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2023년) 변호사시험 공법 선택형 23번
문제
신뢰보호원칙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올바르게 조합한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ㄱ.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
ㄴ. 신뢰보호원칙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ㄷ. 행정청이 단순한 착오로 어떠한 처분을 계속한 경우, 신뢰보호원칙상 행정청이 그와 배치되는 조치를 할 수 없는 행정관행이 성립하므로, 행정청이 추후 오류를 발견하여 합리적인 방법으로 변경하더라도 신뢰보호원칙에 위배된다.
ㄹ. 헌법적 신뢰보호는 개개의 국민이 어떠한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데까지 미칠 수는 없지만, 입법자는 구법질서가 더 이상 그 법률관계에 적절하지 못하고 합목적적이지 않더라도 그 수혜자 집단을 위하여 이를 계속 유지할 의무를 부담한다.
선지
- ① ㄱ(○), ㄴ(○), ㄷ(○), ㄹ(○)
- ② ㄱ(○), ㄴ(○), ㄷ(×), ㄹ(○)
- ③ ㄱ(○), ㄴ(○), ㄷ(×), ㄹ(×)
- ④ ㄱ(×), ㄴ(×), ㄷ(○), ㄹ(×)
- ⑤ ㄱ(×), ㄴ(○), ㄷ(×), ㄹ(×)
정답
3번
해설
정답: 3번 (ㄱ ○, ㄴ ○, ㄷ ×, ㄹ ×)
쟁점
신뢰보호원칙을 조문·판단기준·성립요건·한계의 네 층위로 나누어 묻는다. ㄱ 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의 조문 내용, ㄴ 신뢰보호원칙 위배 여부의 판단 방법, ㄷ 착오로 반복된 처분이 행정관행을 성립시키는지, ㄹ 헌법적 신뢰보호의 한계.
ㄴ과 ㄹ은 같은 결정문의 연속된 두 문단에서 나왔다. ㄴ은 그대로 옮겼고 ㄹ은 결론만 뒤집었다.
근거 법령
행정기본법 제12조(신뢰보호의 원칙)
① 행정청은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행정에 대한 국민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여야 한다.
② 행정청은 권한 행사의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권한을 행사하지 아니하여 국민이 그 권한이 행사되지 아니할 것으로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권한을 행사해서는 아니 된다. 다만,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행정기본법 제12조
각 지문 검토
ㄱ. ○ — 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 그대로
지문은 위 조문 제1항을 문언 그대로 옮겼다. "해칠"을 "해할"로 바꾼 것 외에 다른 점이 없다.
읽을 때 순서에 주의할 것. 조문은 신뢰보호를 원칙으로 선언하되 공익 또는 제3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를 예외로 앞세운 구조다. 신뢰보호가 무조건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한계를 품고 출발한다는 뜻이며, 이 구조가 ㄴ의 비교형량과 ㄹ의 한계로 이어진다.
본 지문 → 옳음.
ㄴ. ○ — 신뢰보호원칙 위배 여부는 비교형량으로 판단한다
헌재 1995. 6. 29. 94헌바39(이유 3.나.)
헌법상 법치국가의 원칙으로부터 신뢰보호의 원리가 도출된다. 법률의 개정시 구법질서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률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입법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당사자의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그러한 새 입법은 신뢰보호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 이러한 신뢰보호원칙의 위배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면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면으로는 새 입법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신뢰보호원칙의 비교형량 기준과 그 한계:입법자는 수혜자군을 위하여 구법질서를 계속 유지할 의무가 없다
지문은 이 판시의 마지막 문장을 그대로 옮겼다. 형량의 한쪽에는 개인 측 요소 네 가지(보호가치·침해의 중한 정도·손상 정도·침해 방법)를, 다른 쪽에는 공익적 목적을 놓는 구조다.
대법원도 법령 개정 사안에서 같은 기준을 쓴다.
대법원 2006. 11. 16. 선고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
법령의 개정에 있어서 구 법령의 존속에 대한 당사자의 신뢰가 합리적이고도 정당하며, 법령의 개정으로 야기되는 당사자의 손해가 극심하여 새로운 법령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그러한 신뢰의 파괴를 정당화할 수 없다면, 입법자는 경과규정을 두는 등 당사자의 신뢰를 보호할 적절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 이러한 신뢰보호 원칙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하여는 한편으로는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 침해의 중한 정도, 신뢰가 손상된 정도, 신뢰침해의 방법 등과 다른 한편으로는 새 법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을 종합적으로 비교·형량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행정법의 일반원칙:법령 개정과 신뢰보호원칙 — 구 법령 존속 신뢰가 정당·손해 극심하면 경과규정 등 신뢰보호 조치 필요
본 지문 → 옳음.
2003두12899 전원합의체 판결은 제14회 공법 31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ㄷ. ✗ — 착오로 계속된 처분에는 행정관행이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93. 6. 11. 선고 92누14021 판결(판결요지 나)
행정상 법률관계에 있어서 특정의 사항에 대해 신뢰보호의 원칙상 처분청이 그와 배치되는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의 행정관행이 성립되었다고 하려면 상당한 기간에 걸쳐 그 사항에 대해 동일한 처분을 하였다는 객관적 사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처분청이 그 사항에 관해 다른 내용의 처분을 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그러한 처분을 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고 이와 같은 의사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할 것이므로, 단순히 착오로 어떠한 처분을 계속한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할 것이고, 따라서 처분청이 추후 오류를 발견하여 합리적인 방법으로 변경하는 것은 위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신뢰보호원칙상 행정관행의 성립요건:단순한 착오로 처분을 계속한 경우는 관행 ✗
지문은 판시가 명시적으로 배제한 경우를 관행이 성립하는 경우로 뒤집었다. 판결문이 "단순히 착오로 어떠한 처분을 계속한 경우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못박고, 나아가 "추후 오류를 발견하여 합리적인 방법으로 변경하는 것은 위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까지 적어 두었으니, 지문은 두 문장을 모두 반대로 옮긴 셈이다.
