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2022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선택형 26번
문제
甲이 착오에 빠진 乙과 甲 소유 X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관한 설명 중 옳은 것(○)과 옳지 않은 것(×)을 올바르게 조합한 것은?
(다툼이 있는 경우 판례에 의함)
ㄱ. 甲이 乙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였다면 그 후 乙은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
ㄴ. X 토지에 하자가 있는 경우, 乙은 甲의 하자담보책임의 성립 여부와 관계없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ㄷ. X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관한 乙의 착오가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乙이 계약체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
ㄹ. 甲과 乙은 甲 소유 Y 토지를 매매목적물로 하는 의사를 가졌으나 甲과 乙 모두 지번에 착오를 일으켜 계약서에 매매목적물을 X 토지로 표시한 경우, X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 것으로 본다.
선지
- ① ㄱ(○), ㄴ(○), ㄷ(○), ㄹ(○)
- ② ㄱ(○), ㄴ(○), ㄷ(×), ㄹ(○)
- ③ ㄱ(×), ㄴ(×), ㄷ(×), ㄹ(○)
- ④ ㄱ(×), ㄴ(○), ㄷ(○), ㄹ(×)
- ⑤ ㄱ(×), ㄴ(○), ㄷ(×), ㄹ(×)
정답
4번
해설
정답: 4번 (ㄱ ×, ㄴ ○, ㄷ ○, ㄹ ×)
쟁점
착오 종합 문제. ㄱ. 매도인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뒤에도 매수인이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는지(착오취소와 계약해제의 경합), ㄴ.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 경우 매수인이 착오취소를 선택할 수 있는지(착오취소와 하자담보책임의 경합), ㄷ. 토지의 현황·경계에 관한 착오가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정되기 위한 기준, ㄹ. 쌍방이 공통으로 지번을 잘못 표시한 경우 매매계약이 성립하는 목적물(오표시무해의 원칙).
근거 법령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 ① 의사표시는 법률행위의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착오가 표의자의 중대한 과실로 인한 때에는 취소하지 못한다. ② 전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09조
민법 제580조(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580조
각 지문 검토
ㄱ. ✗ — 적법하게 해제된 후에도 매수인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매도인이 매수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더라도, 매수인은 해제의 효과로 부담하게 될 손해배상책임이나 계약금 몰취의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취소권을 행사할 실익이 남아 있다. 판례는 이 경우 매수인이 여전히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고 한다.
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24982, 24999 판결(판결요지)
"매도인이 매수인의 중도금 지급채무 불이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한 후라도 매수인으로서는 상대방이 한 계약해제의 효과로서 발생하는 손해배상책임을 지거나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의 반환을 받을 수 없는 불이익을 면하기 위하여 착오를 이유로 한 취소권을 행사하여 매매계약 전체를 무효로 돌리게 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취소와 계약해제의 경합:매도인이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적법하게 해제한 후에도 매수인의 착오취소 가능
본 지문은 해제 후에는 취소할 수 없다고 하나 판례는 취소할 수 있다고 한다. 해제로 계약이 이미 소멸하였으니 더 이상 취소할 대상이 없지 않으냐는 것이 함정이지만, 판례는 취소권 행사의 실익에 주목한다. 해제되면 매수인은 손해배상책임을 지고 계약금도 돌려받지 못하는 데 반해, 착오취소로 계약을 처음부터 무효로 돌리면 그 불이익을 면하고 계약금도 부당이득으로 반환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판례는 제9회 민사법 6번·제2회 민사법 24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ㄴ. ○ — 하자담보책임의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착오취소를 선택할 수 있다
착오취소 제도와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취지·요건·효과가 서로 구별되므로 양자는 경합한다. 따라서 매수인은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에도 그와 무관하게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대법원 2018. 9. 13. 선고 2015다78703 판결(판결요지)
"민법 제109조 제1항에 의하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없는 표의자는 법률행위를 취소할 수 있고, 민법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에 의하면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하자가 있는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한 매수인은 매도인에 대하여 하자담보책임을 물어 계약을 해제하거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착오로 인한 취소 제도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는 취지가 서로 다르고, 요건과 효과도 구별된다. 따라서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 부분에 착오가 있는 경우 매수인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지와 상관없이 착오를 이유로 매매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11):착오취소와 하자담보책임의 경합
위작인 서화를 진품으로 알고 매수한 사안에서 나온 판결로, 하자담보책임이 착오취소를 배제하는 특칙이라는 종래의 유력한 반대 견해를 물리치고 경합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지문 ㄴ이 성립하려면 하자가 매매계약 내용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를 구성해야 하고 매수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없어야 한다는 점은 그대로 유지된다. 하자담보책임의 제척기간(제582조, 안 날부터 6월)이 지난 뒤에도 착오취소는 가능하다는 점에서 실익이 크다. 이 판례는 제15회 민사법 5번·제10회 민사법 12번·제9회 민사법 6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본 지문 → 옳음.
