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2023년) 변호사시험 공법 선택형 21번
문제
헌법상 경제질서에 관한 설명 중 옳지 않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ㄱ. 입법자는 경제영역에서의 국가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가능한 여러 정책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자의 그러한 정책판단과 선택은 경제에 관한 국가적 규제·조정 권한의 행사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ㄴ. 택시운송사업자에게 운송수입금 전액 수납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헌법 제126조에 의하여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기업 경영과 관련한 국가의 광범위한 감독과 통제 또는 관리에 해당되지 않는다.
ㄷ. 법령에 의한 인·허가 없이 장래의 경제적 손실을 금전 또는 유가증권으로 보전해 줄 것을 약정하고 회비 등의 명목으로 금전을 수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은 사인 간의 사적 자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하는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경제질서에 어긋난다.
ㄹ. 농지의 임대차는 절대 금지되나,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한 농지의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ㅁ. 소비자불매운동은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에 비추어 정당하게 평가되는 경우에만 법적 책임이 면제되므로, 물품 등의 공급자나 사업자 이외의 제3자를 상대로 하는 불매운동은 제3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더라도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되지 않는다.
선지
- ① ㄱ, ㄴ, ㄷ
- ② ㄱ, ㄹ, ㅁ
- ③ ㄴ, ㄷ, ㄹ
- ④ ㄴ, ㄷ, ㅁ
- ⑤ ㄷ, ㄹ, ㅁ
정답
5번
해설
정답: 5번 (ㄷ, ㄹ, ㅁ)
쟁점
헌법 제119조 이하 경제에 관한 장의 다섯 논점을 묻는다. ㄱ 경제정책에 대한 입법형성권을 사법심사가 어디까지 존중해야 하는지, ㄴ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 수납의무가 헌법 제126조가 금지하는 사영기업 경영의 통제·관리인지, ㄷ 인·허가 없는 손실보전 약정(유사수신)의 금지가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경제질서에 어긋나는지, ㄹ 헌법 제121조 제2항이 농지의 임대차를 어떻게 다루는지, ㅁ 제3자를 상대로 한 소비자불매운동의 책임 면제 요건.
옳지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이므로 ㄷ·ㄹ·ㅁ이 정답이다.
근거 법령
헌법 제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119조
헌법 제121조 ①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② 농업생산성의 제고와 농지의 합리적인 이용을 위하거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121조
헌법 제126조 국방상 또는 국민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하여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126조
각 지문 검토
ㄱ. ○ — 경제정책의 선택은 입법자의 몫이고 사법심사는 존중이 원칙
헌법 제119조 제1항이 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선언하는 한편 제2항이 국가에 규제·조정 권한을 부여한 결과, 경제영역에서는 입법자에게 넓은 형성권이 인정된다. 헌법재판소는 그 심사 강도를 다음과 같이 정식화했다.
헌재 2003. 7. 24. 2001헌가25
헌법은 제119조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규정함으로써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시장경제질서를 원칙으로 함과 아울러 같은 조 제2항에서는 국가로 하여금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 따라서 입법자는 경제현실의 역사와 미래에 대한 전망, 목적달성에 소요되는 경제적·사회적 비용, 당해 경제문제에 관한 국민 내지 이해관계인의 인식 등 제반 사정을 두루 감안하여 독과점 규제와 공정거래의 보장을 위하여 가능한 여러 정책 중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고, 입법자의 그러한 정책판단과 선택은 그것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경제에 관한 국가적 규제·조정권한의 행사로서 존중되어야 할 것이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경제영역에서의 입법자의 정책선택과 사법심사의 한계: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존중
본 지문은 위 판시를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사건에서 일반화한 표현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국가의 규제·조정 권한과 입법자 판단 존중을 다시 확인했다.
헌재 2018. 6. 28. 2016헌바77, 78, 79(병합)(결정요지 2)
… 대형마트 등과 중소유통업자들의 경쟁을 형식적 자유시장 논리에 따라 방임한다면 유통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질서가 깨어지고, 다양한 경제주체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시장기능의 정상적 작동이 저해되며, 중소상인들이 생존 위협을 받는 등 경제영역에서의 사회정의가 훼손될 수 있으므로, 국가는 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라 이에 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대형마트 등의 영업을 직접 규제함으로써 중소유통업자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법자의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의무휴업 강제와 직업수행의 자유:헌법 제119조 제2항에 따른 규제·조정 권한과 입법자의 정책판단 존중
지문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라고 한 것은 판시의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한 존중되어야 한다"와 같은 뜻이다. 존중이 원칙이되 현저한 불합리는 예외로 통제된다는 구조이므로, 무제한 존중을 뜻하는 것으로 읽어 틀렸다고 볼 지문이 아니다.
본 지문 → 옳음.
ㄴ. ○ —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는 헌법 제126조의 경영 통제·관리가 아니다
헌법 제126조가 금지하는 것은 사영기업의 국·공유화와 그에 준하는 경영의 통제·관리다. 영업방식에 관한 통상의 규제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헌재 1998. 10. 29. 97헌마345(결정요지 3)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는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기업경영에 있어서 영리추구라고 하는 사기업 본연의 목적을 포기할 것을 강요받거나 전적으로 사회·경제정책적 목표를 달성하는 방향으로 기업활동의 목표를 전환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 기업경영과 관련하여 국가의 광범위한 감독과 통제 또는 관리를 받게 되는 것도 아니며, 더구나 청구인들 소유의 기업에 대한 재산권이 박탈되거나 통제를 받게 되어 그 기업이 사회의 공동재산의 형태로 변형된 것도 아니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 제126조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택시 운송수입금 전액 수납의무와 헌법 제126조
사납금제를 금지하고 운송수입금을 전액 수납·납부하게 한 것은 기업의 목적 자체를 바꾸라는 것도, 기업을 공동재산으로 만드는 것도 아니다. 제126조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이 그래서 나온다.
