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40번
문제
甲은 ‘A퀵서비스’라는 상호로 배달·운송업을 하는 자로, 과거 乙이 운영하는 ‘B퀵서비스’의 직원으로 일하던 중 소지하게 된 B퀵서비스 명의로 된 영수증을 보관하고 있던 것을 이용하여, 2010. 2. 1.부터 2011. 2. 1.까지 자신의 A퀵서비스 배달업무를 하면서 불친절하고 배달을 지연시켜 손님의 불만이 예상되는 배달 건에 대하여는 B퀵서비스 명의로 된 영수증에 자신이 한 배달내역을 기입하여 손님들의 불만을 乙에게 떠넘기는 방법으로 영업을 하였다. 乙은 甲의 행위에 의하여 자신의 신용이 훼손되었다는 이유로 2011. 10. 1. 甲을 고소하였다.
검사는 甲을 신용훼손죄로 기소하였다가, 공판 중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예비적으로 업무방해죄의 공소사실 및 적용법조를 추가한다는 공소장변경신청을 하였다.
이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에는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甲의 행위는 신용훼손죄에 해당한다.
- ② 만약 ‘B퀵서비스’가 국가기관인 우체국이라면 甲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한다.
- ③ 乙이 甲의 행위를 2011. 2. 1. 알게 되었다면 乙의 고소는 6개월의 고소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 ④ 甲이 공판정에서 위 사실관계를 완전히 인정하면서 다만 乙의 신용을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그 범의만을 부인하는 경우 법원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재판할 수 없다.
- ⑤ 공소장변경이 적법하게 이루어진 경우, 법원은 신용훼손죄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고 업무방해죄의 성립여부만을 판단할 수 있다.
정답
4번
해설
정답: 4번
쟁점
甲이 경쟁업체(B퀵서비스, 乙 운영) 명의 영수증에 자신의 불성실한 배달내역을 기입하여 손님의 불만을 乙에게 떠넘긴 사안이다. ① 이 행위가 신용훼손죄의 '신용'을 훼손한 것인지, ② 상대가 공무(우체국)라면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지, ③ 신용훼손죄·업무방해죄에 고소기간 제한이 있는지, ④ 범의만 부인하는 경우 간이공판절차가 가능한지, ⑤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의 심판 순서가 각각 문제된다. 옳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다.
근거 법령
형법 제313조(신용훼손)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사람의 신용을 훼손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①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
형사소송법 제286조의2(간이공판절차의 결정)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에 대하여 자백한 때에는 법원은 그 공소사실에 한하여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13조 · 형사소송법
각 지문 검토
① ✗ — 불친절·배달지연 책임 전가는 신용훼손죄의 '신용'을 훼손한 것이 아님
대법원 2011. 5. 13. 선고 2009도5549 판결(판결요지 [1][2])
[1] 형법 제313조의 신용훼손죄에서 '신용'은 경제적 신용, 즉 사람의 지급능력 또는 지급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의미한다. [2] 퀵서비스 운영자인 피고인이 배달업무를 하면서, … 경쟁관계에 있는 피해자 운영의 퀵서비스 명의로 된 영수증을 작성·교부함으로써 손님들로 하여금 불친절하고 배달을 지연시킨 사업체가 피해자 운영의 퀵서비스인 것처럼 인식하게 한 사안에서, …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위 행위가 피해자의 경제적 신용, 즉 지급능력이나 지급의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 신용훼손의 주위적 공소사실을 무죄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한 사례.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신용훼손죄의 '신용'의 의미:경제적 신용(지급능력·지급의사)에 한정 — 퀵서비스 배달지연 책임 전가는 신용훼손 ✗(업무방해)
이 문제는 위 판례의 사실관계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신용훼손죄의 '신용'은 지급능력·지급의사에 관한 경제적 신뢰를 뜻하므로, 배달의 신속·친절 등 서비스 품질에 대한 평가를 떨어뜨린 것만으로는 신용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그래서 검사가 예비적으로 업무방해죄를 추가한 것이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甲의 행위는 신용훼손죄가 아니라 업무방해죄로 평가될 여지가 있을 뿐이다.
