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9번
문제
횡령과 배임의 죄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선지
- ① 甲이 친구 A와 함께 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서로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A가 떨어뜨리고 간 휴대전화를 술집 주인으로부터 일행 A에게 전해달라는 의사로 건네받아 보관하던 중 A의 휴대전화를 임의로 사용한 경우, 甲은 A로부터 직접 위탁받은 것이 아니고 조리상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으므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②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그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사실상 또는 법률상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하므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를 처분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
- ③ 건물의 임차인 甲이 임대인에 대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乙에게 양도하였는데도 임대인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지 않고 임대인으로부터 남아있던 임대차보증금을 반환받아 보관하던 중 임의로 소비한 경우, 甲은 乙을 위하여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한 것으로서 횡령죄의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
- ④ 채무자 甲이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상실시켜 채권자의 담보권 실행이나 이를 통한 채권실현에 위험을 초래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 ⑤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대표권을 남용하는 등 그 임무에 위배하여 약속어음을 발행한 경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정답
5번
해설
정답: 5번
쟁점
횡령과 배임의 죄의 성립요건을 사례별로 묻는다. ①횡령죄의 위탁관계(조리에 의한 보관자 지위)와 불법영득의사, ②소유자의 이익을 위한 처분과 불법영득의사, ③채권양도 통지 전 양도인이 추심·수령한 금전의 임의처분과 횡령죄, ④동산 저당권 설정자의 담보물 처분과 배임죄, ⑤대표권 남용 약속어음 발행의 배임죄 기수시기가 각 지문의 핵심이다. 옳은 것은 ⑤이다.
근거 법령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5조
각 지문 검토
① 술집 업주로부터 일행의 휴대전화를 건네받은 甲은 조리상 보관자 지위에 있다
횡령죄의 주체인 보관자의 위탁관계는 계약뿐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의해서도 성립할 수 있고, 반드시 소유자가 직접 위탁하여야만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술집 업주가 A에게 전해달라는 의사로 일행인 甲에게 휴대전화를 건네주었다면, 甲은 조리상 A를 위하여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2도5346 판결
횡령죄의 주체는 위탁관계에 따라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인바, 그 위탁관계는 반드시 사용대차·임대차·위임 등 계약에 따라 설정될 필요는 없고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 등에 따라 성립될 수도 있으며, 반드시 소유자가 직접 위탁하여야만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 소주방 업주가 위 휴대전화를 발견하고 소유자에게 전해달라는 의사로 일행인 피고인에게 건네주어 피고인이 보관하게 된 사실을 알 수 있는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피고인은 조리상 피해자를 위하여 위 휴대전화를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횡령죄의 위탁관계와 불법영득의사:술집 업주로부터 건네받은 일행의 휴대전화 임의사용
본 지문 → 옳지 않음. 판례는 甲이 조리상 보관자 지위에 있음을 명백히 인정하였다. 다만 이 사안에서 횡령죄가 부정된 것은 "보관자 지위가 없어서"가 아니라 휴대전화를 임의로 사용한 것만으로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조리상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지문의 전제가 판례에 정면으로 반한다.
②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인 것처럼 처분하는 의사이다. 따라서 보관자가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여 처분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만, 반대로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3도658 판결(판결요지 [2])
횡령죄에서 불법영득의사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위탁의 취지에 반하여 타인의 재물을 자기의 소유인 것처럼 권한 없이 스스로 처분하는 의사를 의미한다. 따라서 보관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소유자의 이익에 반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재물에 대한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으나, 그와 달리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재물에 대하여는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재물을 처분한 경우 불법영득의사 부정
본 지문 → 옳지 않음. 앞부분(불법영득의사의 정의)은 옳으나, "소유자의 이익을 위하여 처분한 경우에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할 수 있다"는 결론은 판례와 정반대이다. 소유자의 이익을 위한 처분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된다.
