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2023년) 변호사시험 공법 선택형 22번
문제
폐기물처리업의 허가를 받은 甲은 A시 시장 乙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활용품의 수집·운반 업무를 대행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관한 설명으로 옳은 것을 모두 고른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ㄱ. 甲이 乙과 체결한 계약은 공법상 계약에 해당한다.
ㄴ. 甲이 乙과 체결한 계약에 대해서는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ㄷ. 甲이 乙과 체결한 계약은 「국가배상법」상 국가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ㄹ. 甲이 乙과 체결한 계약의 효력에 대해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에는 즉시확정의 이익 내지 확인의 이익이 요구되지 않는다.
선지
- ① ㄱ, ㄴ
- ② ㄱ, ㄷ
- ③ ㄴ, ㄷ
- ④ ㄱ, ㄴ, ㄷ
- ⑤ ㄴ, ㄷ, ㄹ
정답
3번
해설
정답: 3번 (ㄴ, ㄷ)
쟁점
지방계약법에 따라 지방자치단체가 폐기물처리업자와 체결한 재활용품 수집·운반 대행계약의 법적 성격을 출발점으로 삼아, 그 성격이 결정하는 세 가지 귀결을 묻는다. ㄱ 이 계약이 공법상 계약인지 사법상 계약인지, ㄴ 사법의 원리가 적용되는지, ㄷ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직무에 포함되는지, ㄹ 그 무효확인을 구할 때 확인의 이익이 요구되는지.
ㄱ의 답이 나머지를 모두 끌고 간다. 사법상 계약이라고 보면 ㄴ은 곧바로 따라오고, 사경제작용이므로 ㄷ도 따라오며, 민사소송이 되므로 ㄹ도 결정된다.
이 문제의 원형 판결
본 사안은 가상의 사례가 아니라 실제 판결의 사실관계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이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이유 1.가.)
폐기물처리업의 허가를 받은 원고들은 2011. 2. 1. 피고의 시장으로부터 원고들이 진주시에서 발생하는 음식물류 폐기물의 수집·운반, 가로 청소, 재활용품의 수집·운반 업무를 대행할 것을 위탁받고, 각각 피고와 위 대행 업무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법상 계약 (5):사법상 계약으로 본 경우 · 표준판례: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구별 (2)
각 지문 검토
ㄱ. ✗ —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계약은 사법상 계약이다
지방자치법이 주민의 권리·의무와 직접 관련되지 않는 사무의 민간위탁을 허용하고(제117조 제3항), 폐기물관리법이 생활폐기물 처리의 대행을 허용하는(제14조) 근거 위에서 체결된 계약이라 하더라도, 그 실질은 대행료를 주고받는 용역 도급계약이다. 근거 법령이 공법이라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공법상 계약이 되지는 않는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판결요지 [1])
지방자치단체가 일방 당사자가 되는 이른바 ‘공공계약’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하는 사법상 계약에 해당하는 경우 그에 관한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등 사법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법상 계약 (5):사법상 계약으로 본 경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계약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확정했다.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이유 2.나.)
이 사건 최초계약과 변경계약은 피고가 원고들에게 음식물류 폐기물의 수집·운반, 가로 청소, 재활용품의 수집·운반 업무의 대행을 위탁하고 그에 대한 대행료를 지급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용역계약으로서 이 사건 변경계약에 따른 대행료 정산의무의 존부는 민사 법률관계에 해당하므로 이를 소송물로 다투는 소송은 민사소송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법관계와 사법관계의 구별 (2)
원심은 이를 공법상 당사자소송으로 보았으나 대법원이 그 판단을 법리오해로 지적했다. 즉 본 지문의 결론은 하급심이 실제로 범한 오류와 같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2014두11328은 제4회 공법 36번·제3회 공법 26번·사례형 제10회 공법 제2문 3)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ㄴ. ○ — 사법상 계약이므로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이 적용된다
바로 위 판결요지 [1]의 후단이 그대로 본 지문이다. "법령에 특별한 정함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이라는 유보가 붙어 있고, 지문도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이라 하여 같은 유보를 두었으므로 정확히 대응한다.
실제로 이 판결은 그 원리를 사안에 적용해,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에 정산조항 같은 특수조건을 부가하는 것이 금지되지 않으며 그 효력을 함부로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했다. 다만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이 계약상대자의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을 무효로 하므로, 사법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것이 지방자치단체가 아무 특약이나 둘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것이 지문의 "법령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에 해당하는 대목이다.
본 지문 → 옳음.
ㄷ. ○ — 사경제주체로서 하는 활동은 국가배상법상 직무에서 제외된다
국가배상법 제2조의 직무 범위에 관하여 판례는 권력적 작용에 한정하지 않되 사경제작용은 제외하는 광의설을 취한다.