ㄷ. ○ — 알았더라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되어야 중요부분의 착오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하고(주관적 요건),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였다면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을 정도로 중요한 것(객관적 요건)이어야 한다. 판례는 이 일반 기준을 토지의 현황·경계에 관한 착오에 구체화하여 지문과 같은 문구로 판시하였다.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다288232 판결(판결요지 [1])
"의사표시는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 법률행위 중요부분의 착오란 표의자가 그러한 착오가 없었더라면 그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하고 보통 일반인도 표의자의 처지에 있었더라면 그러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어야 한다. 가령 토지의 현황과 경계에 착오가 있어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경우에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가 인정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토지의 현황·경계에 관한 착오와 중요부분의 판단 기준:매수인의 지적도 대조 의무와 중대한 과실
지문은 판례의 문구를 거의 그대로 옮긴 것으로 옳다. 판례 원문이 "가령 … 경우에 … 인정된다"는 예시 형식인 데 비해 지문은 "인정되기 위해서는 … 평가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 형식으로 바꾸었으나, 중요부분 착오의 주관적·객관적 현저성 요건을 토지의 현황·경계 착오에 구체화한 것이라는 점에서 같은 취지이다.
같은 판결은 이어서 중대한 과실에 관하여 토지매매에서 매수인에게 측량을 하거나 지적도와 대조하여 매매목적물이 지적도상의 그것과 일치하는지 미리 확인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하여, 경계 착오를 일으킨 매수인에게 쉽사리 중과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경계 착오가 실제로 중요부분의 착오로 인정된 사례로는 담장을 경계로 믿고 인접토지를 교환하였으나 교환으로 받은 대지의 대부분이 이미 자기 소유였던 경우가 있다.
대법원 1993. 9. 28. 선고 93다31634, 93다31641 판결(판결요지)
"외형적인 경계(담장)를 기준으로 하여 갑, 을 사이에 인접토지에 관한 교환계약이 이루어졌으나 그 경계가 실제의 경계와 일치하지 아니함으로써, 결국 을이 그 소유대지와 교환으로 제공받은 갑의 대지 또한 그 대부분이 을의 소유인 것으로 판명되었다면, 이는 토지의 경계(소유권의 귀속)에 관한 착오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법률행위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라 봄이 상당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7):토지의 경계에 관한 착오
본 지문 → 옳음.
ㄹ. ✗ — 잘못 표시된 X 토지가 아니라 쌍방이 의도한 Y 토지에 관하여 계약이 성립
쌍방 당사자의 의사가 일치하는 이상 표시를 잘못하였더라도 그 잘못된 표시에 구속되지 않고 일치된 진의대로 법률행위가 성립한다(오표시무해의 원칙). 甲과 乙이 모두 Y 토지를 매매목적물로 하는 의사였다면 계약서에 X 토지로 적혔더라도 매매계약은 Y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다.
대법원 1993. 10. 26. 선고 93다2629, 2636 판결(판결요지)
"부동산의 매매계약에 있어 쌍방당사자가 모두 특정의 갑 토지를 계약의 목적물로 삼았으나 그 목적물의 지번 등에 관하여 착오를 일으켜 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계약서상 그 목적물을 갑 토지와는 별개인 을 토지로 표시하였다 하여도 갑 토지에 관하여 이를 매매의 목적물로 한다는 쌍방당사자의 의사합치가 있은 이상 위 매매계약은 갑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을 토지에 관하여 매매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될 것이며, 만일 을 토지에 관하여 위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하여 매수인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경료되었다면 이는 원인이 없이 경료된 것으로서 무효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법률행위의 해석 (1):오표시무해의 원칙
판례의 갑 토지가 지문의 Y 토지, 판례의 을 토지가 지문의 X 토지에 대응한다. 본 지문은 X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이 성립한다고 하나 판례는 Y 토지에 관하여 성립한다고 한다. 나아가 X 토지에 관하여 이전등기까지 마쳤다면 그 등기는 원인 없는 등기로서 무효이다.
이 지문이 착오 문제에 섞여 있는 것이 핵심 함정이다. 표시와 진의가 어긋나 보이지만 쌍방의 진의가 일치하므로 자연적 해석에 의하여 그 진의대로 계약이 성립할 뿐, 애초에 착오의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제109조의 취소도 문제되지 않는다. 반대로 일방만 지번을 오해한 경우라면 비로소 착오취소가 논의된다. 이 판례는 제2회 민사법 25번·제5회 민사법 28번·제6회 민사법 30번·제9회 민사법 68번·제13회 민사법 9번 등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본 지문 → 옳지 않음.
결론
정답은 4번(ㄱ ×, ㄴ ○, ㄷ ○, ㄹ ×). 착오취소는 다른 제도와 널리 경합한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태도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이 적법하게 해제된 뒤에도(ㄱ), 하자담보책임이 성립하는 경우에도(ㄴ) 매수인은 착오를 이유로 취소할 수 있다. 토지의 현황·경계에 관한 착오는 이를 알았다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이 명백하여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으로 평가될 때 중요부분의 착오가 된다(ㄷ). 반면 쌍방이 공통으로 지번을 잘못 적은 경우는 오표시무해의 원칙에 따라 진의대로 Y 토지에 관하여 계약이 성립하므로, 그 자체로 착오의 문제가 아니다(ㄹ). 착오취소가 문제되는 국면과 애초에 착오가 문제되지 않는 국면을 갈라 두는 것이 이 문제의 학습 포인트다.