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선택형 12번
문제
재산죄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ㄱ. 지입회사에 소유권이 있는 차량에 대하여 지입회사로부터 운행관리권을 위임받은 지입차주 甲이 지입회사의 승낙 없이 보관 중인 차량을 사실상 처분하더라도 법률상 처분권한이 없기 때문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ㄴ. 甲이 피해자 경영의 금은방에서 마치 귀금속을 구입할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금목걸이를 건네받은 다음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도주한 행위는 절도죄에 해당한다.
ㄷ. 甲이 토지의 소유자이자 매도인 A에게 토지거래허가 등에 필요한 서류라고 속여 근저당권설정계약서 등에 서명·날인하게 하고 인감증명서를 교부받은 다음, 이를 이용하여 A 소유 토지에 甲을 채무자로 한 근저당권을 B에게 설정하여 주고 돈을 차용한 경우에도 A의 처분의사가 인정되므로 사기죄에 해당한다.
ㄹ. 甲이 A에게 자신의 자동차를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한 후 B에게 임의로 매도하고 B 명의로 이전등록을 해 준 경우, 등록을 요하는 재산인 자동차 등에 관하여 양도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한 채무자는 채권자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가 인정되어 그 임무에 위배하여 이를 타에 처분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한다.
ㅁ. 甲이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자신의 전자지갑에 이체된 가상자산을 반환하지 않고 자신의 또 다른 전자지갑에 이체하였다면 착오송금의 법리가 적용되어 배임죄가 성립한다.
선지
- ① ㄱ, ㄴ, ㄷ
- ② ㄱ, ㄴ, ㄹ
- ③ ㄱ, ㄹ, ㅁ
- ④ ㄴ, ㄹ, ㅁ
- ⑤ ㄷ, ㄹ, ㅁ
정답
3번
해설
정답: 3번 (ㄱ, ㄹ, ㅁ)
쟁점
재산죄 전반의 쟁점을 묻는 것으로, 옳지 않은 것을 모두 고르는 문제이다. ㄱ 지입차주의 지입차량 임의처분과 횡령죄(2015도1944 전합), ㄴ 기망으로 건네받았으나 점유가 이전되지 않은 경우의 절도죄(94도1487), ㄷ 이른바 서명사취와 사기죄의 처분의사(2016도13362 전합), ㄹ 자동차 등 등록을 요하는 재산의 양도담보와 배임죄(2019도9756 전합), ㅁ 가상자산 착오이체와 배임죄(2020도9789)를 구별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5조
각 지문 검토
ㄱ. ✗ — 지입차주가 지입회사 소유 차량을 임의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5. 6. 25. 선고 2015도1944 전원합의체 판결
"소유권의 취득에 등록이 필요한 타인 소유의 차량을 인도받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이를 사실상 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하며, 그 보관 위임자나 보관자가 차량의 등록명의자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이와 같은 법리는 지입회사에 소유권이 있는 차량에 대하여 지입회사로부터 운행관리권을 위임받은 지입차주가 지입회사의 승낙 없이 그 보관 중인 차량을 사실상 처분하거나 … 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차량의 보관자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횡령죄의 보관은 재물에 대한 사실상 또는 법률상 지배력이 있는 상태를 의미하므로, 등록을 요하는 차량이라도 이를 인도받아 보관하는 지입차주는 그 처분권능(등록명의) 유무가 아니라 보관 여부에 따라 횡령죄의 주체가 된다. 따라서 지입차주가 지입회사의 승낙 없이 임의처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 지문은 "법률상 처분권한이 없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하여 종전 판례(등록권능 기준)를 따랐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를 변경하였으므로 틀렸다. 이 판례(2015도1944 전합)는 제8회 형사법 제18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ㄴ. ○ — 기망으로 건네받았으나 점유가 이전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도주하면 절도죄이다
대법원 1994. 8. 12. 선고 94도1487 판결
"피고인이 피해자 경영의 금방에서 마치 귀금속을 구입할 것처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순금목걸이 등을 건네받은 다음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는 핑계를 대고 도주한 것이라면 위 순금목걸이 등은 도주하기 전까지는 아직 피해자의 점유하에 있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절도죄로 의율 처단한 것은 정당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기망으로 교부받았으나 점유가 이전되지 않은 경우 절도:금은방 순금목걸이 후 도주
본 지문 → 옳음.
근거: 매장에서 손님이 물건을 잠시 건네받아 살펴보는 동안 그 물건의 점유는 여전히 상점 주인에게 있다. 甲이 이를 가지고 도주한 것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침탈한 것이므로, 사기죄(교부에 의한 처분)가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 지문은 이 판시를 정확히 옮긴 것이다.
