소멸이라는 법률효과의 판단에 직접 필요한 주요사실만을 가리키는 것이고 그 존부를 확인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됨에 그치는 간접사실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주요사실과 간접사실
본 지문 → 옳음.
근거: 소멸시효 항변은 당사자의 원용을 요하는 항변사항이고, 취득시효 항변과는 성립요건을 달리하는 별개의 항변이므로 하나의 주장에 다른 주장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으로 볼 수 없다(유권대리 주장 속에 표현대리 주장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법리와 같은 구조이다).
④ 옳지 않음 — 자주점유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점유권원은 간접사실이므로 법원이 주장과 달리 심리·판단할 수 있다
점유가 자주점유인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점유의 권원은 취득시효의 요건사실(자주점유)의 존부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되는 데 그치는 간접사실에 지나지 않는다. 간접사실에는 변론주의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받지 않고 증거에 의해 진정한 점유권원을 심리하여 취득시효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대법원 1997. 2. 28. 선고 96다53789 판결
부동산의 시효취득에 있어서 그 점유가 자주점유인지의 여부를 가리는 기준이 되는 점유의 권원은 간접사실에 지나지 아니하는 것이므로, 법원은 당사자의 주장에 구애됨이 없이 소송자료에 의하여 인정되는 바에 따라 진정한 점유의 권원을 심리하여 취득시효의 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취득시효에서 점유의 권원을 법원이 당사자 주장에 구애됨이 없이 인정할 수 있는지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근거: 지문은 점유권원을 "주요사실"이라고 전제하고 "법원이 당사자 주장과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하나, 판례는 점유권원을 간접사실로 보아 정반대로 "법원이 당사자 주장에 구애됨이 없이 진정한 점유권원을 심리·판단할 수 있다"고 한다. 주요사실이라는 전제와 결론이 모두 그르다. 점유권원을 간접사실로 본 96다53789는 제4회 민사법 제59번, 제5회 민사법 제57번, 제8회 민사법 제62번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⑤ 옳음 — 통상공동소송에서 주채무자의 변제항변은 보증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주채무자와 보증인을 공동피고로 한 소송은 합일확정이 필요한 필수적 공동소송이 아니라 통상공동소송이다. 통상공동소송에서는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민사소송법 제66조)이 적용되어, 한 공동소송인의 소송행위는 다른 공동소송인에게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대법원 1968. 5. 14. 선고 67다2787 판결
통상 공동소송에 있어서 공동소송인의 1인의 상대방에 대한 소송행위는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공동소송인의 1인이 원고 주장사실을 자백한 경우에도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하여는 아무런 효력이 생기지 아니하므로,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다투는 다른 공동소송인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는 그 사실을 증거에 의하여 확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통상공동소송에서 공동소송인 1인의 자백이 다른 공동소송인에게 미치는 효력(소극) · 표준판례: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
본 지문 → 옳음.
근거: 주채무자가 변제항변을 하여 그 사실이 변론에 현출되었더라도, 보증인이 스스로 이를 원용하지 않는 한 보증인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제 사실이 주장되지 않은 것과 같다. 따라서 법원은 보증인에 대해서는 변제항변의 효과를 인정할 수 없다. 보증채무의 부종성에도 불구하고 소송상으로는 각 공동소송인이 독립하여 취급되는 것이다. 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67다2787·2007다36445)은 제4회 민사법 제61번, 제14회 민사법 제38번 등에서도 출제되었다.
결론
옳지 않은 것은 4번이다. 변론주의는 권리의 발생·소멸에 직접 필요한 주요사실에만 적용되고 간접사실에는 적용되지 않는데(④의 점유권원은 간접사실), 지문 ④는 이를 주요사실로 오해하여 법원의 심리권을 부정한 점에서 틀렸다. ①(주요사실의 간접적 주장), ②(손해액 석명의무), ③(항변의 주장책임), ⑤(공동소송인 독립의 원칙)는 모두 변론주의에 관한 확립된 판례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