② ✗ —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하고, 공무는 업무방해죄의 대상이 아님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 공무집행방해죄는 폭행, 협박에 이른 경우를 구성요건으로 삼고 있을 뿐 이에 이르지 아니하는 위력 등에 의한 경우는 그 구성요건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 …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의 차이
만약 B가 우체국(공무)이라면, 사인(私人)의 업무일 때 성립할 수 있는 업무방해죄로는 공무를 의율할 수 없고,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는 폭행·협박을 요건으로 한다. 甲의 행위에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협박이 없고, 우체국 공무원의 구체적 직무집행을 위계로 방해한 것도 아니므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폭행·협박 없는 甲의 행위로는 공무집행방해죄를 인정할 수 없다. 이 판례(2009도4166 전합)는 제9·13·15회 형사법에서도 출제되었다.
③ ✗ — 신용훼손죄·업무방해죄는 비친고죄여서 고소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음
고소기간 6개월(형사소송법 제230조 제1항)의 제한은 친고죄에만 적용된다. 신용훼손죄(형법 제313조)와 업무방해죄(형법 제314조)는 친고죄가 아니므로, 고소기간의 제한이 없다.
형사소송법 제230조(고소기간) ① 친고죄에 대하여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을 경과하면 고소하지 못한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230조
따라서 乙이 2011. 2. 1. 甲의 행위를 알고 2011. 10. 1. 고소하였더라도, 애초에 고소기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비친고죄이므로 그 고소는 적법하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6개월 고소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는 서술은 비친고죄에 고소기간 제한을 잘못 적용한 것이다.
④ ○ — 범의만 부인하는 경우 공소사실의 자백으로 볼 수 없어 간이공판절차에 의할 수 없음
간이공판절차는 피고인이 공판정에서 공소사실을 '자백'한 때에 개시된다(형사소송법 제286조의2). 여기서 자백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는 것을 말하는데, 고의(범의)는 고의범의 주관적 구성요건요소이므로 이를 부인하면 공소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어서 자백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6. 5. 11. 선고 2004도6176 판결
제1심 공판기일에서의 피고인의 진술이 공소사실 중 일부를 부인하거나 또는 최소한 피고인에게 폭력의 습벽이 있음을 부인하는 취지라고 보임에도,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상습상해 내지 폭행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원심판결에 간이공판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 위법이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간이공판절차에서 피고인의 공판정에서의 자백
甲이 사실관계는 완전히 인정하면서도 '乙의 신용을 훼손하거나 업무를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고 범의(고의)를 부인하는 것은 범죄의 성립을 다투는 것이어서 공소사실의 자백으로 볼 수 없다. 따라서 법원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재판할 수 없다.
본 지문 → 옳음 (정답).
근거: 공소사실을 완전히 인정하지 않고 고의를 다투는 이상 자백이 아니므로 간이공판절차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 이 판례(2004도6176)는 제10·14회 형사법에서도 출제되었다.
⑤ ✗ — 예비적 병합에서는 주위적 공소사실을 먼저 판단하여야 함
주위적으로 신용훼손죄, 예비적으로 업무방해죄가 병합된 경우, 법원은 먼저 주위적 공소사실(신용훼손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고 이를 배척할 때 비로소 예비적 공소사실(업무방해죄)을 판단하여야 한다. 주위적 공소사실을 판단하지 않고 곧바로 예비적 공소사실만 판단할 수는 없다.
대법원 2006. 5. 25. 선고 2006도1146 판결
원래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의 일부에 대한 상소제기의 효력은 나머지 공소사실 부분에 대하여도 미치는 것이고,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서로 양립할 수 없는 적용법조의 적용을 주위적·예비적으로 구하는 경우에는 예비적 공소사실만 유죄로 인정되고 그 부분에 대하여 피고인만 상소하였다고 하더라도 주위적 공소사실까지 함께 상소심의 심판대상에 포함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예비적·택일적 기재의 경우 법원의 심판 대상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은 하나의 심판대상으로 묶여 있으므로, 법원이 주위적 공소사실을 도외시한 채 예비적 공소사실만 판단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신용훼손죄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고 업무방해죄만 판단할 수 있다'는 서술은 예비적 병합의 심판 구조에 반한다.
결론
옳은 것은 4번이다. 신용훼손죄의 '신용'은 경제적 신용에 한정되어 이 사안은 신용훼손죄가 아니라 업무방해죄로 의율될 수 있고(2009도5549),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범의를 부인하면 자백이 아니어서 간이공판절차에 의할 수 없다는 점(2004도6176)을 정리해 둘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