행정관행의 성립요건은 객관과 주관 두 축이다. 상당한 기간의 동일한 처분이라는 객관적 사실만으로는 부족하고, 달리 처분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하지 않는다는 처분청의 의사가 명시적·묵시적으로 표시되어야 한다. 착오는 바로 그 의사가 없는 경우다. 알지 못한 채 반복한 것이므로 아무리 오래 반복되어도 관행이 되지 못한다. 실제로 이 사건에서 피고는 도로점용료 산정 기준을 20여 년간 적용해 왔으나, 대법원은 그 변경이 신뢰보호원칙 위배가 아니라고 보았다. 기간의 길이가 요건을 대체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같은 구조가 조세 영역에도 있다.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의 비과세관행도 단순한 과세누락과 구별되며, 과세관청이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 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필요하다.
대법원 1993. 2. 23. 선고 92누12919 판결
국세기본법 제18조 제3항에서 말하는 비과세관행이 성립하려면 상당한 기간에 걸쳐 과세를 하지 아니한 객관적 사실이 존재할 뿐만 아니라 과세관청 자신이 그 사항에 관하여 과세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어떤 특별한 사정 때문에 과세하지 않는다는 의사가 있어야 하며 … 묵시적 표시가 있다고 하기 위하여는 단순한 과세누락과는 달리 과세관청이 상당기간의 비과세상태에 대하여 과세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사정이 있어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행정법의 일반원칙:비과세관행의 성립요건과 묵시적 의사표시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92누12919는 제7회 공법 23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ㄹ. ✗ — 입법자는 수혜자군을 위하여 구법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없다
ㄴ에서 인용한 94헌바39의 바로 다음 문장이 이 지문의 근거다.
헌재 1995. 6. 29. 94헌바39(이유 3.나.)
그러나 헌법적 신뢰보호는 개개의 국민이 어떠한 경우에도 ‘실망’을 하지 않도록 하여 주는데까지 미칠 수는 없는 것이며, 입법자는 구법질서가 더 이상 그 법률관계에 적절하지 못하며 합목적적이지도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그 수혜자군을 위하여 이를 계속 유지하여 줄 의무는 없다 할 것이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신뢰보호원칙의 비교형량 기준과 그 한계:입법자는 수혜자군을 위하여 구법질서를 계속 유지할 의무가 없다
지문의 앞부분("어떠한 경우에도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데까지 미칠 수는 없지만")은 판시 그대로다. 뒤집힌 것은 뒷부분이다. 판시는 유지할 의무가 없다고 했는데 지문은 부담한다고 했다.
문장의 논리 흐름을 보면 뒤집힌 것이 드러난다. "실망하지 않도록 하는 데까지 미칠 수 없다"는 앞 문장은 신뢰보호를 제한하는 취지다. 그런데 지문은 "지만"으로 역접해 놓고 입법자에게 유지 의무를 지운다. 신뢰보호의 한계를 말한 뒤 곧바로 더 강한 보호를 도출하는 것이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판시는 역접이 아니라 순접으로 이어지며, 앞 문장과 같은 방향으로 입법자의 법형성 자유를 확인한다.
이 사건이 그 예다. 청구인은 양도소득세 감면 특혜의 계속을 신뢰했으나, 헌재는 감면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 차별 완화라는 공익에 비추어 그 신뢰가 우선 보호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았다. 수혜자 집단이라는 이유로 옛 제도가 보전되지는 않는다.
다만 유지 의무가 없다는 것이 신뢰를 무시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ㄴ의 비교형량에서 신뢰이익이 공익을 넘어서면 경과규정 등 적절한 조치를 해야 한다(2003두12899 전합). ㄹ이 부정하는 것은 구법질서 자체의 존속 의무이지 신뢰보호 조치의 필요성이 아니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정답).
결론
정답은 3번(ㄱ ○, ㄴ ○, ㄷ ×, ㄹ ×).
이 문제의 축은 신뢰보호원칙이 어디서 멈추는가이다. ㄱ의 조문이 예외를 앞세우고, ㄴ이 형량으로 그 경계를 정하며, ㄷ은 관행 성립의 문턱에서, ㄹ은 입법자의 법형성 자유 앞에서 각각 신뢰보호가 멈추는 지점을 보여준다. ㄷ과 ㄹ이 오답인 이유도 같다. 둘 다 신뢰보호를 한계 너머까지 밀어붙였다.
핵심 정리:
- 행정기본법 제12조 제1항: 정당하고 합리적인 신뢰를 보호하되, 공익·제3자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으면 예외.
- 판단 방법(94헌바39): 침해받은 이익의 보호가치·침해의 중한 정도·신뢰 손상 정도·침해 방법 ↔ 새 입법의 공익적 목적을 비교형량.
- 행정관행 성립요건(92누14021): 상당 기간의 동일한 처분(객관) + 달리 처분할 수 있음을 알면서 하지 않는다는 의사의 명시적·묵시적 표시(주관). 착오는 주관 요건이 없어 관행 ✗이고, 오류를 발견해 합리적으로 변경해도 위배 ✗.
- 한계(94헌바39): 헌법적 신뢰보호는 개개인이 실망하지 않게 해주는 데까지 미치지 못하고, 입법자는 수혜자군을 위해 구법질서를 유지할 의무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