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선택형 57번
문제
甲은 乙에게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으로 3,000만 원을 청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고, 이에 대해 乙은 甲에 대하여 가지는 5,000만 원의 대여금채권으로 상계한다는 항변을 하였다.
다음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乙이 이 사건에서 위 상계항변을 제출할 당시 이미 甲을 상대로 위 대여금 5,0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별소를 제기한 경우, 위 상계항변은 중복제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는 배척되지 않는다.
- ② 이 사건 소송에서 乙의 상계항변이 인정되어 甲의 전부패소판결이 선고된 경우, 乙은 甲의 3,000만 원의 손해배상채권이 원래부터 부존재함을 이유로 항소할 수 있다.
- ③ 만약 乙의 위 대여금채권 성립 전에 甲의 채권자 丙에 의하여 甲의 위 손해배상채권이 가압류되고 그 가압류결정이 乙에게 송달되었다면, 乙은 丙에게 위와 같은 상계로 대항할 수 없다.
- ④ 만약 이 사건 소송에서 乙의 상계항변 없이 甲의 승소판결이 확정된 경우, 그 후 乙의 상계권 행사를 허용한다면 甲이 위 확정판결에 기하여 강제집행할 수 있는 지위가 무너지게 되어 부당하므로, 乙은 상계권을 행사하여 甲의 집행을 저지할 수 없다.
- ⑤ 만약 법원이 이 사건 소송의 심리결과 수동채권인 甲의 손해배상채권액은 5,000만 원, 자동채권인 乙의 대여금채권액은 1,000만 원이라는 심증을 형성하였다면, 이 사건 청구에 대하여 3,000만 원 전부를 인용하는 판결을 하게 된다.
정답
4번
해설
정답: 4번
쟁점
甲이 乙에게 3,000만 원의 과실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乙이 5,000만 원의 대여금채권으로 상계항변을 한 사안에서, 소송상 상계항변의 취급을 종합적으로 묻는 문제이다. ① 상계항변과 중복제소, ② 상계항변으로 승소한 피고의 상소이익, ③ 가압류된 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제한, ④ 확정판결 변론종결 후의 상계권 행사와 청구이의, ⑤ 일부청구에서의 상계 충당 방법(외측설)이 차례로 다루어진다.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각 지문 검토
① 옳음 — 별소로 청구 중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상계항변은 중복제소가 아니다
소송상 상계항변은 소송물이 아니라 방어방법이므로, 자동채권과 동일한 채권으로 이미 별소를 제기하여 계속 중이더라도 그 상계항변이 중복제소에 해당하여 배척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01. 4. 27. 선고 2000다4050 판결
상계의 항변을 제출할 당시 이미 자동채권과 동일한 채권에 기한 소송을 별도로 제기하여 계속 중인 경우, …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별소로 계속 중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는 소송상 상계의 주장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상계항변과 중복제소 · 표준판례: 별소로 계속 중인 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한 소송상 상계항변의 허용과 상계항변의 철회
본 지문 → 옳음.
근거: 상계항변은 그 자체로 소송계속을 발생시키지 않는 예비적 방어방법이므로, 중복제소 금지(민사소송법 제259조)에 저촉되지 않는다. 반대로 상계항변을 먼저 한 뒤 자동채권으로 별소·반소를 제기하는 것도 허용된다(2021다275741).
② 옳음 — 상계항변이 받아들여져 청구가 기각된 판결에 대해 피고는 상소의 이익이 있다
소송상 상계항변은 수동채권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예비적 항변이므로, '소구채권 자체를 부정하여 청구를 기각한 판결'과 '소구채권을 인정하면서 상계항변을 받아들여 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기판력의 범위가 다르다.
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6다46338, 46345 판결
'원고의 소구채권 그 자체를 부정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과 '소구채권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상계항변을 받아들인 결과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판결'은 민사소송법 제216조에 따라 기판력의 범위를 서로 달리하고, 후자의 판결에 대하여 피고는 상소의 이익이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상계항변에 대한 판단과 상소의 이익 · 표준판례: 기판력의 객관적 범위: 상계항변
본 지문 → 옳음.
근거: 상계항변으로 승소한 경우 乙의 자동채권(대여금)도 상계로 소멸하고 그 판단에는 기판력이 미친다(민사소송법 제216조 제2항). 따라서 乙은 자동채권을 소멸시키지 않고 수동채권의 부존재로 이기기 위하여, 전부 승소하였더라도 항소할 이익이 있다.
