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2번
문제
甲은 하산하다가 야생 멧돼지에게 쫓겨 급히 도망치며 달리던 중 마침 乙의 전원주택을 발견하고 그 집으로 뛰어들어가 몸을 숨겨 위기를 모면하였다. 집주인 乙은 甲을 도둑으로 오인하여, 그를 쫓아내려는 의도로 “도둑이야!”라고 외쳤다. 甲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고 다가가자 乙은 자신을 공격하려는 것으로 오인하여 그의 가슴을 힘껏 밀어 넘어뜨렸다.
이 사안에서 乙이 오인한 점에 대하여는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고 볼 때, 甲과 乙의 형사책임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은?
선지
- ① 엄격책임설에 따르면 乙의 행위는 폭행의 구성요건적 고의 뿐 아니라 위법성의 인식도 부정되지는 않으므로 폭행죄가 인정된다.
- ② 제한책임설(유추적용설)에 따르면 乙은 폭행의 구성요건적 고의가 배제되어 무죄이다.
- ③ 법효과 제한적 책임설에 따르면 乙의 행위는 폭행의 구성요건적 고의가 인정되므로 폭행죄의 죄책을 진다.
- ④ 엄격고의설에 따르면 乙의 행위는 폭행의 고의가 인정되므로 폭행죄의 죄책을 진다.
- ⑤ 甲의 주거침입행위는 자구행위에 해당하여 무죄이다.
정답
2번
해설
정답: 2번
쟁점
乙이 甲을 자신을 공격하려는 자로 오인하여 방위의사로 폭행한 것은, 정당방위의 객관적 전제사실(현재의 부당한 침해)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존재한다고 오인한 경우로서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허용구성요건의 착오, 이른바 오상방위)에 해당한다. 그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때 乙의 죄책을 각 학설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그리고 甲의 주거침입이 어떤 위법성조각사유에 해당하는지를 묻는다.
사안의 구조
- 乙: 정당방위 상황이 없는데 있다고 오인한 오상방위이고,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착오의 회피가능성 없음)가 인정된다.
- 甲: 야생 멧돼지의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乙의 집으로 뛰어든 것으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
- 폭행죄에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다(과실폭행 불벌). 따라서 乙은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결국 처벌되지 않지만, 그 도그마틱적 경로(어느 단계에서 무엇이 배제되는가)가 학설마다 다르다. 이 문제는 그 경로를 정확히 아는지를 묻는다.
① 엄격책임설 — 옳지 않음
엄격책임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금지착오(법률의 착오)로 취급한다. 즉 구성요건적 고의와 위법성은 그대로 인정하되, 위법성의 인식(가능성)이 있었는지를 책임단계에서 따진다.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위법성 인식의 가능성이 없어 책임이 조각되고,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고의범의 책임을 진다.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 자기의 행위가 법령에 의하여 죄가 되지 아니하는 것으로 오인한 행위는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 한하여 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6조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사안은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경우이므로, 엄격책임설에 의하더라도 위법성 인식의 가능성이 부정되어 책임이 조각되어 무죄가 된다. 지문은 "위법성의 인식도 부정되지 않으므로 폭행죄가 인정된다"고 하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이상 책임이 조각되어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결론이 틀리다.
② 제한책임설(유추적용설) — 옳음 (정답)
유추적용설은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를 구성요건적 착오에 유추적용하여, 구성요건적 고의(고의불법)가 조각된다고 본다. 그 결과 고의범은 성립하지 않고 과실범의 성부만 문제되는데, 폭행죄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乙은 무죄가 된다.
형법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다만,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3조
본 지문 → 옳음 (정답).
근거: 유추적용설에 의하면 전제사실의 착오는 구성요건적 착오처럼 취급되어 구성요건적 고의가 배제되고, 남는 과실 폭행은 처벌규정이 없어 무죄가 된다. 지문은 "구성요건적 고의가 배제되어 무죄"라고 하여 유추적용설의 논리를 정확히 서술하였다.
③ 법효과제한적 책임설 — 옳지 않음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은 구성요건적 고의(행위반가치의 고의)는 그대로 인정하되, 착오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고의(심정반가치)가 조각되어 고의범의 법효과만을 부정하고 과실범으로 처리한다. 폭행은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결국 무죄가 된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이 설에서 구성요건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부분은 맞지만, 책임고의가 조각되어 고의 폭행죄의 죄책을 지지 않고 과실범 문제만 남으며 그마저 처벌규정이 없어 무죄가 된다. 지문은 "구성요건적 고의가 인정되므로 폭행죄의 죄책을 진다"고 하여 고의범으로 처벌된다는 결론에 이르렀으므로 틀리다.
④ 엄격고의설 — 옳지 않음
엄격고의설은 고의를 책임요소로 보고, 고의가 성립하려면 위법성에 대한 현실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오상방위에서 행위자는 자신의 행위가 정당방위로서 적법하다고 믿어 위법성을 현실적으로 인식하지 못하였으므로 (책임)고의가 조각되고, 과실범의 성부만 남는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엄격고의설에 의하면 위법성의 현실적 인식이 없는 이상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므로, 乙에게 폭행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 지문은 "폭행의 고의가 인정되므로 폭행죄의 죄책을 진다"고 하였으나, 엄격고의설의 전제(위법성 인식 결여 → 고의 조각)와 정면으로 배치되어 틀리다.
⑤ 甲의 주거침입 — 자구행위가 아니라 긴급피난 — 옳지 않음
甲은 야생 멧돼지에게 쫓기는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하여 乙의 집으로 뛰어들었으므로, 이는 자기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긴급피난에 해당한다.
형법 제22조(긴급피난)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23조(자구행위) ①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서는 청구권을 보전(保全)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이 불가능해지거나 현저히 곤란해지는 상황을 피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2조 · 형법 제23조
대법원 2006. 3. 24. 선고 2005도8081 판결
형법상 자구행위라 함은 법정절차에 의하여 청구권을 보전하기 불능한 경우에 그 청구권의 실행불능 또는 현저한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상당한 행위를 말하는 것인바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자구행위의 성립요건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자구행위는 "청구권"을 법정절차로 보전할 수 없는 경우에 그 실행곤란을 피하기 위한 행위인데, 甲에게는 보전할 청구권 자체가 없고 그가 피한 것은 멧돼지에 의한 현재의 위난이다. 따라서 甲의 행위는 자구행위가 아니라 긴급피난으로 위법성이 조각된다. 결론(무죄)은 같더라도 그 근거를 자구행위라고 한 지문은 틀리다. 이 자구행위 판례(2005도8081)는 제3회 형사법 제15번·제8회 형사법 제6번·제12회 형사법 제3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정답은 2번이다.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오상방위)는 학설에 따라 처리 단계가 다르다 — 엄격책임설은 금지착오로 보아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을 조각하고, 유추적용설은 구성요건적 고의를 조각하며, 법효과제한적 책임설은 구성요건적 고의는 인정하되 책임고의를 조각하여 과실범으로, 엄격고의설은 위법성 인식 결여로 고의 자체를 조각한다. 그런데 폭행죄에는 과실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 이 사안에서 乙은 어느 학설에 의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유추적용설의 논리를 정확히 서술한 ②만이 옳고, 나머지는 각 학설의 결론을 잘못 연결하였거나(①·③·④) 위법성조각사유를 잘못 지목한 것(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