③ 채권양도인이 통지 전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여 소비하여도 횡령죄의 보관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채권양도인이 채무자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는 등 대항요건을 갖추어 주지 않은 채 채무자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금전을 수령한 경우, 그 금전의 소유권은 채권양도인에게 귀속하고, 양도인이 양수인을 위하여 이를 보관하는 신임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임의로 처분하여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2. 6. 23. 선고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판결요지 [2])
피고인이 乙과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에 관한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하고 甲에게 채권양도 통지를 하기 전에 甲으로부터 채권을 추심하여 남아 있던 임대차보증금을 수령하였더라도 임대차보증금으로 받은 금전의 소유권은 피고인에게 귀속할 뿐 乙에게 귀속한다고 볼 수 없고, 나아가 채권양도계약을 체결한 피고인과 乙은 통상의 권리이전계약에 따른 이익대립관계에 있을 뿐 피고인이 乙을 위한 보관자 지위가 인정될 수 있는 신임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채권양도 통지 전 양도인이 추심 수령한 금전의 임의처분과 횡령죄:횡령죄 불성립 (97도666 변경)
본 지문 → 옳지 않음. 지문은 종전 판례(97도666 전합)를 전제로 "甲은 乙을 위하여 보증금을 수령한 보관자에 해당한다"고 하나, 위 2017도3829 전원합의체 판결이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이 경우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이 판례(2017도3829 전합)는 제3회 형사법 제38번에서도 다루어졌습니다.
④ 동산 저당권 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상실시켜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등에 따라 저당권을 설정한 채무자가 부담하는 담보가치 유지·보전 의무는 저당권설정계약에 따른 채무자 자신의 급부의무일 뿐이므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담보물을 처분하여 담보가치를 감소·상실시켜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판결요지 [1])
채무자가 금전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 등에 따라 그 소유의 동산에 관하여 채권자에게 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약정하거나 저당권을 설정한 경우에도 … 채무자가 통상의 계약에서의 이익대립관계를 넘어서 채권자와의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채권자의 사무를 맡아 처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채무자를 채권자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채무자가 담보물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으로 담보가치를 감소 또는 상실시켜 …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동산 저당권 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한 경우 배임죄 성부:배임죄 불성립 (전합 변경)
본 지문 → 옳지 않음. 위 전원합의체 판결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동산 저당권 설정자가 담보물을 처분하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지문은 변경된 판례에 반한다. 이는 동산 양도담보설정자의 처분에 대해 배임죄를 부정한 판례(2019도9756 전합)와 같은 맥락이다.
⑤ 대표권을 남용한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라도 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면 이행 전이라도 배임죄 기수이다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 의무부담행위가 상대방의 악의·과실로 회사에 무효인 경우 원칙적으로 배임죄의 기수에 이르지 않고 미수에 그친다. 다만 약속어음 발행은 발행인이 인적 항변으로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가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여 어음채무의 실제 이행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가 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판결요지 [2] 다수의견)
약속어음 발행의 경우 어음법상 발행인은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므로(어음법 제17조, 제77조), 어음발행이 무효라 하더라도 그 어음이 실제로 제3자에게 유통되었다면 회사로서는 어음채무를 부담할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그 어음채무가 실제로 이행되기 전이라도 배임죄의 기수범이 된다. 그러나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어음발행행위의 배임죄 성부 · 표준판례: 배임죄의 기수시기
본 지문 → 옳음 (정답). 지문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의 판시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어음발행이 무효라도 제3자 유통이 있으면 어음채무 부담 위험이 현실화되어 기수가 되고, 유통되지 않았다면 미수에 그친다는 점을 구별하여야 한다. 이 판례(2014도1104 전합)는 제6회 제14번·제8회 제20번·제10회 제8번·제11회 제10번 선택형과 제7회 사례형 제2문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결론
정답은 5번. ⑤는 대표권 남용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라도 제3자에게 유통되면 어음채무 부담 위험이 구체적·현실적으로 발생하여 이행 전이라도 배임죄 기수라는 판례(2014도1104 전합)에 부합한다. 나머지는 ①조리상 보관자 지위는 인정되나 불법영득의사가 없어 무죄인 사안(보관자 지위 부정이 틀림), ②소유자의 이익을 위한 처분은 불법영득의사 부정, ③채권양도 통지 전 수령 금전 임의처분은 횡령죄 불성립(97도666 변경), ④동산 저당권 설정자의 담보물 처분은 배임죄 불성립(전합 변경)으로 각 옳지 않다. ③·④는 최근 전원합의체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통상의 계약상 이익대립관계를 넘는 신임관계"가 없으면 횡령·배임을 부정하는 흐름을 확인해 둘 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