ㄷ. ○ — 서명사취의 경우에도 처분행위의 외관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처분의사가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7. 2. 16. 선고 2016도13362 전원합의체 판결(판결요지 [2])
"피기망자가 행위자의 기망행위로 인하여 착오에 빠진 결과 내심의 의사와 다른 효과를 발생시키는 내용의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의 내용에 따른 재산상 손해가 초래되었다면 그와 같은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을 한 피기망자의 행위는 사기죄에서 말하는 처분행위에 해당한다. 아울러 비록 피기망자가 처분결과, 즉 문서의 구체적 내용과 법적 효과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더라도, 어떤 문서에 스스로 서명 또는 날인함으로써 처분문서에 서명 또는 날인하는 행위에 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역시 인정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사기죄 처분의사:외관에 대한 인식만으로 처분의사 인정 (종전 판례 변경)
본 지문 → 옳음.
근거: 종전 판례는 처분결과(근저당권 설정 등)에 대한 인식까지 있어야 처분의사를 인정하였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피기망자가 처분행위 자체(서명·날인)를 인식하고 하였다면 그 처분결과를 오인하였더라도 처분의사가 인정된다고 하여 판례를 변경하였다. 따라서 서명사취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게 한 경우에도 A의 처분의사가 인정되어 사기죄가 성립한다. 지문은 이 법리를 정확히 옮긴 것이다. 이 판례(2016도13362 전합)는 제14회 형사법 제7번·제9회 형사법 제39번·제7회 형사법 제5번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ㄹ. ✗ — 자동차 등 등록을 요하는 재산의 매도인·담보설정 채무자가 임의처분하여도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0. 10. 22. 선고 2020도6258 전원합의체 판결(판결요지 [2])
"동산 매매계약에서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매도인이 목적물을 타에 처분하였다 하더라도 형법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위와 같은 법리는 권리이전에 등기·등록을 요하는 동산에 대한 매매계약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자동차 등의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그의 사무를 처리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여,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소유권이전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타에 처분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자동차 등 등록·등기를 요하는 재산의 매매·담보설정:채무자·매도인은 타인의 사무 처리자가 아니어서 임의처분해도 배임죄 ✗ (종전 판례 변경)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채무자·매도인이 담보설정·소유권이전 등의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이는 통상의 계약상 이익대립관계에서 나오는 자기의 사무일 뿐 '타인의 사무'가 아니다. 따라서 등록을 요하는 재산인 자동차 등에 관하여 甲이 A에게 양도담보로 제공하기로 약정한 뒤 B에게 임의로 매도·이전등록하여도, 甲은 A에 대하여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아니어서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지문은 종전 판례에 따라 "사무처리 지위가 인정되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를 변경하였으므로 틀렸다. 동산·주식의 양도담보설정자에 대하여 같은 법리를 선언한 대법원 2020. 2. 20. 선고 2019도9756 전원합의체 판결이 그 원류이다. 이 자동차 관련 법리(2020도6258)는 제10회 형사법 제28번·제4회 형사법 제9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ㅁ. ✗ — 가상자산의 착오이체에는 착오송금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판결요지 [1])
"가상자산 권리자의 착오나 가상자산 운영 시스템의 오류 등으로 법률상 원인관계 없이 다른 사람의 가상자산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이체된 경우,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는 …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당사자 사이의 민사상 채무에 지나지 않고 이러한 사정만으로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사람이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가상자산을 보존하거나 관리하는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 … 원인불명으로 재산상 이익인 가상자산을 이체받은 자가 가상자산을 사용·처분한 경우 이를 형사처벌하는 명문의 규정이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를 유추하여 신의칙을 근거로 피고인을 배임죄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가상자산 착오이체 후 자기 다른 전자지갑 이체:착오송금 법리 적용 ✗ + 배임죄 ✗
본 지문 → 옳지 않음.
근거: 예금의 착오송금에서는 예금주와 송금인 사이에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하여 임의소비 시 횡령죄가 인정되나(2010도891), 가상자산은 그와 같은 법적 근거나 보호필요성이 인정되는 별개의 재산이어서 착오송금의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가상자산을 법률상 원인 없이 이체받아 자신의 다른 전자지갑으로 이체한 경우, 이를 배임죄로 처벌하는 명문 규정이 없어 죄형법정주의상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지문은 "착오송금의 법리가 적용되어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하였으나, 판례와 정반대이므로 틀렸다. 이 판례(2020도9789)는 제14회 형사법 제31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옳지 않은 것은 ㄱ·ㄹ·ㅁ이므로 정답은 3번이다. ㄱ(지입차주 임의처분=횡령죄 성립, 2015도1944 전합)·ㄹ(자동차 등 등록 요하는 재산의 매도인·담보설정 채무자=배임죄 ✗, 2020도6258 전합)·ㅁ(가상자산 착오이체=착오송금 법리 ✗·배임죄 ✗, 2020도9789)이 함정이다. ㄴ(점유 미이전 물건 도주=절도죄)·ㄷ(서명사취=처분의사 인정, 사기죄, 2016도13362 전합)은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