대법원 2001. 1. 5. 선고 98다39060 판결(판결요지 [2])
국가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는 권력적 작용만이 아니라 비권력적 작용도 포함되며 단지 행정주체가 사경제주체로서 하는 활동만 제외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국가배상 '공무원의 직무'의 범위(광의설):권력·비권력작용 포함, 사경제작용 제외
대법원 1998. 7. 10. 선고 96다38971 판결
국가배상법이 정한 배상청구의 요건인 ‘공무원의 직무’에는 권력적 작용만이 아니라 행정지도와 같은 비권력적 작용도 포함되며 단지 행정주체가 사경제주체로서 하는 활동만 제외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직무'의 범위:비권력적 작용(행정지도) 포함, 사경제작용만 제외
ㄱ에서 본 대로 이 대행계약은 지방자치단체가 사경제의 주체로서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사법상 계약이다. 그렇다면 그 계약 체결은 광의설이 유일하게 제외하는 사경제작용에 해당하므로 국가배상법상 직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의할 것은 광의설의 무게중심이다. 이 법리는 원래 직무의 범위를 넓히는 쪽으로 작동한다. 비권력적 작용까지 끌어들이므로 대부분의 행정작용이 직무에 들어오고, 오직 사경제작용만 빠진다. 본 지문은 그 유일한 예외에 해당하는 사안이라 옳은 것이지, 직무 범위를 좁게 보아야 옳은 것이 아니다.
본 지문 → 옳음.
98다39060은 제11회 공법 35번·제6회 공법 37번·제1회 공법 31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96다38971은 제14회 공법 7번·제2회 공법 25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ㄹ. ✗ — 민사 확인의 소이므로 확인의 이익이 필요하다
ㄱ에서 본 대로 이 계약을 둘러싼 다툼은 민사 법률관계이고 그 소송은 민사소송이다. 따라서 계약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는 민사소송법 제250조의 확인의 소이고, 확인의 소인 이상 확인의 이익이 요구된다.
민사소송법 제250조(확인의 소) 확인의 소는 법률관계를 증명하는 서면이 진정한지 아닌지를 확정하기 위하여서도 제기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사소송법 제250조
대법원 2024. 7. 25. 선고 2022다217728, 217735 판결(이유 1)
확인의 소에서 ‘확인의 이익’이란 당사자의 권리 또는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불안·위험이 있고, 이를 제거함에 확인판결을 받는 것이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일 때 인정된다(대법원 1991. 10. 11. 선고 91다1264 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6다40439 판결 등 참조).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확인청구의 보충성
이 지문의 함정은 다음 전원합의체 판결을 잘못 끌어오게 하는 데 있다.
대법원 2008. 3. 20. 선고 2007두6342 전원합의체 판결(판결요지)
… 행정처분의 근거 법률에 의하여 보호되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이익이 있는 경우에는 행정소송법 제35조에 규정된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별도로 무효확인소송의 보충성이 요구되는 것은 아니므로 행정처분의 무효를 전제로 한 이행소송 등과 같은 직접적인 구제수단이 있는지 여부를 따질 필요가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소의 이익 (15):무효확인소송에서 소의 이익(보충성)
이 전합 판결이 보충성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한 대상은 항고소송으로서의 처분 무효확인소송이다. 그 판결이 스스로 밝혔듯 행정소송은 "대등한 주체 사이의 사법상 생활관계에 관한 분쟁을 심판대상으로 하는 민사소송과는 목적, 취지 및 기능 등을 달리"하고, 무효확인판결에 기속력·재처분의무가 준용되어 판결만으로 실효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보충성이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근거는 사법상 계약의 무효확인에는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다.
본 사안은 처분이 아니라 사법상 계약이고, 소송도 항고소송이 아니라 민사소송이다. 전합 판결의 사정거리 밖이므로 확인의 이익이라는 일반 원칙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2007두6342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11회 공법 37번·제10회 공법 37번·제9회 공법 25번 등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결론
정답은 3번(ㄴ, ㄷ).
이 문제는 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4두11328 판결 하나를 네 방향으로 펼친 것이다. 계약의 성격을 사법상 계약으로 확정하면 ㄴ(사법 원리 적용)·ㄷ(사경제작용이므로 국가배상 직무 ✗)·ㄹ(민사소송이므로 확인의 이익 필요)이 모두 따라 나온다. 반대로 ㄱ처럼 공법상 계약이라고 출발하면 세 지문의 답이 모두 뒤집힌다.
핵심 정리:
- 지방자치단체의 공공계약: 근거 법령이 공법이어도 대등한 위치에서 체결한 사법상 계약. 그 다툼은 민사소송.
- 사법의 원리 적용. 다만 지방계약법 제6조 제1항이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특약을 무효로 하는 것이 "법령의 특별한 정함".
- 국가배상법상 직무 = 권력적 + 비권력적 작용, 사경제작용만 제외(광의설). 사법상 계약 체결은 그 유일한 예외에 해당.
- 확인의 이익 불요는 항고소송 무효확인의 법리(2007두6342 전합)이지 민사 확인의 소에는 적용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