③ 옳음 — 가압류 후에 취득한 자동채권으로는 가압류채권자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없다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가압류)을 받은 제3채무자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으로는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민법 제498조(지급금지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의 금지) 지급을 금지하는 명령을 받은 제삼채무자는 그 후에 취득한 채권에 의한 상계로 그 명령을 신청한 채권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498조
대법원 1982. 6. 22. 선고 82다카200 판결
가압류명령을 받은 제3채무자가 가압류채무자에 대한 반대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상계로써 가압류채권자에게 대항하기 위하여는 가압류의 효력 발생 당시에 양 채권이 상계적상에 있거나, 반대채권이 압류 당시 변제기에 이르지 않는 경우에는 피압류채권인 수동채권의 변제기와 동시에 또는 보다 먼저 변제기에 도달하는 경우이어야 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채권(가)압류와 상계
본 지문 → 옳음.
근거: 乙의 대여금(자동)채권이 가압류결정이 乙에게 송달된 뒤에 비로소 성립하였으므로, 가압류 효력 발생 당시 상계적상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乙은 가압류채권자 丙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없다(민법 제498조).
④ 옳지 않음 — 변론종결 후의 상계권 행사는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이므로 집행을 저지할 수 있다
상계적상에 있는 것만으로 채무가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상계의 의사표시가 있어야 비로소 소멸하므로,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더라도 변론종결 후에 비로소 상계권을 행사하면 이는 '변론종결 후에 생긴 이의원인'으로서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가 된다.
민사집행법 제44조(청구에 관한 이의의 소) ② 제1항의 이의는 그 이유가 변론이 종결된 뒤(변론 없이 한 판결의 경우에는 판결이 선고된 뒤)에 생긴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1998. 11. 24. 선고 98다25344 판결
채무자가 집행권원인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전에 상대방에 대하여 상계적상에 있는 채권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집행권원인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이르러 비로소 상계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민사집행법 제44조 제2항이 규정하는 '이의원인이 변론종결 후에 생긴 때'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당사자가 … 변론종결 전에 자동채권의 존재를 알았는가 몰랐는가에 관계없이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로 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기판력의 시적 범위:표준시 후의 상계권 행사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근거: 상계권 행사 여부는 형성권자인 乙의 의사에 달린 것이므로, 변론종결 전에 상계할 수 있었더라도 이를 행사하지 않은 이상 기판력에 차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乙은 변론종결(판결확정) 후에 상계권을 행사하여 청구이의의 소로 甲의 강제집행을 저지할 수 있다. "집행을 저지할 수 없다"는 지문은 그르다.
⑤ 옳음 — 일부청구에서 상계는 채권 전액에서 공제하고 잔액이 청구액을 넘으면 청구 전부를 인용한다(외측설)
하나의 채권 중 일부만 청구된 경우, 상계(또는 과실상계)는 손해 전액에서 공제하고 그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하지 않으면 잔액을, 초과하면 청구액 전부를 인용하는 것이 당사자의 통상적 의사에 부합한다(이른바 외측설).
대법원 1976. 6. 22. 선고 75다819 판결
한 개의 손해배상청구권 중 일부가 소송상 청구되어 있는 경우에 과실상계를 함에 있어서는 손해의 전액에서 과실비율에 의한 감액을 하고 그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잔액을 인용할 것이고 잔액이 청구액을 초과할 경우에는 청구의 전액을 인용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일부청구를 하는 당사자의 통상적 의사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일부청구와 과실상계
본 지문 → 옳음.
근거: 수동채권(甲의 손해배상채권) 전액이 5,000만 원이고 자동채권(乙의 대여금) 1,000만 원을 상계하면 잔액은 4,000만 원이다. 甲이 청구한 3,000만 원은 이 잔액(4,000만 원) 이내이므로, 법원은 청구액 3,000만 원 전부를 인용한다.
결론
옳지 않은 것은 4번이다. 상계권은 형성권으로서 그 행사 시기가 당사자의 의사에 달려 있으므로, 확정판결의 변론종결 후에 상계권을 행사하면 '변론종결 후에 생긴 이의원인'으로서 적법한 청구이의 사유가 되어 乙은 강제집행을 저지할 수 있다. ①(상계항변과 중복제소), ②(상계항변 승소 피고의 상소이익), ③(가압류 후 취득 채권의 상계 제한), ⑤(일부청구와 외측설)는 모두 판례에 부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