본 지문 → 옳음.
97헌마345는 제9회 공법 21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ㄷ. ✗ — 유사수신행위 금지는 헌법상 경제질서에 위배되지 않는다
지문의 서술은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호의 문언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청구인은 자신의 범칙금대납업에는 투기적·사행적 요소가 없으므로 이를 규제하는 것이 헌법 제119조 제1항의 경제질서에 어긋난다고 주장했으나, 헌법재판소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 2003. 2. 27. 2002헌바4(결정요지 3)
어떤 분야의 경제활동을 사인간의 사적 자치에 완전히 맡길 경우 심각한 사회적 폐해가 예상되는데도 국가가 아무런 관여를 하지 않는다면 공정한 경쟁질서가 깨어지고 경제주체간의 부조화가 일어나게 되어 오히려 헌법상의 경제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므로, 경제주체간의 부조화를 방지하고 금융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마련된 위 법률조항은 우리 헌법의 경제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유사수신행위 금지와 헌법상 경제질서:사적 자치에 완전히 맡기면 오히려 경제질서에 반하는 경우
논리의 방향에 주목할 것. 규제가 경제질서의 예외로서 겨우 정당화된다는 것이 아니라, 방임하는 편이 오히려 경제질서에 반한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보호하는 경제상의 자유란 어떠한 경우에도 제한을 받지 않는 자유방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못박고, 이 조항의 정당성은 헌법 제119조 제2항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보았다. 지문은 결론을 정반대로 뒤집었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ㄹ. ✗ — 임대차도 위탁경영과 나란히 인정된다
헌법 제121조 제2항은 "농지의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한 묶음으로 규정하여 둘 다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인정된다고 한다. 지문은 이 중 임대차만 떼어내 "절대 금지"라 하고 위탁경영만 인정된다고 했으니, 조문을 절반으로 잘라 읽은 것이다.
혼동의 근원은 제121조 제1항이다. 그러나 제1항이 금지하는 것은 소작제도이지 임대차가 아니다. 경자유전 원칙을 지향하되(제1항), 농업생산성 제고·합리적 이용·불가피한 사정이라는 사유가 있으면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법률로 열어둔 것(제2항)이 헌법의 구조다. 실제로 농지법 제23조가 임대차 허용 사유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ㅁ. ✗ — 제3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으면 책임이 면제될 수 있다
헌재 2011. 12. 29. 2010헌바54등(결정요지 나)
… 소비자불매운동은 모든 경우에 있어서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는 없고, 헌법이나 법률의 규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평가되는 범위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형사책임이나 민사책임이 면제된다고 할 수 있다. 우선, ⅰ) 객관적으로 진실한 사실을 기초로 행해져야 하고, ⅱ) 소비자불매운동에 참여하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며, ⅲ) 불매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폭행, 협박, 기물파손 등 위법한 수단이 동원되지 않아야 하고, ⅳ) 특히 물품 등의 공급자나 사업자 이외의 제3자를 상대로 불매운동을 벌일 경우 그 경위나 과정에서 제3자의 영업의 자유 등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을 것이 요구된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소비자보호운동의 의미와 소비자불매운동의 헌법적 허용한계
지문의 앞부분("정당하게 평가되는 경우에만 법적 책임이 면제된다")은 판시와 일치한다. 함정은 뒷부분이다. 제3자 상대 불매운동에서 결정요지 ⅳ)가 요구하는 것은 제3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말 것이고, 이는 정당성을 부정하는 사유가 아니라 정당성을 갖추기 위한 요건이다. 따라서 부당한 침해가 없고 나머지 요건도 충족한다면 제3자 상대 불매운동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이 남지는 않는다. 지문은 그 요건을 충족해도 면제되지 않는다고 하여, 제3자 상대 불매운동을 아예 정당성 심사 밖으로 밀어낸 셈이다.
앞부분을 판시 그대로 옮겨 신뢰를 준 뒤 뒷부분에서 뒤집는 구조이므로, 앞부분만 읽고 넘기면 걸린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2010헌바54는 제9회 공법 21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정답은 5번(ㄷ, ㄹ, ㅁ).
핵심 정리:
- 경제정책의 선택은 입법자의 형성권에 속하고,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존중된다(2001헌가25 · 2016헌바77).
- 헌법 제126조의 금지 대상은 국·공유화에 준하는 경영 통제·관리이지 통상의 영업방식 규제가 아니다(97헌마345).
- 유사수신 금지는 경제질서의 예외가 아니라 오히려 경제질서를 지키는 규제다. 헌법 제119조 제2항이 뒷받침한다(2002헌바4).
- 헌법 제121조: 제1항은 소작제도 금지, 제2항은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함께 법률로 인정. 임대차 절대 금지가 아니다.
- 소비자불매운동: 제3자 상대라도 그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 등 요건을 갖추면 책임이 면제된다(2010헌바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